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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영 Sep 01. 2016

<서울역>에 투영된 2016년,지금

영화 <서울역>리뷰

2016년 여름 한국영화는 <부산행>의 독주가 꽤 오랫동안 진행되었다.

<부산행>은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이름을 알린 연상호 감독의 실사영화 데뷔작으로도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는데 사회문제를 애니메이션으로 풀었던 감독인지라 그 스타일이 영화에서도 이어질지 주목되었다. 특히 그의 영상어법을 좋아하는 팬들은 영화에서 어떻게 연출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영화를 통해 감독의 이름을 대중에게 알리게 되었고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든 좀비를 소재로 이야기를 참신하게 풀었다는 점에서 찬사를 받았다.     


부산행이 여전히 인기를 끌 늦여름, 비슷한 이름의 애니메이션이 개봉했다. <서울역>은 바로 부산행의 프리퀄이라 불리며 개봉을 했고 그의 장편 작품 중 유일하게 15세 관람가로 대중들을 맞이했다.

▲ 애니메이션 <서울역>의 한국 개봉 포스터로 작품의 분위기를 암시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서울역>은 '서울역'이라는 공간의 특성에서 대한민국의 오늘을 말하는 작품이다. 실제로 '서울역'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노숙자와 씨름하던 공간이다. 서울역 주변은 마천루가 펼쳐져있지만 정작 집 없는 이도 넘쳤던 아이러니한 공간이다. 누가 더 높은지 경쟁이라도 한 건물 주변엔 무료 급식소와 오갈 곳 없는 이들이 역 주위를 에웠고 사람들은 이들을 애써 모르는 척 하며 제 갈 길을 가곤했다.  

<서울역>의 이야기는 매우 간단하다. 한 노숙자 할아버지로 부터 시작된 좀비 바이러스가 서울역을 점차 뒤덮고 살아남은 이들이 감염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를 벌이는 이야기 이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멀쩡한 사람을 만지면 자동으로 감염이 되어 좀비가 되는데 과연 최후에 살아남은 사람은 누구이며 이들은 끝까지 감염되지 않고 극이 마무리 되는지 궁금해졌다. 작품은 매우 빠른 템포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좀비 바이러스에 차례로 감염되는 인물들의 모습을 예측 불가능한 경우로 끌고 가서 관객의 입장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였고 사건을 전개하는 방식도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서술하는 방식을 택하여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러한 전개방식에 혹자는 '너무 직접적인 것 아니냐'라며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이것은 감독만의 고유한 스타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연상호 감독답다'라고 말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눈치 보지 않고 속내를 드러내는 방식에서 쾌감마저 불러일으켰고 여기에서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영화<눈먼자들의 도시> 해외 포스터 

작품을 본 후에 떠올랐던 영화가 있는데 바로 <눈먼 자들의 도시>이다. 2008년 미국에서 동명의 소설을 기반으로 개봉되었고 제목에서 추론할 수 있듯이 세상을 볼 수 있는 사람과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원인불명으로 앞을 볼 수 없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가자 이들을 한데 묶어 수용시설에 가두고 서로를 의심하고 파괴하는 인간 본성의 추악함을 꼬집고 있다. 눈이 먼 사람들 가운데 온전히 앞을 볼 수 있는 사람은 권력을 가질 수 있었고 신체적인 능력 앞에 무력행사도 불사르는 비도덕의 사회를 그리고 있다. 그래서 주인공이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을 보지 못하는 척 해야 살 수 있는 현실적인 고민을 통해서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동시에 처절함을 맛보게 되어 ‘과연 내가 눈이 멀었다면, 혹은 눈이 멀지 않았으나 진짜를 보지 않은 척 해야 한다면 어떨까?’라는 고민을 해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본다는 인간의 행위에는 보이지 않는 본성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울역>에서는 누구도 예외 없이 좀비가 될 수 있는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좀비란, 살아있는 시체를 말하는데 죽어있는 것이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실존하지 않지만 마치 진짜인 것처럼 자세하게 묘사한 움직임은 현실감(reality)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멀쩡한 사람이 좀비와의 접촉만으로도 또 다른 좀비가 되는 것은 마치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눈이 멀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져 도시가 점차 마비되는 과정과 흡사하다. 원인불명과 감염이라는 불확실한 상황이 인간의 본성과 이성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데 큰 매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살아야겠다는 의지, 그리고 사는 것에 대한 시각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에는 때론 극한 상황을 두어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박진감 넘치는 연출로 표현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영화는 곧 판타지가 아닌 리얼리티로 우리 삶에서 이미 보았던 사건들을 툭툭 건드림으로써 한국의 오늘을 꼬집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발생한 국가적 재난과 사건들이 오버랩 되는 장면이 종종 눈에 보이면서 스크린 밖 좀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작품 속 서울역사 안에 걸린 광고판에는 ‘불로소득의 꿈, 당신도 이룰 수 있습니다.’라는 오피스텔 분양광고가 왕왕 등장하고 영화 말미에는 꿈의 공간인 ‘모델하우스’를 배경으로 마무리된다.

우리는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까? 숱한 좀비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 무작정 앞만 보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짜 꿈이 아닌 가짜 꿈을 좇기 위해 하루하루를 좀비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cid6GoEvY0o

▲ 서울역 공식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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