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꽤 장기간 정신과에서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그리고 심리치료에 대해 20년 동안 관심을 가져 왔다. 그러다 요즘 김형경 선생님의 심리 에세이를 읽고, 심리치료에 관해 많은 것을 정리해 볼 수 있었다.
1단계는 의존성, 신경증, 성격장애 등 자신의 미숙한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즉 자신의 내면아이를 깨닫는 과정이다. 상처 받은 내면아이를 깨달을 수 있는 사람은 성인자아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유년기 생존법을 버리고 진정한 어른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2단계는 전이 감정 파악과 부모에게 받은 영향을 이해하는 것이다. 전이는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갖는 감정이다. 이것을 상담과정에서 심리상담가에게 느끼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생각보다 유년기가 길어서 부모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3단계는 양육자와의 애착 유형을 이해하고, 가족 안에서의 역동을 알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불안하고, 우울한 이유는 부모에게서 그런 감정을 대물림해서 그렇다. 그리고 가족 관계, 그 중에서 부모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지 이해하면, 자신의 심리적 상처를 더욱 깨달을 수 있게 된다.
4단계는 수치심, 시기심, 자기애 등 자신 안에 여전히 존재하는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수치심은 깊은 열등감을 불러오고, 심리적 건강을 해친다. 시기심은 투사적 감정인데 사실 그 감정은 내 안에 있는 것이다. 자기애는 자신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는 환상이다.
5단계는 그동안 진행해온 앞 단계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즉 이제부터는 외부를 탓하지 않고, 모두 내 문제였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생의 창조적 에너지를 엉뚱한 곳에 허비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인생에 쏟게 된다. 인생과 화해하게 되고, 더욱 건강해지고 행복해진다.
6단계는 5단계까지 잘 마친 사람은 마음 근육이 튼튼해졌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사람마다 기초 체력에 따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난 이 시기에 자신의 인생에 관해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기 권유한다. 즉 20페이지 정도 분량으로 자서전을 써 보며, 자신에 관해 더욱 잘 이해하게 된다.
사실 위의 4단계까지만 진행되어도, 심리치료는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이다. 그리고 위 과정이 순서대로 이뤄지지 않고, 앞뒤 단계가 시기상 바뀔 수도 있다. 이것은 그 사람의 상태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리고 5단계와 6단계는 내가 새롭게 정립한 과정이다. 내가 작년에 마지막으로 쓴 책이 2권 있는데 <행복한 사람들의 12가지 비결>과 <청춘을 다시 산다면>이란 자서전이다. 앞의 4단계까지 잘 진행된 사람은 이제 현실에서 피드백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때 도움이 되는 것이 <행복한 사람들의 12가지 비결>이고,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다 보면 더욱 뚜렷하게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청춘을 다시 산다면>이다.
난 사람들이 헬스를 다니며 신체 근육을 키우는 과정과 심리치료를 받는 경험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번에 깨닫게 되었다. 몸의 해부도는 그동안 있었는데, 마음의 해부도는 프로이트나 칼 융 등 훌륭한 정신분석적 심리학자들이 발견했다.
헬스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원래 건강한 사람은 자신이 스스로 운동하면 된다. 그런데 자신의 신체적 건강을 신경 쓰는 사람과 허약한 신체를 회복하고 싶은 사람은 헬스를 다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심리상담 또한, 건강한 부모에게서 긍정적 반사를 받으며 양육된 사람은 굳이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한국에서 소수다. 대다수의 사람은 마음에 상처가 각자 다른 뿐이지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마음 근육을 키워주고, 유년기 생존법을 버리고 어른의 마음을 갖는 과정은 중요할 수 있다.
약도 건강한 사람에게는 불필요하고, 아픈 때 필요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심리상담은 건강한 사람에게는 굳이 필요하지 않고, 마음에 상처가 있거나 유년기 생존법을 떨치기 힘든 사람에게 유용한 과정이다. 위의 단계를 밟아 마음이 건강해지면 인생이 힘들지 않고, 고통스럽지 않게 된다. 이때부터는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어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