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신웅 Apr 24. 2023

용서는 참으로 힘든 일이다


요즘도 나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차분한 마음을 갖고 생활하는데, 불쑥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때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지금 내 인생이 이렇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분노의 큰 원인이다.
 
지금 나의 인생은 딱히 나쁠 것은 없다. 재정적으로 조금 부족할 수 있지만 그럭저럭 살만하다. 문제는 혼자 있으면 외롭고 공허한 마음이 자주 든다는 데 있다.
 
인생이 잘 풀렸으면, 지금 연애를 넘어 결혼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괴롭다. 구체적으로 생각을 오래해 보지는 않았지만, 넌지시 되짚어 봐도 그때의 내 생활 방식이었으면 아이는 몰라도 결혼을 했을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공원 같은 곳에 자주 놀러 가면, 봄이기도 해서 더욱 그렇겠지만 연인들이 많이 보인다. 난 예전에는 이만큼 외로움을 타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혼자라는 사실이 때로는 서글프기도 하다.
 
그런데 난 법정스님의 책을 자주 읽기도 해서 그렇겠지만, 스스로 속세의 출가자로 생각하길 좋아한다. 난 사랑이나 미움의 마음이 없는 무심의 경지를 추구하기도 한다. 또한, 홀로 생활하길 좋아하는 특성도 강해, 난 혼자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다고 굳이 이성과 연애를 하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연애의 시작이 난 잘 되지 않을 뿐이다.
 
연애의 제 1 법칙이 들이대는 것이라 했다. 그런데 난 남들처럼 대시를 하지는 못한다. 길을 가다가 혹은 지하철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을 경우에는, 난 용기를 내서 말을 건다. 지금까지 많은 여자가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주었고, 서로 연락하고 지낸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것도 30대까지의 이야기이지, 이제 마흔 중반을 살고 있는 내게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아무튼, 오늘도 도서관에서 책을 보려다가 마음이 하도 답답해서 덕수궁에 바람을 쐬러 갔다. 거기에 출사를 나온 많은 젊은 남녀가 있었다. 연인들도 보이고, 젊은 여자들도 많이 있었다. 난 홀로 조용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사람들을 오래 구경했다. 그리고 운치 좋은 찻집 야외 탁자에 앉아 오랫동안 음악을 들으며 공상했다.
 
이것이 요즘 내 마음이 답답한 이유이다. 그러면 혹자는 연애를 하시오, 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난 옛날에 마음이 고장이 나서, 연애가 잘 되지 않으니 문제다. 어쩌면, 아직도 사람과의 관계에 서툴기에 연애 또한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난 내 방식대로 대시를 하고, 연애를 할 수는 있다. 그런데 지나온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또 머리가 복잡해져 온다.
 
이 모든 것은 내 마음에서 아직도 진정으로 용서가 이뤄지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난 어머니의 행동을 참으로 용서한 게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정신의학자 스캇 펙 박사는 용서라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가 용서하지 않으면 그때부터 정신적 성장이 멈추고, 영혼이 오그라든다 했다.
 
용서를 잘하는 방법이 있을까? 생각해 보면 있을 것도 같다. 난 분노의 크기만큼 용서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러면 화가 난 아이를 잘 달래주는 방식으로, 우리는 분노의 크기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려서 부모로부터 돌봄을 잘 받지 못하고, 달램을 받지도 못한 경우에는 그 분노가 매우 클 수 있겠다. 내가 그런 사람이다.
 
나와 같은 사람에게 유용한 방법이 종교를 믿는 것이라 했다. 종교는 우리의 영혼을 다루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심리적 치유가 필요하기도 하고, 영혼의 안식이 요구되기도 한다. 마음의 문제는 심리치료전문가에게 조언을 받거나 상담을 받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영혼의 문제는 자신을 좀 더 내려놓으면, 종교에 귀의해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종교는 위대한 위험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평화를 주기도 할 것이다. 모든 일이 다 잘 되어 있는데, 말썽꾸러기의 작용으로 일이 벌어지면 그때부터 난장판이 되어 버린다. 종교가 내게는 꼭 그런 일 같다. ‘생명을 잃으려고 하는 자는 살 것이요, 생명을 지키려고 하는 자는 죽을 것이다.’라고 대략 예수가 말했다. 나의 마음에도 평화를 주고, 세상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심리치료는 마음 근육을 키우는 과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