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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웅 Apr 24. 2023

용서는 참으로 힘든 일이다


요즘도 나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차분한 마음을 갖고 생활하는데, 불쑥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때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지금 내 인생이 이렇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분노의 큰 원인이다.
 
지금 나의 인생은 딱히 나쁠 것은 없다. 재정적으로 조금 부족할 수 있지만 그럭저럭 살만하다. 문제는 혼자 있으면 외롭고 공허한 마음이 자주 든다는 데 있다.
 
인생이 잘 풀렸으면, 지금 연애를 넘어 결혼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괴롭다. 구체적으로 생각을 오래해 보지는 않았지만, 넌지시 되짚어 봐도 그때의 내 생활 방식이었으면 아이는 몰라도 결혼을 했을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공원 같은 곳에 자주 놀러 가면, 봄이기도 해서 더욱 그렇겠지만 연인들이 많이 보인다. 난 예전에는 이만큼 외로움을 타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혼자라는 사실이 때로는 서글프기도 하다.
 
그런데 난 법정스님의 책을 자주 읽기도 해서 그렇겠지만, 스스로 속세의 출가자로 생각하길 좋아한다. 난 사랑이나 미움의 마음이 없는 무심의 경지를 추구하기도 한다. 또한, 홀로 생활하길 좋아하는 특성도 강해, 난 혼자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다고 굳이 이성과 연애를 하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연애의 시작이 난 잘 되지 않을 뿐이다.
 
연애의 제 1 법칙이 들이대는 것이라 했다. 그런데 난 남들처럼 대시를 하지는 못한다. 길을 가다가 혹은 지하철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을 경우에는, 난 용기를 내서 말을 건다. 지금까지 많은 여자가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주었고, 서로 연락하고 지낸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것도 30대까지의 이야기이지, 이제 마흔 중반을 살고 있는 내게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아무튼, 오늘도 도서관에서 책을 보려다가 마음이 하도 답답해서 덕수궁에 바람을 쐬러 갔다. 거기에 출사를 나온 많은 젊은 남녀가 있었다. 연인들도 보이고, 젊은 여자들도 많이 있었다. 난 홀로 조용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사람들을 오래 구경했다. 그리고 운치 좋은 찻집 야외 탁자에 앉아 오랫동안 음악을 들으며 공상했다.
 
이것이 요즘 내 마음이 답답한 이유이다. 그러면 혹자는 연애를 하시오, 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난 옛날에 마음이 고장이 나서, 연애가 잘 되지 않으니 문제다. 어쩌면, 아직도 사람과의 관계에 서툴기에 연애 또한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난 내 방식대로 대시를 하고, 연애를 할 수는 있다. 그런데 지나온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또 머리가 복잡해져 온다.
 
이 모든 것은 내 마음에서 아직도 진정으로 용서가 이뤄지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난 어머니의 행동을 참으로 용서한 게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정신의학자 스캇 펙 박사는 용서라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가 용서하지 않으면 그때부터 정신적 성장이 멈추고, 영혼이 오그라든다 했다.
 
용서를 잘하는 방법이 있을까? 생각해 보면 있을 것도 같다. 난 분노의 크기만큼 용서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러면 화가 난 아이를 잘 달래주는 방식으로, 우리는 분노의 크기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려서 부모로부터 돌봄을 잘 받지 못하고, 달램을 받지도 못한 경우에는 그 분노가 매우 클 수 있겠다. 내가 그런 사람이다.
 
나와 같은 사람에게 유용한 방법이 종교를 믿는 것이라 했다. 종교는 우리의 영혼을 다루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심리적 치유가 필요하기도 하고, 영혼의 안식이 요구되기도 한다. 마음의 문제는 심리치료전문가에게 조언을 받거나 상담을 받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영혼의 문제는 자신을 좀 더 내려놓으면, 종교에 귀의해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종교는 위대한 위험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평화를 주기도 할 것이다. 모든 일이 다 잘 되어 있는데, 말썽꾸러기의 작용으로 일이 벌어지면 그때부터 난장판이 되어 버린다. 종교가 내게는 꼭 그런 일 같다. ‘생명을 잃으려고 하는 자는 살 것이요, 생명을 지키려고 하는 자는 죽을 것이다.’라고 대략 예수가 말했다. 나의 마음에도 평화를 주고, 세상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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