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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ee Feb 27. 2022

옆 방 사람, 이웃, 친구

코리빙 라이프스타일 관찰기 08



코리빙하우스에 입주하려고 투어를 왔을 때부터 J는 이곳이 퍽 마음에 들었다. 투어를 하며 여러 공간들을 둘러보던 그때, 공용 키친에서 빵을 굽고 있던 M을 만났다. 평소 ‘빵 굽는 뭉뭉이’이란 닉네임으로 빵을 구워 이웃과 나누길 좋아하는 M은 처음 만난 J에게 막 구워진 빵을 건넸다. 투어를 진행하던 커뮤니티 매니저님이 “이 층에는 요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요.”라고 했다. 고층도 마음에 들겠다, 평소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겠다, 모르는 이가 직접 구운 따뜻한 빵까지 손에 받아 들고 나니 J는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다. 그렇게 J는 입주를 결심했다.



코리빙하우스에는 다양한 능력자들이 산다. 가히 베이커리 수준의 빵뭉뭉표 스콘.


“죄송한데, 이야기 나누시는 소리가 옆 방까지 다 들려서요.”


입주 한 달 차였다. 새벽 2시, J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옆 방의 대화 소리를 참다못해 방을 박차고 나가 옆집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연 옆 방 사람은 J에게 별다른 변명 없이 죄송하다 말했고, 그렇게 불쑥 불편함이 끼어든 밤이 지나갔다. ‘이게 코리빙하우스구나.’ J는 이후로도 옆집 사람을 두세 번 마주쳤지만 전혀 친해질 일은 없겠다 생각했다. 딱 보아도 호감이 가지 않는, 그저 새벽까지 시끄럽게 떠든 옆집 사람이었다.





며칠 뒤, J는 16층 공용 키친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것을 봤다. 평소에도 워낙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J가 ‘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빵을 구워줬던 M과 그 옆집 사람이 한 자리에 있다는 걸 알았다. 순간 멈칫했지만 에라 모르겠다며 그들에게 같이 앉아도 되냐 물었고, 사람들은 흔쾌히 자리를 내주었다. 좋은 인상으로 남은 이웃과 별로라 생각한 사람과 함께 앉아있는 곳. ‘이게 코리빙하우스구나.’ 옆집 사람이 J에게 다시 한번 그날 죄송했다는 말을 건넸다. J는 괜찮다며 답을 했고 그제야 둘은 처음으로 대화를 했다. 옆집 사람의 이름은 H라는 것, 둘 다 동갑에 경상도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며 둘 사이의 무언의 벽이 넘어졌다. 옆집 사람이 아닌, 옆집 이웃이 된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 H가 공용 키친에서 혼자 식사를 하고 있다 물 뜨러 나온 J를 만나면, H가 같이 먹자고 이끌기도 하고 둘이 밤새 술을 마시다 서로의 친한 형이 같은 사람이라는 걸 발견하고 전화를 걸어 신나게 떠들기도 하는, 둘은 그렇게 같이 사는 친구가 됐다. 그렇다고 특별히 각별할 것도 없고 서로는 서로를 무심하게 그냥 ‘옆 방 친구’라고 한다. 무심코 이야기했지만 이웃이 아닌 친구다.


H는 여전히 가끔 친구를 불러 방에서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도 이전처럼 옆 방에 아무도 없는 양 데시벨을 높여 떠들진 않는다. J도 그러려니 하며 더 이상 문을 박차고 나가지 않는다. 서로를 위한 이해와 배려의 여지를 무심하게 남겨둔다. 그냥, 옆 방 친구니까.



H : 일어났나 J? 간밤 시끄러웠나 해서.

J : 괜찮았음 안 깼다!

H : 다행이네.

J : 그래그래 오늘 하루도 잘 보내고 하쇼잉❤︎




[코리빙 라이프스타일 관찰기]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에서 나오면 우연히 마주하는 이웃에게 안부를 묻는 곳, 코리빙하우스. 연희와 테드는 같은 코리빙하우스에서 사는 이웃입니다. 두 사람의 시선으로 코리빙하우스에서 '따로 또 함께' 살아가는 여러가지 모양새를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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