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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ystal clear Sep 11. 2019

영화 '벌새'

190910

1.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좋았다. 사실 영화 마시기 전에 물을 많이 마셔서 영화 중간부터 화장실에 가고 싶었는데, 긴장감이 넘치거나 자극적인 장면이 있는 것은 아닌데 한 장면도 놓치기 싫어서 계속 앉아서 영화를 봤다. 


2. 가장 공감 갔던 말은 한문 선생님 영지의 "상식만천하 지심능기인 - 얼굴을 아는 사람은 세상에 가득하지만, 마음을 아는 사람은 능히 몇이나 되겠는가?" 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소통을 해도 다른 사람의 마음 깊숙한 강까지는 건너갈 수 없다는 것이 내가 어릴 때 종종 느꼈던 마음이었다. 몇 번의 실패를 해보고 초연해지니, 그럼에도 진심을 다해서 상대를 이해하고, 내가 원하는대로 내 마음을 전달해보고, 강을 건너보고 안되면 돌아오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3. 이 영화에는 "1994년 가장 보편적인 은희로부터"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비단 90년대를 살아가는 여중생 은희 뿐만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또는 겪을 감정들에 대해서 다루는 것 같았다. 내 맘같이 되지 않는 인생 - 사랑받고 싶은 마음, 또 그 노력들이 번번히 깨어질 때의 아픔.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병. 더욱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이별. 가족들의 갈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일상은 지극히 평범하게 계속되어간다는 점까지. 나의 경우 10대를 공부에 매진하여 살았다보니, 20대 초중반 그리고 지금까지 느끼는 성장통이 은희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4. 마지막에 수학여행 가는 친구 무리들을 바라보는 은희의 눈빛은 이리저리 흔들리는데, 그 연기가 정말 압권이었다. 그리고 영지 선생님의 편지.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어느 날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어. 다만 나쁜 일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이 함께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하고도 아름다워." 


5. 선생님에게 전하지 못한 편지에 은희가 쓴 "제 삶도 언젠간 빛이 날까요?"라는 질문에, 이미 너는 충분히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고 대신 대답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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