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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ystal clear Apr 26. 2020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200426

여행 못가는 시기에 읽은 여행 책 1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1786년 9월부터 1788년 6월까지 약 20개월 동안 이탈리아를 여행하게 된다. 스물일곱에 바이마르 공국의 고문관이 되고 그 후 십년 간 공직을 수행하면서 부와 명예를 누렸지만, 시인으로써는 정체기를 겪었기 때문. 괴테였기에 누릴 수 있었던 큰 특혜가 아닐까. 나 역시 이탈리아를 즐겁게 여행했던 기억이 있어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나는 남부가 가장 좋았는데, 괴테도 남부를 여행하면서 체류 기간을 연장했다고. 읽으면서 흥미롭게 느꼈던 점은 괴테의 여행에 대한 생각이 현대인들의 그것과 닮아 있다는 점. 괴테가 관심깊게 살피고 기록하는 것은 이탈리아의 자연과 사회, 예술이었다. 특히 이탈리아의 고전 예술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감상한다.


p56

내게 필요한 것은 다시 세상일에 관심을 갖고, 나의 관찰력을 시험하는 일이다.

그리고 나의 학문이나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 나의 눈이 맑고 순수한지, 얼마나 많은 것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지, 나의 정서 속에 각인된 주름을 원상대로 지워버릴 수 있는지 여부를 음미해야 한다. 스스로 신변의 일을 처리해야 하고 항상 조심스럽고 침착해야만 한다는 현실이 벌써 요 며칠 사이에 예전과는 전혀 다른 정신적 탄력을 준다.


p61

이제 처음으로 나는 이탈리아 토박이 마부를 만났다. 술집 주인도 독일어는 하나도 못한다. 이제 나의 어학 실력을 시험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언어가 살아나서 일상어가 된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p73

인간이란 어쩌면 그렇게도 불가사의한 존재일까, 어째서 인간은 가족과 친지들 사이에 있으면 안전하고 편안하게 잘 살 수 있는데도, 가끔 이 세계와 저 세계 속에 있는 내막을 직접 체험해 보고자 하는 즉흥적인 생각으로 일부러 불편과 위험 속으로 뛰어들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p87

내가 이 놀라운 여행을 하는 목적은 나 자신을 속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 대상을 접촉하면서 본연의 나 자신을 깨닫기 위해서다. 


p96

민중은 자기 일에 종사한다든지 자기 욕망을 추구할 때는 상당히 태평하지만, 신기한 것에 대해서는 극히 민감하다. 예를 들어 여기 와서 처음 며칠간은 모든 사람들이 내 장화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이 자주 내 주의를 끌었다.


p142

사실 모든 언어의 특성은 다른 나라의 언어로 번역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가장 고상한 것으로부터 가장 저속한 것에 이르기까지 언어는 성격, 기질 또는 생활 상태 등과 같은 그 국민의 특이성과 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p143

그들이 연극에 대해 가지고 있는 흥미는 현실에 관한 관심을 의미한다. 그래서 연극 속의 폭군이 자기 아들에게 겁을 주고 그 아들과 마주 서 있는 자기 아내를 죽이라고 강요하였을 때 관객이 큰 소리로 그 요구가 부당하다고 외치는 바람에 하마터면 극이 중지될 뻔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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