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에릭 라르센
제목 : 헬위크
출판사 : 한빛비즈
출간연도 : 2017
페이지 : 288
자주는 아니지만 슬럼프 비슷한 것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주기나 빈도가 일정하지는 않은데, 낙담이나 우울함은 꽤 깊은 수준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어떻게 이런 위기(?)를 벗어났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성격이 워낙 무딘 탓인지, 아니면 생각보다 정도가 심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슬럼프를 극복하는 노하우랄게 없네요. 아쉬울 따름입니다.
아무튼 사람마다 이런 슬럼프를 벗어나는 방법은 다양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번 일요일 독서모임에서 이 고민을 나누었더니 K님은 새로운 취미를, 또다른 K님은 내려놓기를 권해주시더군요. 극복하려고 애쓸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면서요. 그런데 찬찬히 현재 저의 상황을 파악해 보니 저 두가지 방법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회사에서의 번아웃 및 매너리즘, 과도한 투자분야 집중 등이 슬럼프를 가져온 주된 이유였고, 이것이 운동 부족 및 생활패턴 파괴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오는 것이 급선무였는데 이 방법을 위해 여러 매체를 뒤져보다 이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헬위크는 저자가 특수부대에서 근무하며 겪은 훈련에서 따온 용어입니다. 우리나라는 흔히 '지옥주'라고 말하는데 기존 용어를 직역 한 것으로 보이네요. 미국의 네이비실, 한국의 UDT 등 특수부대라면 국가를 가리지 않고 꼭 헬위크 훈련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헬위크 훈련의 목적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단순한 신체적 도전이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마음속에 남기는데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헬위크를 우리와 같은 평범한 민간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일반인 버젼의 헬위크를 보내면 지금의 저처럼 슬럼프에 빠져있거나, 평소 무기력했던 사람도 굉장히 생산적인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고 하죠. 저자는 헬위크의 경험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일화를 통해 설명해줍니다. 특수부대를 전역한 뒤, 대학교로 돌아와 경영학을 공부하려던 저자는 수많은 강의와 공부량으로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의아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따뜻한 밥을 먹고, 원할 때 샤워를 하고 잠을 자며, 편안한 자세로 공부하는 것은 특수부대의 헬위크에 비하면 너무나 쉬운 일 이였기 때문입니다. 헬위크라는 일주일의 경험이 저자에게는 인생에서 새로운 기준점이 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상황을 개선하고 성과를 높이고 기분이 좋아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안다. 그런데 알면서도 하지 않는다. 내 경험상, 헬위크를 거치고 나면 그런 일을 하는 것이 사실은 당신이 두려워하는 만큼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 읽고 나니 자기계발서적에 대해 그리 흥미를 갖고 있지 않았던 저도 조금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요도 사실 제가 처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에서 생긴 것이겠지만요.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이 헬위크의 필요성에 대해 작가가 설명하는 부분이고, 2부는 헬위크를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2부죠. 다음 단락에서 2부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일단 성공적인 헬위크를 위한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월요일 아침 5시에 시작해서 일요일 밤 10시에 끝난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난다.
매일 밤 10시에 잠자리에 든다.
일주일 내내 맑은 정신으로 열심히 집중해서 일한다.
계획대로 실행하는 데 전념하라.
언제나 당신 기분을 의식하고 집중하라.
하루 일과 중 당신이 해야 하는 여러 역할을 의식하고, 지금 하고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라.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항상 기분 좋게 지내고, 해결지향적인 태도로 생활하라.
활기차고 주도적인 사람이 돼라
재충전을 위해 양질의 휴식을 취하라
평소보다 외모와 복장에 조금 더 신경써라
저녁떄까지는 모든 사적인 질문에 반드시 답변하라
근무시간에는 SNS를 하지 않는다.
근무시간에는 친구와의 문자, 전화, 이메일이 금지된다.
동료들과의 비공식적인 잡담은 최소한으로 한다.
하루에 최소한 한 번 이상 운동을 하되, 되도록 아침에 한다.
일주일 내내 건강한 음식만 먹는다.
TV 시청은 금지다.
지켜야 할 규칙이 굉장히 많네요. 몇몇 추상적인 내용을 빼면 헬위크의 기본 마인드는 다음 한줄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일찍 자고 일어나며, 건강한 음식을 먹고, 운동을 자주하며, 중요한 일에 집중하고, 긍정적인 마인드 가지기'
하지만 헬위크에서 더 중요한 부분은 각 요일에 해야하는 '미션'와 '테마'에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에 나와있으니 중요한 부분만 추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월요일
내 습관을 기록하기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분류하기
나쁜 습관은 바꾸고 좋은 습관은 강화하기
화요일
삶의 임무에 집중하기
내가 느끼는 다양한 기분을 통제하기
기분을 바꾸는 훈련하기
수요일
할일 목록 작성하기
연간, 월간, 주간, 일일계획 세우기
한 번에 하나씩 하기
목요일
잠 안 자고 24시간 일하기
TV와 SNS 사용 금지
계속 미뤘던 업무 처리하기
금요일
휴식의 가치를 배우기
효과적으로 쉬는 방법 익히기
명상하기
토요일
내면의 대화하기
잘하는 것 리스트 만들기
스스로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만 하기
일요일
혼자만의 시간 갖기
작은 것들의 의미를 발견하기
일요일 오후를 마음껏 즐기기
이렇게 각 요일마다 정해진 테마에 따라 하루하루를 채워나간다면 민간인 버젼의 헬위크도 충분히 보낼 수 있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저는 자기계발서를 별로 좋아하는 독자는 아닙니다. 20대에 저런 부류의 책을 너무나 많이 읽었기에 지겹기도 하고, 그 내용들이 대부분 천편일률이며, 심지어 시대마다 일종의 트렌드로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는 거부감마저 생겼기에 그렇습니다. 또한 저런 책들이 능력주의를 옹호하며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짊어지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도 마냥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가끔은 이런 책을 찾게 됩니다. 특히 제가 처한 상황을 스스로 바꿀 수 없을 때가 그렇습니다.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결국 저의 태도입니다. 태도가 기분이 되지 않게 하는게 중요하다지만, 그것은 남들에게 피해를 줄 때 기억해야 할 문구겠지요. 저의 우울감이나 무기력함이 주위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나니, 지독히 싫어하던 이 책도 마치 구원처럼 다가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저는 이제 헬위크를 천천히 생활에 적용해보려 합니다. 이번 주는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헬위크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한 뒤 바로 다음 주! 제대로 시작해보려고 해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이지만 효과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성공적인 헬위크를 보낸 뒤 후기를 남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럼 헬위크 후기로 다시 찾아뵐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