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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연 Jan 29. 2023

나의 해방일지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기. 

해가 바뀌고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우울감과 무기력증. 주변에 SOS를 보냈지만 위로인지 이때다 싶어 속 얘기(불만)를 하려는 심산인지 하는 말들 때문에 더 속이 상한다.


나를 위로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나'라도 스스로 위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셀프 위로를 하기로 한다.


1. 필라테스 말고, 요가하기

결혼 전 살을 빼기 위해 필라테스를 시작해서 1년 정도 쉰 기간을 제외하고 6년 정도 해오다가 그만뒀다. 에너지를 끌어올려 써야 하는 운동보다는 몸을 늘리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가에 눈을 돌리게 됐다. 


그러다 동네에 생긴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자리를 생각보다 빨리 잡은 요가원이 눈에 들어왔다. 인스타 팔로우를 한 뒤 <불필요한 긴장과 불안을 덜어내고, 나의 내면을 마주하는 아로마 인요가 feat. 싱잉볼>이라는 원데이 클래스 공지를 보았다. 아로마, 인요가, 싱잉볼... 이 세 단어를 마주하자 신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 다 좋아하는 것들!

출처 : 픽사베이

인요가는 한 자세를 5분 이상하는 요가로, 온몸에 힘을 빼는 것이 포인트이다. 온몸에 긴장을 바짝 하고 사는 것이 디폴트인 현대인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수련하면서 인상적이었던 말들을 살면서 적용해 볼 수 있겠다 싶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내가 이 자세를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편하다면 자세를 조금씩 바꾸며 조금 덜 불편한 자세를 찾아보세요. 다리를 곧게 펴기 힘들면 무릎 아래에 블록을 받쳐 보세요.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 
스트레칭으로 근육이 이완되는 아픔과 허리에 위험이 되는 찌릿찌릿한 통증을 구분할 줄 아셔야 해요. 통증이 있으면 참지 말고 아사나(자세)에서 빠져나오셔야 해요. 그것이 더 좋은 수련일 수 있어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삶의 자세에 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수업 시간이 지나면서 불편해도 한 자세로 버티기보다 다리를 조금 오므리고, 팔을 조금 덜 내밀면서 좀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자세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낑낑거리며 억지로 자세를 유지하기보다 블록을 팔꿈치에 대고, 담요를 엉덩이에 깔면서 도구의 도움을 받았다. 안면 근육과 승모근, 발끝에도 힘을 풀었다. 그렇게 1시간 50분의 수련이 끝났다. 


수련 전의 '나'와 수련 후의 '내'가 달라진 느낌이었다. '신장'을 자극시키는 전굴 자세를 많이 해서인지, 막연한 두려움이 줄어들었다. (신장이 약해지면 두려운 감정이 올라온다고 한다.) 



2. 영어 말고, 스페인어 배우기

1월부터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배운 영어가 아닌,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만으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자체가 사라졌다. 

처음 배워요. 잘 몰라요. 

이 말을 뱉어본 지가 얼마만인지 모른다. 순간, 몸이 가벼워지는 자유로움을 느꼈다. 조금 알고 있다는 족쇄에서 해방되는 느낌이었다.  

스페인어는 영어와 비슷해서 생각보다 빠르게 익숙해졌다. 1시간 만에 어떻게 읽는지 배웠고 총 3번 수업을 받으며 가벼운 인사말과 짧은 자기소개, 숫자 1부터 19까지 배웠다. 지금은 남성 명사와 여성 명사에 따라 관사와 형용사가 어떻게 변하는지 배우고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기쁨이 매우 크다.


올라! 꼬모 에스 따스? 비엔비엔~이뚜? 

스페인 특유의 발랄한 억양 때문인지, 대부분 된소리로 발음되는 거친 느낌 때문인지 점점 스페인어 매력에 빠지고 있다. 고민하지 않고 2월과 3월 수강료를 내고 말았다.



요가와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공통적으로 든 생각은 

- 다시 처음에 일을 시작했던 것처럼 자유롭게 일하자.

- 버티면서 일하지 말자. 불편하면 조금씩 바꾸면서 일하자. 그래도 불편하면 미련 없이 나오자.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새해가 되면서 미친 듯이 폭발했다. 생각해 보니 그것은 단순히 해가 바뀌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익숙한 것에서 자라나는 욕심과 부담감에서 해방되고 싶었던 것 같다.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은 너무 달콤해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나에겐 독이 된 것 같다. 새로움은 약간의 긴장감과 설레임을 주지만,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익숙함과 새로운 것 사이에서 늘 고민하고 선택한다. 직장, 연애, 주거지, 취미, 여행 등등...


이번에 나의 선택이 어떻게 될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지금 있는 자리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 힘도 빼고, 도움도 받고, 다른 곳에 환기도 시켜 보고, 설득도 해보고...버티는 것 빼고 다 하고 싶다.


지금 내 마음에 찾아온 우울감과 무기력증이 잠시 왔다가 지나가기를 기다려 본다. 조금 더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해방일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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