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다닌 지도 어느새 꽉 찬 5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문학 편집이었던지라, 처음 회사에 들어올 때만 하더라도 한 곳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보낼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느새 난 팀장이 되었고, 작은 규모의 팀이지만 책임져야 하는 일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간혹 쳐내야 하는 일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젠 어느 정도 이 일을 즐기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면 깜짝 놀라고는 한다.
사실 지금도 모든 일 처리가 아주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는 모든 게 미숙했다. 처음에 가장 적응이 안 됐던 것은 '전화 통화하기'였다. 머릿속에는 정리된 문장이 들어 있지만, 전화통화를 할 때면 입 밖으로 정돈되지 않은 문장들이 튀어 나왔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어버버. 말은 씹히고, 단어 선택도 이상하고…. 괜히 나 혼자 얼굴이 시뻘게져서 전화를 끊고는 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대안이 메모였다. 전화하기 전에 내가 꼭 해야만 하는 말을 정리하고, 중요한 단어를 체크했다. 확실히 부담감이 덜했다. 물론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들으면 당황하기 일쑤이지만. 책 레시피 촬영을 할 때도 그랬다. 촬영 전반적인 진행은 내 몫인데, 유난히 진행이 원활히 되지 않고, 나 혼자 버벅거리는 날이 있다. 그렇게 엉망진창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올 때면 머저리가 된 것만 같아 끝도 없는 울적함에 빠지기도 했다.
아직도 일이 어렵고, 새로운 일을 할 때면 여전히 긴장되고 가슴이 콩닥콩닥한다. 그래도 그간 해온 시간은 무시할 수 없는지, 마지막으로 지독한 '머저리감'을 느낀 지가 아득하게 느껴진다. 가뜩이나 얼마 없는 자존감을 다 갉아 먹는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