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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혜진 Sep 12. 2018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사실 난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 술과 그것이 가져다주는 알딸딸한 기분을 참 좋아라 한다. 문제는 타고난 음주 허용량을 초과했을 때 나타난다. 정확히 내 주량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내일이 없는 것'처럼 과하게 먹은 날이면 어김없이 필름이 끊기고, 다음날 시큼한 위산을 모조리 토해내는 것도 모자라 시름시름 앓는다.


그중 술과 관련된 몇몇 에피소드가 유독 기억에 남아 있다. 하나는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 회식 자리에서의 일이다. 밤에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모인 자리여서 가뜩이나 늦게 시작된 술자리, 술을 먹다 보니 어느덧 집에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매니저 언니가 물잔에 소주를 가득 따르며 하는 말. "이거 다 먹기 전까지는 못 가." 농담처럼 했던 말이었던 것 같은데, 괜히 시간 끌기도 싫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냅다 물잔 가득 따른 소주를 원샷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볼게요!" 멀쩡하게 가게에서 나왔지만, 문밖을 나서는 순간 술기운이 한번에 오르면서 훅 가버렸다. 근처에 있던 당시 남자친구와 만났는데, 저 멀리 보이는 나무가 그 앤 줄 알고 길가에 있는 나무에 매달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많이 창피하단 말이지.


또 한 번은 자주 만나는 친구와의 일. 추운 겨울, 회사 일 때문에 홍대 쪽에 나왔다가 그 친구를 불러 술을 마셨다. 메뉴는 조개찜. 우리는 술을 마셨다 하면 거의 한 자리에서, 그것도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술을 '해치워 버리'는데, 그날도 그랬다. 2시간도 채 안 됐는데, 둘이서 소주를 너무 마셨던 거다. 결국 또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셔버렸고, 자리에서 몇 번이고 넘어졌다. 결국 다음날 또 링겔 신세.


며칠 전 있었던 술자리도 아마 기억에 남을 거 같다. 한참 신나게 떠들면서 술 마시다가 뭔가에 또 울컥해서 울다가, 집 가는 길에 길 한복판에서 넘어져서 무릎에 손바닥만 한 피멍이 들었다. 게다가 집 앞에 있는 정자에 누워 오빠랑 통화하면서, "나 혼자 살래, 흐어어어엉"하며 대성통곡하지를 않나…. (진짜 스트레스가 많았나 봅니다….)


이제 회복력도 더뎌가고 있으니, 절제하면서 술을 마셔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물론 난 절제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게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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