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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유연성이 치유의 열쇠다

수용전념치료에서 이야기하는 심리적 유연성

by 율마

수용전념치료는 인지행동치료에서 발전한 모델로, 치료 프로토콜이 명확하여 치료자 의존도가 낮은 편인 치료방식이다. 경직된 인지적 패턴을 유연하게끔 조정하고 현존의 경험을 늘려나가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받아들이도록 이끄는 프로토콜이 있다. 나 자신에게도 유용하지 싶어 교육 들으면서 정리하고 있다.



대개 구조화된 기법들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대신 명료하여 실용적인 장점이 있다.





수용전념치료(ACT)에는 육각형의 모형으로 정신병리와 치료에 대한 구조를 개념화한다.





■ 수용전념치료 모델

불안, 우울 등 일상에서 겪는 가볍고 무거운 어려움에서, 상담이나 약의 도움까지 필요로 하는 정신병리적 어려움까지, 모든 것은 '심리적인 경직성'으로 인한 것이라고 보고 이를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 이 기법의 핵심이다.


심리적으로 경직된 상태 vs 심리적 유연성이 있는 상태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1.현존하고 있는가?
경직된 상태
과거나 미래에 집착 : 과거의 스토리가 나를 설명하는 비중이 크다, 과거의 상처에 연연한다, 지난 일에 감정 반응이 많이 올라온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크다, 대비하고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등. 내가 현재의 경험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자꾸만 생각이 과거나 미래에 가있다.


유연한 상태
현존 :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에 초점을 둔다. 처음에는 어렵기 때문에 신체감각, 주변을 보고 듣는 일 등으로 시작한다. 현재 나에게 다가온 사건, 상황 등을 지켜보고 그 안에서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관찰한다.



2. 불편한 감정을 피하고 있는가?
경직된 상태
경험 회피 :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이 싫어서 억누르거나 피하려고 한다. 이 불편함이 사라져야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불편하지 않아야 움직일 수 있다.

유연한 상태
경험수용 : 감정 또한 나의 일부이고, 지나가고 흘러가는 무언가다. 이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나에게 어떤 가치가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신호다. 불편하더라도 나의 소중한 일부이고 이를 가지고 갈 수 있다.

3. 생각에 휘둘리고 있는가?
경직된 상태
인지적 융합 : 나의 생각과 동일시되는 상태. 머릿 속에 자동으로 떠오르는 생각이 나를 조종하는 것 같다. '나는 못해','안될거야','사람들이 싫어하겠지','이걸 하지 않으면 피해를 줄거야' 등의 생각이 들면 위축되고 행동이 제한된다.

유연한 상태
인지적 탈융합 : 생각은 생각일 뿐이다. 진실도 아니고 따라야하는 무언가도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드는군'하고 바라보고 흘려보낼 수 있다. 설령 '나는 못할거야'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앵무새처럼 '아, 지금 내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올라왔군'하며 한 켠에 두고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4.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개념에 갇혀 있는가?
경직된 상태
개념화된 자기 경험에 집착 :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상처 받았어, 피해자야','나는 유능하고 사랑받는 사람이야'등 내가 정한 내 정체성에 갇혀 그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하나의 경험이 나 전체를 규정하는 정체성이 되어 버린다. 실패 경험이 있다고 '나는 실패자야, 뭘 해도 안돼'라고 하는 경우.

유연한 상태
맥락적 자기 : 나는 생각, 감정, 역할, 경험들을 지켜보는 더 넓은 존재다. '이런 생각도 있고, 이런 감정도 있지만, 그게 곧 나는 아니다.' 나는 변화하는 유연한 존재이므로 나의 경험이 나를 규정짓는게 아니라 그 안에서 내가 하는 선택들이 나를 만들어간다. 나는 변화하는 능동적인 존재다.

5. 중요한 행동을 미루고 있는가?
경직된 상태
전념행동 부재 : 불편한 감정으로 인해 내 가치를 이룰 수 있는 필요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일을 미루거나 피하고 반복적으로 무기력한 패턴에 갇혀 있다. 지금처럼 살고 싶지 않은데, 뭘해야 할지 모르겠다.

유연한 상태
전념행동 :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따라 구체적인 행동을 선택하고 실행한다. 불안이나 두려움 등의 감정 또한 옆에 안고 작은 걸음을 내딛는다. 지금 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현실적인 실천이 첫걸음이자 변화를 위한 시작이다. 두려움을 안고도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6. 삶의 방향성을 잃은 느낌인가?
경직된 상태
가치 부재, 방향상실, 무기력 : 삶의 의미를 모르겠다. 할 일은 많은데 왜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목표도 의미도 없는 것처럼 느낀다. 남 눈치를 보거나 남이 하란 것들을 하게 되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못하고 사는 것 같다.

유연한 상태
가치 : 나는 나에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나만의, 그리고 나다운 기준이다. 이 가치를 알고 이를 따르면 삶이 흔들려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유연한 상태에 해당하는, 떠올리면 좋을 말도 같이 적어본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고.
내가 뭘 느끼고 있어?

현존하기. 내가 하고 있는 경험들을 바라보고 무엇을 느끼는지 따라가보자


여러가지 일이 있는거야,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지. 불편한 것도 내 일부야. 이런 감정이 있어도 괜찮아. 이걸 가지고도 내가 선택한 길을 갈 수 있어.


경험 수용. 살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 여러 경험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 불편한 감정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이건 내 생각일 뿐이야. 아닐 수도 있어. 생각대로 꼭 따를 필요 없어.
좀 더 지켜보고 반응해도 돼.


인지적 탈융합, 나의 생각은 생각으로 지켜보고 나와 분리하기


나는 변화하는 존재야.
경험하고 배우고 있어.
나를 지켜볼래.


맥락적 자기. 나의 단편적인 경험으로 전체를 규정하기 보다 자유롭게 경험하는 존재로서 두기


나는 나에게 중요한 가치를 위해 이런 선택을 할거야.


전념행동. 내 가치를 지키기 위한 행동을 하기. 편하지 않더라도 이와 함께 하며.


나에게는 ㅇㅇㅇ가 중요해. 이게 나를 어떻게 살고 싶은지 알려줘.


가치. 나라는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알고 이 방향으로 나아가기. 비록 흔들릴지라도.





심리적으로 경직되어 있으면 삶이 괴롭다. 특히 사람은 자기가 중요하다 여기는 것에서 멀어질수록 괴로움을 느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욱 남의 가치에 의해 사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남이 이렇게 하니 나도 이 정도는 해야한다며 자기 가치없이 살다보니 그 부작용으로 그 길에 동참하지 않는 이에 대한 무의식적 열등감(왜 넌 네 식대로 살아? 난 못하는데?)을 공격성으로 드러낸다. 그래서 한국사회가 다양성을 존중하기는 커녕 갈라치며 싸우기 바쁜게 아닐까 한다.


자기부터 아끼지 못하고 자기답게 살지 못하기에 벌어지는 일들이라면 과장일까? 요즘 젊은 세대들은 점점 여기에서 벗어나는 것 같기도 하고, 반대같기도 하고. 뭐든 기존 세대가 남겨놓은 악습을 훌륭하게 깨버리고 개성껏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좋겠다. 자기를 사랑함으로서 타인도 수용하고 존중할 수 있는 이들이 세상을 바꾸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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