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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uk Nov 14. 2017

CONTAGION


악수하고, 기침하고, 세균이 서식하는 문고리를 잡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등 일과를 보내고 나서 집으로 귀가 시 우리와 함께 집 문지방을 넘는 바이러스들이 어느 정도라 예상되는가? 그 바이러스들이 자신을 파괴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각자의 구성원에게 전염시키는 속도와 파괴성은 어느 정도라 생각되는가? 우리는 사스와 신종플루 등의 경험으로 이 아득한 공포를 상상해내기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영화 <컨테이젼>은 이러한 공포를 담아낸 영화이다.


홍콩으로 출장을 다녀온 베스 엠호프(기네스 팰트로우)는 의문의 발작으로 사망한다. 더불어 그녀와 접촉했던 아들까지 사망에 이르는 일이 발생한다. 얼마 후 세계 각국에서 그녀와 같은 증세를 호소하며 두 명이 사망하고 사망의 숫자는 두 명에서 네 명으로 네 명에서 열여섯 명의 속도로 늘어난다. 미국 질병통제센터 엘리스 치버 박사(로렌스 피쉬번)는 경험 많고 실력이 출중한 에린 미어스 박사(케이트 윌슬렛)를 감염현장으로 급파하고 세계보건기구 또한 바이러스의 역학조사를 위해 최초 발병 장소인 홍콩으로 오랑테스 박사(마리옹 조띠아르)를 보낸다. 한편, 진실이 은폐되고 있다고 믿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앨런 크럼위드(주드 로) 글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사람들의 공포를 한층 더 높아간다.


영화의 이야기를 보면 재앙에 휩쓸리고 그것을 대처하는 할리우드의 <아마겟돈> 같은 영화를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이 마이클 베이가 아니라 스티븐 소더버그라면 그러한 생각은 조금 거리를 두어야 한다. 그렇다고 소더버그의 전작인 <오션스 일레븐>의 타이트하고 감각적인 이야기 전개를 생각한다면 그 역시 기대에 어긋날 것이다. 이 영화가 바이러스에 잠식당하는 인류를 보여주는 방식은 일방적으로 에피소드를 나열해 놓는 방식이다. 즉 있을법한 일을 재현하는 ‘가상의 재현’이다. 그러한 가상의 재현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 영화는 몇 년 전부터 미국 TV쇼(미드)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모큐멘터리(Mockumentary)에 가깝다. 하지만 모큐멘터리 대부분이 감정을 극대화하여 그것을 잡아내는 것에 초점을 두는 반면 <컨테이젼>은 감정마저 거세시키고 바이러스가 잠식하는 인류를 담담하게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다.


소더버그 전작인 <오션스 일레븐>과 같이 수많은 A급 배우들의 향연은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전작과 달리 이 영화에서는 그들이 모두 조연으로 물러난다는 점이 다르다. 대신 영화가 관심을 중점에 두는 것은 ‘MEV-1’이라는 바이러스이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MEV-1바이러스는 영화 속 어느 캐릭터들보다 확고한 캐릭터로 만들어내고 그것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전개해 나간다. (비약 이지만)흡사 MEV-1의 성장 영화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러한 인물이 아닌 현상을 주인공으로 극적인 효과를 위해 모큐멘터리 방식을 취했다고 유추할 수 있다.


비록 조연으로 밀려(?) 났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여전히 좋다. 특히나 아내와 아들을 잃었지만, 딸은 지켜내는 맷 데이먼의 연기는 뇌를 청소하기 전까지는 잊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리고 바이러스 현장으로 급파되었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미어스 박사를 연기한 케이트 윈슬렛 연기는 그녀가 출현하는 모든 영화를 보고 싶어지게 만든다.

영화 <컨테이젼>은 모큐멘터리 방식으로 바이러스 MEV-1가 하나의 살아 있는 캐릭터로 만든 점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A급의 배우들의 연기를 몰아 본다는 점 또한 이 영화의 장점이다. 하지만 굳이 단점을 꼽자면 바이러스의 발생을 보여주는 마지막 시퀀스이다. 바이러스가 인류에 도래했을 때 공포를 담담하지만 힘있게 보여주는 반면 이 마지막 시퀀스는 바이러스의 출처를 보여주면 일말의 안도감으로 그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굳이 그것을 설명할 필요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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