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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uk Nov 20. 2017

배드 지니어스

태국의 광고계 근 몇 년간 이어진 도약은 꾸준히 각종 국제 광고제에서 입상으로 입지를 굳혀왔고, 인기도 상당한 편이다. 그 바탕에는 감각적이고 리드미컬한 연출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한 연출이 영화에 녹아있다.


가령 린이 처음으로 하게 되는 부정행위 장면을 따로 떼어놓고 보자 그 장면 마지막에 신발 브랜드 이름과 카피 문구가 나왔으면 이상하였을까? 나는 별로 이질적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 좀 더 극화된 것은 스릴러 장르 영화에서의 전통적인 편집 방법이다. 컨닝이라는 소재가 감각적인 쇼트들과 리드미컬한 편집으로 케이퍼 무비가 되고 관객들에게 스릴이라는 쾌감을 전달한다.

여기에 영화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각본이다. 집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린(추티몬 추엥차로엔스키잉)은 전액 장학금을 교장과의 '거래'를 통해 사립 고등학교를 전학하게 되고 거기서 그레이스(이샤 호수완)을 만나 컨닝이 시작되고 그 부정행위는 린에게 '사업'이 되고 그 사업은 국제적인 시험까지 이르게 된다.


단순히 단짝인 그레이스를 위해 시작했던 컨닝은 교장(학교)과 부모의 '거래'를 린이 알게 되면서 린은 '사업'으로 바꾼다. 부모과 학교의 거래가 가능하면 린과 학생들의 거래도 가능할 수 있다고 피력한다. 하지만 그것은 좌절되고 또 다른 사업 확장의 기회가 된다. 여기서 뱅크(차논 산티네톤쿨)가 극의 중심으로 이동한다. 고지식한 뱅크가 거래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 린이 그것을 벗어나려 할 때 뱅크가 잡는 과정은 계급투쟁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길게 끌지 않고 서브텍스트로서 깔끔하게 끌고 나가 오히려 더 효과적이다.

다만 부자(자본)를 표현함에 있어 조금 진부한 구석이 있는데 린이 팟을 처음 만나는 장면이나 팟의 부모님이 나오는 장면들은 TV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연상시켜 한국 관객들에게는 더욱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진부함을 보완하는 것이 린 캐릭터이고, 추티몬 추엥차로스키잉의 카리스마와 연기이다. 첫 영화임에도 그는 영화를 압도한다.


하지만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부연 설명 같은 마지막 시퀀스이다. 물론 이들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 처벌을 내리는 것과 교훈을 주겠다는 태도는 다르다. 설득력 있던 이야기가 갑자기 교훈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길을 잃는다. 스릴러 영화답게 맥거핀이 존재하고 근사한데 중후부반에 너무 쉽게 버려 버린다. 차라리 이걸 살리는 방향으로 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배드 지니어스> 틈도 있고 한계도 있지만 탄탄한 이야기와 정직한 연출이 만났을 때를 보는 쾌감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아시아 필름(시네마 말고)이다.


+ <블링 링>이 잠시 생각 났는데 소재 차이가 동양과 서양의 10대 차이가 아닐까 잠시 생각해봤다.


+ 올해 칸 국제광고제에서 입상한 작품 https://youtu.be/M3On2zXgO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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