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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rin Jun 06. 2018

<영국편> 런던 일자리 이야기

London, working as a chef


벌써 5년 전의 이야기다.

나는 YMS(Youth Mobility Scheme의 약자로, 영국 워킹홀리데이를 일컫는다.) 1기로 런던에 발을 내디뎠기에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런 정보도 없었고 그만큼 도움을 받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또다시 해외로 나가기 위해 이리저리 발품을 팔던 중 얻어걸린 영국 워킹홀리데이였기에 사실 거의 아무런 준비도 없이 덜컥 합격증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의 YMS는 그때와는 달리 커뮤니티도 굉장히 활발하고, 블로그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기에 솔직히 내가 겪었던 상황들과는 많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혹시라도 런던에서 요리사로서의 경력을 쌓기 위해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내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몇 자 글을 남겨본다.

(다른 분야 쪽으로는 지원해본 적이 없어서 요식업계 이 외에도 같은 방법이 통할지는 잘 모르겠다.)




이력서 작성하기 


요리와는 무관한 학과를 전공했기에 호주에서의 요리 경력 외에는 전혀 내세울 것이 없었던 터라 일단 coverletter에 집중하기로 했다. 요리에 붐이 일고 있는 지금과는 달리 해외로 요리를 하러 간다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시절이었다. 한국에는 (내가 아는 한) 선례가 없었기에 해외 사이트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우선 해외에서는 Coverletter와 Resume(혹은 CV)를 기본 구성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자기소개서와 이력서와 같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자소설을 많이 쓰는 게 우리나라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 자소설은 coverletter작성에서도 빛을 발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가족관계나 어린 시절과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는 담지 않는다는 점.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분야 혹은 직책 등에 도움이 되는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다면 상관없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쓰지 않는 편이 좋다. 


본인의 경우에는 coverletter의 개념이 어떤 것 인지도 잘 모르고, 어떤 단어를 어떠한 형식으로 써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chef, cook과 관련된 커버레터를 구글링해서 한 50여 개를 다운로드하여 보고 비슷한 형식으로 써 내려갔다. 딱히 정해져 있는 틀은 없었지만 평이한 기준으로 쓰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직무과 관련해 자주 사용되는 단어들을 추려내고 그러한 단어들을 이용해서 호주에서 있었던 일들과 왜 내가 꼭 그 레스토랑에서 일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피력했다. 솔직히 1년의 요리 경력을 아무리 화려하게 이력서에 써봤자 다른 경력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을 알았기에 커버레터에 승부를 보기로 한 것이다.


각 레스토랑마다 다른 이야기들과 그 레스토랑에서 추구하는 콘셉트 등이 달랐기에 그에 맞는 이야기로 조금씩 다듬어야 했지만, 시간을 들여 첫 큰 틀을 짜 놓으니 그 이후에는 쉽게 짜 맞춰 들어갔다.


실수하지 않도록 커버레터마다 레스토랑의 이름을 기재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레스토랑 찾기


이력서를 쓰기 전에 아마 레스토랑 찾는 게 더 우선이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런던에 있는 레스토랑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기에 런던에서 미슐렝을 보유하고 있는 레스토랑들의 리스트들과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들을 주욱 나열하고 그중에서 정말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레스토랑의 홈페이지를 하나씩 들어가 보고 이력서를 넣었다. 외국에는 레스토랑마다 홈페이지가 있는 게 대부분이라 레스토랑의 정보를 알아내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런던에 가자마자 바로 일을 해야 할 만큼 보요하고 있는 생활비가 넉넉하지 않았기에 출국 한 달 전 즈음부터 넣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인기 있는 레스토랑의 경우에는 연중 이력서가 수도 없이 들어가기 때문에 따로 구인공고를 내는 경우가 잘 없다. 따라서 레스토랑에 자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일단 넣고 보는 게 좋다. 업계 특성상 레스토랑을 옮겨 가거나 관두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바로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출국 전 약 50여 개 정도의 레스토랑에 지원했던 것 같다.



지원 후


기다림의 시간.

내 인내심이 정녕 여기까지 였던가. 좌절감이 몰려오는 시간이다. 경력도 없이 미슐렝에 지원한다는 것조차도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이력서를 넣었지만!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심이 부풀어 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런던에 도착해서도 아무런 연락이 없으면 한인 식당이나 커피숍에서라도 일하면서 경력을 쌓아볼까.. 생각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약 일주일 후, 미슐렝 한 군데에서 도착하면 인터뷰를 보자는 연락이 왔고

그 후로 몇 군데에서 더 인터뷰 관련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런던 도착 직후(이력서를 넣은 지 약 한 달 후), 또 다른 미슐렝 레스토랑에서 인터뷰 연락이 왔다. 


역시 도전하는 자에게 기회가 오느니! 

벌써 미슐렝 스타 레스토랑 두 군데서의 러브콜!

두 군데 다 미슐렝을 보유한 이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레스토랑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런던에는 고강도로 유명한 식당이 두 군데 있는데 이 두 곳이었다. 

내가 정말 일복 하나는 끝내준다.)




.

.

.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인터뷰를 보고 트레이닝을 거친 후,

결국 2 미슐렝 스타 레스토랑에 취업이 되었다. 



영화 Burnt의 배경이 되었던 MW 레스토랑. 실제로 몇몇 동료들은 영화에 나오기도 한다. 


*여담

영화 Burnt 제작을 앞두고 리모델링을 하면서 많은 인사이동이 있었는데, 그 기간을 틈타 관뒀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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