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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rin Aug 21. 2018

<영국편> 런던 자전거 이야기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를 이용해 봅시다

초등학교 이후로는 자전거를 탈 일이 별로 없었던 나는 성인 돼서는 런던에 와서야 다시 올라타 보았다. 직업상 밤늦게 퇴근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버스나 지하철은 끊겨 나이트 버스를 타야 했는데, 특정 장소에서 타야 하는 번거로움과 집까지 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기에 자연스레 중고 자전거를 구입하게 되었다. 살인적인 대중교통 물가도 한 몫하긴 했다.


영국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만큼 자전거 도로 정비가 굉장히 잘 되어있다. 비록 이층 버스를 옆에 두고 지나갈 때면 간담이 서늘해지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익숙해지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다.


중고 자전거는 워낙 매물이 많기 때문에 페이스북이나 gumtree와 같은 사이트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매물이 많은 만큼 수요도 많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조건의 자전거 매물이 올라온다면 바로 연락해 만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잠깐 망설이는 동안 이미 누군가가 사 갔을 수도 있기에...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다.


내 런던 생활 첫번째 자전거. 바퀴만 훔쳐가는 경우도 많기때문에 좌물쇠 2개는 필수!

런던의 도로는 평탄한 편이라 대부분 얇은 휠의 픽시(기어가 없고 페달을 밟는 대로 굴러가는 자전거) 혹은 싱글기어를 타는 경우가 많다. 나 같은 경우도 픽시를 사용했는데 기어가 있다면 3단 정도까지는 있는 것도 좋을 듯하다. 픽시는 가볍고 가격도 싸기 때문에 많이 타지만, 신호를 받고 멈춰있을 때 페달을 원하는 위치로 옮겨 놓기가 번거로워 익숙해지기에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 그리고 내리막길을 갈 때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으면 바퀴가 굴러가는 속도에 맞춰 내 발도 미친 듯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가는 목적지로 나아가기 전에 무릎이 나갈수도 있다. 뭐니 뭐니 해도 픽시의 장점은 짧은 시간에 허벅지가 매우 건강해진다는 사실이 아닐까.


처음 런던에서 자전거를 타고 도로에 나가면 사실 굉장히 무섭다. 내 옆으로 차가 지나가고 신호도 봐야 되고 우회전이나 좌회전 등 방향을 바꿀 때는 손으로 수신호까지 해줘야 한다. 도로가 익숙하지도 않고 중간중간 핸드폰으로 지도도 확인해야 하는 초보에게는 5분밖에 안 되는 거리를 가도 진땀이 꽤나 흐르는 순간순간이다. 하지만 라이딩이 조금씩 익숙해지면 모든 것들이 자연스러워지고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슬쩍슬쩍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밤늦은 시각, 새벽녘 퇴근길.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차 없는 거리를 쌩쌩 달리는 그 기분은 말로 다하지 못할 만큼 벅차고 내일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평온함을 주기에 하루 일과 중 이 시간을 제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시도 때때 없이 비가 내리는 런던이라 비 맞은 생쥐꼴로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이마저도 행복한 이 곳은 런던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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