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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rin Sep 10. 2018

D-3 마지막 워홀, 덴마크

정리하러 떠납니다

캐나다에서의 워홀을 끝나고 주어진 3개월간의 휴식기간.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동안의 워킹홀리데이를 기록하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지만, 지난 일들을 추억하면서 글을 올린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때의 감정들이 생생하게 기억나지 않았고 이미 지나버린 일들이라 그런지 자꾸 미루게 된달까? 그러고 보면 매일 일기를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하게 느껴지는지. 


올해는 마지막 워홀로 가는 만큼 그동안의 워킹홀리데이로서의 정리하는 마음, 혹은 정착으로서의 생각을 단단히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되도록이면 매일매일 조금씩 기록을 해보고자 한다. 일을 하면서 하루 이틀 미루다 보면 또 흐지부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마음을 다잡고 하루하루 조금씩이라고 일기를 써봐야겠다. 어쩌면 이 기록들이 호주, 영국, 프랑스 그리고 캐나다에서의 워킹 홀리데이를 모두 정리해주는 '통합서'로써의 역할을 해줄지도 모르니까. 사실 워홀러라면 한 번씩 살아보고 싶은 나라 우선순위에 있는 곳들을 모두 살아봤지만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니까. 조금씩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인간 대 인간으로서 다가가면 굳이 나라로서 나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루하루 살면서 지나치는 모든 순간들, 사람들을 기억해보면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던 기억들은 나 자신이 만들어 가는 거니까. 어디에 사느냐가 아닌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8여 년간의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짬이 좀 생긴 건지, 이제는 떠나기 전날까지 짐도 제대로 싸지 않고 있어도 불안한 마음이 별로 없다. 아, 이번이 마지막이구나. 리셋하고 와야지.라는 심정이다.


사실 떠나기 전에 가장 걱정되는 건 집인데, 집만 해결되면 거진 팔십프로 이상은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행히 운 좋게 도 카우치서핑을 통해서 며칠 동안 지낼 수 있는 집을 찾았는데(방이 2개인 집에 2명이 사는 구조), 방 두 개 중 하나를 사용하는 사람이 선뜻 자기 방에서 지내도 좋다며 자기가 4일 정도 여행을 떠나니 그동안 혼자 방을 사용하라고 제안을 해왔다. 덴마크 사람들은 사귀기 어렵다, 마음이 차갑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에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이 비싼 동네에서 무료 숙박이라니!! 자기도 젊었을 때 나처럼 돈 없이 돌아다녔었는데 그때 많은 선의를 받았다며 이제는 자기가 돌려줄 때인 것 같다고 했다. 와 - 


그러고 보면 나도 외국에서 워홀러로 살면서 많은 것들이 변한 것 같다. 한국에서였다면 절대 시도해 보지 못했을 히치하이킹을 하던 시절, 그리고 캐나다에서 중고차를 구입한 후 히치하이커들을 내가 태우게 된 것까지. 내가 받은 만큼 베풀고 산다면 얼마나 마음 따뜻하고 멋진 세상이 될까.


마지막 워홀을 떠나기까지 앞으로 사흘. 올해는 내가 얻은 만큼 많은 것들을 쏟아내고 비워내는 한 해를 보냈으면 좋겠다. 벌써 2018년의 중반까지 흘러왔지만 내 일 년은 새로운 국가에서 첫 발을 내딛으며 시작하니까 올해는 9월이 연초가 되는 건가. 덴마크는 우유가 유명하댔으니까 많이 먹고 쑥쑥 커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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