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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rin Sep 17. 2018

#2 일이 참 잘 풀린다

Welcome to Copenhagen!

인턴 시작까지 일주일 정도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기에 마음이 동동거렸다. 일을 시작하면 집을 알아볼 시간도, 자전거를 찾아 헤멜 시간도 없을 텐데 시간 내에 과연 다 끝낼 수 있을까?


도착한 첫날 맛보았던 호된 지하철 가격으로 인해 행여나 준비해온 생활비가 너무 일찍 떨어져 버리는 건 아닐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첫날은 너무 피곤해서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딱히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오늘은 눈을 뜨자마자 울리기 시작하는 배꼽시계가 나를 소름 돋게 했다. 집값만 생각했지 교통비나 식비 등은 고려하지 못했다. 도대체 뭘 준비한 건지 알 수가 없다. 나름 잘 계산했다고 생각했는지 오만이었나 보다.


다행히 한국에서 챙겨 온 미숫가루가 있어 근처 가게에서 우유를 사 오기로 했다. 그러면 이걸로 며칠은 버틸 수 있지 않을까? (강제 다이어트는 보너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특가 세일 중인 물품들을 둘러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바나나 한송이와 시리얼을 구입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일주일은 거뜬히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아, 정말 인턴 하면서 알바도 같이 병행해야 하는 걸까? 떠나기 전에도 이런저런 고민들이 많긴 했지만 막상 현실에 부딪히니 막막하기만 하다.

이참에 살이나 빼야겠다.


오늘 만날 첫 자전거의 주인은 숙소에서 약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거주했다. 대충 미숫가루 한잔을 털어 넣고 나선 코펜하겐에서의 첫 외출! 날씨운이 따르는지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가 절로 미소를 짓게 했다. 왠지 즐거운 일들이 일어날 것만 같은 하루다.


처음으로 버스를 탄다. 어머머
나도 타고 할머니도 타고

CPR이 있으면 할인이 되는 교통카드 혹은 정기권을 발급할 수 있는데,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나는 선불식 충전을 선택했다. DOT라는 어플을 다운로드하면 최소 구입 단위는 20 credit이며, 대부분 편도에 2 credit으로 이용 가능하다. 편도가 24kr정도 하는데 이 티켓은 18kr정도 된다. 어플을 열면 자동으로 내 위치를 잡아주고, 가는 목적지를 입력하면 알아서 계산해준다. 내가 지금 있는 곳에서 빨리 갈 수 있는 경로를 찾아주고 버스나 지하철 등을 보여주는데, 그중 하나를 선택하면 티켓 사용 여부가 뜬다. 클릭하면 자동으로 지불되는데 버스의 경우에는 핸드폰에 뜬 티켓을 보여주면 되고, 지하철은 무인시스템이므로 그냥 타면 된다.




코펜하겐 자전거는 대부분 앞바퀴 핸드 브레이크와 뒷바퀴 페달 브레이크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게 처음 올라타면 굉장히 당황스럽다. 페달 위치를 맞추기 위해서 공회전을 할 수가 없기에 서기 전 페달 위치에 맞춰둬야 하고 핸드 브레이크만으로는 멈추기가 쉽지 않아 페달로 브레이크 잡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런 정보가 전혀 없는 나는 테스트 라이딩을 해보다가 핸드 브레이크를 꽉 잡아 앞으로 튕겨나갈 위기에 처할 뻔하기도 했다.

코펜하겐에서의 내 첫 자전거 :)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은 자전거 높이가 맞아 바로 구입을 할 수가 있었고, 라이트와 자물쇠가 없는 걸로 디스카운트를 요구해 저렴한 가격에 인도받을 수 있었다. 대부분 자전거를 구하는데 최소 일주일 길게는 몇 달도 걸린다고 하니 나는 정말 운이 좋은 편.


워낙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많다 보니 자전거 샵이 정말 우리나라 스타벅스 정도로 많다. 한집 건너 한집이 모두 자전거 수리 혹은 판매점. 그리고 학생 신분이라면 할인까지 더해주니 학생이라면 어필을 해보도록!


자전거 도둑이 많으므로 일단 자물쇠를 구입하는 게 급선무이므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 수리점에 들러 저렴한 자물쇠와 자전거 전조등을 구입하고, 인터넷으로 자전거 핸드폰 거치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몇몇 수리점에 보유한 곳이 있긴 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엄두가 나질 않아 직원에게 저렴한 건 없냐고 물어보니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게 제일 싸고, 핸드폰 수리점에서 팔기도 하니 문의해보라고 했다. 길이 익숙지 않은 도시에서 GPS가 없으면 중간중간 서서 계속해서 핸드폰으로 위치를 확인하고 지도를 봐야 하니 하나 구입하는 게 여러모로 속 편하다.


코펜하겐 중심가 쪽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겸용하는 핸드폰 수리점 겸 액세서리 판매점이 있어 일단 가보기로 했다. 운 좋게 구입할 수 있으면 최상의 시나리오겠지만 안되면 집을 구한 후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수밖에.

시내에 들어서면 사람보다 자전거가 더 많다


LUCKY!

행운의 여신이 나를 향해 함박 미소를 띠는구나! 이전 매장에서는 약 500kr에 방수는 물론 마그네틱이 부착되어 있는 등 최신 기능이 포함된 케이스를 권했지만, 여기서 89kr 짜리를 발견했다!!! 방수는 안돼도 마그네틱이 있어 탈부착이 간편한 모델! 그것도 마지막 한 개!

뭐가 이렇게 일사천리로 일이 다 풀리는 건지 어이가 없을 정도다. 일주일은 무슨, 도착한 지 이틀 만에 대부분의 일들이 해결되어 나조차도 어안이 벙벙하다. 이제 대부분의 일들은 다 해결되었고 지금부터는 생존싸움이다. 최소한의 경비로 나의 배고픔을 해결해야 하고, 그마저도 인턴이 시작되면 해결될 일!


마음이 고요하다.

이게 바로 짬밥일까? 나이를 허투루 먹지 않았나 보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눈을 감고, 또 스르르 잠을 청하기도 하고. 이제는 나도 나를 다스리는 일을 조금씩 알아가는가 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렇게만 지냈으면 좋겠다.


반갑다, 코펜하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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