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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할매 Feb 07. 2023

첫 사전연명의료상담

간단한 절차였으나 조금은 긴장되었다...

큰언니 같은 노인이 들어오셨다. 차림새는 비록 남루하지만 인상이 곱다. 힘든 시절을 겪으며 한탄보다 지혜로 헤쳐 나오신 것 같다.

그거 쓰러 왔소. 그 머시냐...

신분증으로 본인임을 확인하니 여든이시다. 하나하나 읽어드리면서 이해 여부를 확인하는데 시력이 낮아 그렇지 한글을 읽고 삐뚤게나마 쓰실 줄도 안다. 서류의 칸이 좁아 보시는 곳에서 대신 써드리기로 한다.

오래전부터 써두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등록하는 곳이 멀어서 못했다고, 이제  여기 생겼다는 걸 알게 되자마자 왔노라 하신다.

절차를 끝내고 대화를 이었다. 후련하다신다. 죽게 되었을 때 코에다 덮는 거 절대로 안 할 거라 하신다. 아침마다 일어나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신단다. 하나님 보시기에 곱게, 이웃에게 남루하지 않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다 하늘나라 갈 수 있기를 기도하신단다. 종교 여부를 떠나 기도가 간절한 까닭이다. 이런 노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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