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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na Sep 08. 2021

<크래프톤 웨이> 성공 이면에 숨겨진 진실

성공을 꿈꾸지만 실패하는 삶에 관하여

 오랜만에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리게 만드는 책을 만났다. 너무 감정 몰입한 나머지, 가슴이 답답해져서 다음 장을 넘기기가 어려웠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 순간들을 제외하고는 쉬지 않고 단숨에 읽었다. 배틀그라운드 성공 신화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감흥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결말을 알고 봐도 이렇게 재밌을 수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책이다. 극적인 전개와 리얼한 현장감 덕분에 흡입력이 엄청나고 현대판 무협지 같아서 소설 장르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저자에 대한 존경심이었다.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크래프톤 10년간의 이야기를 무려 2년에 걸쳐 쓴 저자에게 진심으로 존경을 표하고 싶다. 수많은 메일과 인터뷰를 취합하여 서술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을 텐데 정말 훌륭한 결과물로 정리해 준 것 같다. 최대한 사실 그대로를 담으려고 했던 저자의 노력 덕분에 더더욱 현장감 넘치는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출처 : 나무위키


99번의 실패와 1번의 성공
- 성공을 꿈꾸지만 실패하는 삶에 관하여


 사람들은 실패에 관심이 없다. 실패담보다 화려한 성공담을 선호한다. 그래서일까. 성공 신화를 다룬 대부분의 위인전과 자서전에는 개인의 탁월한 역량과 끊임없는 노력 그리고 화려한 성과가 강조된다. 비범한 그들의 이야기는 삶에 동기 부여가 될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위기를 척척 극복하는 그들과 달리 회사에서 하루하루 살아내기도 버거운 나의 삶은 초라하기 그지없으니까. 나의 정신력은 그들보다 한없이 약하고, 역량은 발톱의 때보다도 못하다고 느껴졌다.


 크래프톤 웨이도 다른 책들과 다를 바 없는 멋진 성공 신화를 강조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잘난 사람들이 모여서 대작 게임을 탄생시켰다' 대강 이런 스토리겠거니 했다. 그래서 읽을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우연히 눈에 들어온 서평 하나 때문에 읽게 되었다. 이 책의 90%는 처절한 실패에 관한 이야기만 하고 있으며 정작 성공에 관한 이야기는 10%뿐이라는 내용이었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 신화가 주된 논점이 아니어서 인상적이었다는 서평을 읽고 호기심을 느껴서 곧바로 이 책을 사서 읽게 되었다. 확실히 이 책은 다른 책들과 달랐다. 아니, 달라도 많이 다르더라.


 크래프톤 웨이는 훌륭한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기본 공식을 박살 낸다. 크래프톤은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훌륭한 인재들이 모여 시작한 회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실패를 경험한다.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서가 아닌, 단순히 회사의 생존만을 위해서 구조조정까지 감행하게 되는데 피눈물 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망하기 일보 직전까지 간다. 책 막바지에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이 언급되는데 극적인 결말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기쁘거나 개운하지가 않았다. 오히려 가슴이 먹먹했다. 책을 읽는 내내 수많은 사람들의 회한과 좌절, 열정, 눈물 등이 강렬하게 남아버린 탓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노력해서 성공할 수 있었다'가 아닌, '노력은 했지만 무엇보다 운이 좋았다'에 가깝다. 그래서 단순히 노력만으로 성공했음을 강조하는 다른 책보다도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현실에서는 노력해도 안 되는 것들이 분명 존재하니까 말이다. 나보다 뛰어난 인재들도 항상 성공 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는 사실이, 어쩌다 보니 운 좋게 성공했다는 사실이 뜻밖에 위로가 되어주었다.


 단 한 번의 성공 이전에 99번 이상의 실패와 좌절을 겪으며 버텨낸 사람들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버텼던 것일까.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10년 동안 걸었다는 건데 상상만 해도 공황 장애가 올 것만 같다. 그런 점에서 크래프톤 전 대표인 김강석과 장병규 의장을 포함하여 그곳에서 고군분투했던 모든 직원이 존경스럽다는 말 이외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일 그리고 회사에 관하여
- 경영인, 회사원, 전문직 등 누구에게나 추천


 이 책을 읽다 보면 일을 잘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이며 올바른 경영은 어떠한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노력했지만 결과가 나쁠 경우, 그건 일을 잘했다고 볼 수 있을까?', '회사 인재상에 적합한 인성과 태도를 지녔지만 업무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사람과 역량은 훌륭하지만 회사와 결이 맞지 않는 사람 중에 어떤 사람과 함께 해야 하는가?' 등 이러한 질문을 놓고 스스로 답을 내려보는 과정 속에서 머릿속에 과부하가 걸리기도 했다.


 크래프톤 내에서 제작진과 경영진 사이의 팽팽한 신경전을 볼 때면 어디 하나 손 들어주기 어려울 정도로 각자의 입장이 너무나도 공감이 된다. 실무자에 가까운 나로서는 제작진의 입장에 크게 공감하면서도 회사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악역을 자처해야만 하는 경영진의 입장도 이해가 갔다. 어쨌든 회사가 굴러가야 다수가 살 수가 있으니까. 회사를 직접 경영해본 경험은 없지만 피 터지는 전쟁터에서 군사를 이끌고 승리해야만 하는 지휘관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통찰력과 리더십 그리고 모든 결과를 수용할 수 있는 책임감은 어디서 배울 수 있는 것일까?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 일에 미쳐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이 주는 감동 그 이상의 먹먹함에 공감을 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크래프톤을 일찍 떠난 사람도, 어쩔 수 없이 떠난 사람도, 끝까지 버틴 사람도 모두가 대단한 사람들이다. 단순히 버틴 사람만이 승자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이것은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3년 동안 회사의 비전만 바라보며 피, 땀, 눈물을 쏟았던 과거의 나 자신. 결국은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 이직했지만 사력을 다했던 그 시간들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좀 더 버텼다면 달라졌을까 싶다가도 거기까지가 인연이었다고 생각한다. 크래프톤과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 모두 인생에서 저마다 큰 깨달음을 가져갔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전 직장에서 얻은 깨달음과 경험들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것처럼.


 개인적으로 이 책은 사회 초년생부터 시작해서 N년차 회사원, 회사를 경영하는 경영자 등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회사가 아니더라도 특정 조직에 몸담고 있는 전문직들에게도 추천한다. 크래프톤의 험난한 여정을 보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하며 때론 커다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미래가 어떨지 알 수는 없지만 올바른 방향을 향해 나아가다 보면 분명 기회의 바람이 찾아온다는 것은 누구의 인생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그런 점에서 게임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크래프톤이 다소 운빨도 필요한 게임 산업에서 얼마나 그 위상을 이어나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것만큼은 확신한다. '최후의 1인만이 살아남는 전장에서 크래프톤은 그 1인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 경험으로 다른 전장에서 또다시 1인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말이다.


 배틀그라운드에선 시작과 동시에 일찍이 사망하는 나지만 현실에서는 1인으로 살아남는 순간까지 달려보겠다는 굳건한 다짐을 해본다. 나의 인생에도 크래프톤처럼 극적인 순간이 오는 머잖아 오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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