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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배우 Jul 05. 2024

혼자 떠난 2박 3일 제주 여행

제주도 애월 여행(1)

2023년 9월 20일 기록

(일기장에 적은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하였다.)


2017년 여름 제주도 한달살이 후, 제주에 혼자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학원 휴학도 했겠다, 여름도 지나가고 있겠다, 제주에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동쪽에서 한달살이를 했기에 동쪽에 정이 많이 가지만 이번만큼은 서쪽으로 가보고 싶었다.

그렇게 선택하게 된 곳은 애월



2박 3일, 짧은 여행이지만 J스럽게 입을 옷, 준비물, 식당(영업시간 및 휴무)까지 정리를 해두었다.

비건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가야 할 식당을 미리 알아두어야 하므로 더더욱 j스럽게 행동하게 된다.




<김포공항으로 가는 공항버스 안>


- 엄청난 생각들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유리창을 바라보다가 모든 고민이 DAEWOO 로고로, 더 나아가 한 점으로 수렴하는 순간을 지켜봤다. 고여있던 모든 생각은 사라지고 나와 로고만이 존재하는 몽환적인 순간이었다.


- 은행으로부터 보증금 대출 진행이 잘 되어가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잘된 일이었다. 그러나 무표정을 짓고 있는 날 발견했다. 그리 오래도록 머리 싸매고 고민해 왔던 일이 풀렸는데 왜? 기뻐하자. 고민했던 만큼 딱 그만큼 기쁨을 누리자. 잘되고 있다잖아. 신한은행 차장님은 나의 귀인이시다.







<공항>


- 보안검색대에서 내 앞에 있는 남자분의 헤어스프레이, 그리고 나의 컬크림 스프레이가 재검사 대상이 되었다. 뭔가 동질감이 들었다. 헤어스타일... 참 중요하죠?


- 탑승구 변경 10번 -> 3번, 탑승시각 변경 14:40 -> 14:55 

인생은 늘 예측 불가능. J도 이런 순간엔 속수무책, 받아들여야 한다.


- 자연스럽게 새치기하는 할아버지.. 이런 것도 연륜이라면 연륜일까?


여행에 대한 실감이 전혀 나지 않고 있을 무렵

비행기 안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땅콩쿠키'이야기

엇, 내가 제주도행 비행기에 타고 있긴 한가 보네?


도중에 인생 최대 난기류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난기류를 만났다. 무서워서 미칠 뻔했다.

대체 시드니는 어떻게 갔다 온 걸까? 그 와중에 뒤에 애들 둘은 시끄럽고 내 좌석을 발로 차고..

진짜 최악이어서 몸과 마음을 올바로 붙들어 매느라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착륙할 때가 되니 난기류가 즐거운 롤러코스터처럼 느껴졌다. 

때와 장소에 따라 같은 일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반복된 경험은 반드시 무뎌짐을 가져온다는 것도........ 앗 취소. 떠드는 아이 둘은 비행기에서 내리기 직전까지도 진정되지 않았고, 마음은 결국 이성을 잃은 채 안드로메다까지 다녀왔다. 어찌나 시끄러운지 왼쪽 편두통까지 생겨버렸다. 애들이 뭐가 문제냐만은 부모가 조용히 시켰으나 애들이 전혀 듣지 않았다. 권위의식이 아예 없는 부모도 좋은 아닌 듯하다.


 



<비건 도넛이 있는 카페>

버스를 타고 도착한 이 동네는 참 조용한, 그러나 사부작스러운 느낌이 든다. 

이런 고요한 순간이 필요했다. 


오리지널 도넛과 초(코)땅(콩)이를 주문했다. 

이곳의 땅콩버터는 스키피 맛이 난다. 나는 첨가물이 없는 땅콩버터를 좋아하기 때문에 오리지널에게 합격증을 건네주었다. 서울에 있는 오베흐트 도넛에서도 나의 최애 맛이 오리지널이다. 하긴 크리스피크림 도넛이 괜히 인기가 많겠어? 오리지널은 영원한 원탑인 것이다. 

먹다 보니 배가 부르다. 누군가와 함께 왔으면 좋았을 텐데, 여행의 필수 준비물인 큰 위장을 준비하지 못했다. 이번 여행은 오버하지 말아야지..



제주시와 ㅈㅔㅈㅜㅅㅣ


이렇게 나의 제주 여행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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