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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Feb 18. 2021

빈 책등에 담긴 이야기

진심은 통하는 법


요즘 “~에 진심이다”라는 표현이 유행처럼 번진다.


기술의 발전으로 한없이 풍요로운 시대가 되었지만 정작 거리에 사람들은 줄어들고 온갖 가짜 뉴스와 우리의 머리를 온통 지배하는 SNS, 편리함에 중독되게 만드는 언택트 문화가 주류가 된 지금.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쩐지 진실보다 거짓이 더 많아져버린 사회가 되어버렸다. 그것에 무력하게 적응해 버린 우리의 마음 어딘가에서는 진심이 고팠던 것이 아닐까. 적어도 나는 간절히 그렇다.

비대면 사회가 도래하니 그제야 우리는 지극히 사회적인 존재였다는 것도 새삼 느낀다.

“안녕하세요” “내일 뵙겠습니다”라는 단 두 마디만 오가는 루틴 속에서 우리는 진정 “사람”을 만나고 있을까.
현대인의 대화 속에서 같은 상품, 같은 가십거리, 같은 식당을 소비하지 않으면 소외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것은 잔인하다.

원치 않는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열심을 다하게 만드는 사회는 정상은 아닐 것이다.

오늘 우리 안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아직 숨 쉬고 있을까. 그것들이 숨을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사람들은 더 이상 서로의 눈을 바라보지 않아요”

존경하는 디자이너 디터 람스는 한탄한다. 그 역시 활동 당시에는 산업사회의 소비주의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음을 뒤늦게 후회하기도 했지만,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그가 전하는 “Less is more.” 만큼은 오늘날 풍요로움을 누리며 살아가는 모두에게 절대 늦지 않은 진심이다.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 제목도 비슷한 말을 한다.


서론이 엄청 길어졌다. <어쩌면 당신의 가방은 무거워질 수 있겠지만>이라는 책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년 2월, “플라스틱 없이도 잘 사는 사람들”이라는 페이스북 그룹의 오프라인 모임. 청록색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이의 제안에서 시작되었다.

우리 안에 아직 숨 쉬는 이야기들에 생명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책의 공저로 참여한 동시에 편집 디자인을 맡았다.


12월 말부터 1월말까지 텀블벅에서 펀딩을 진행했다. 후원 330%를 달성!


플라스틱 제로를 지향하는 평범한 15인의 고군분투기가 담긴 이야기. 각자의 이야기를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정말 다채롭고 재미있다.

쓰고 그리고 고치고 하다 보니 1년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가 먼저 손을 잡고 이제는 더 많은 이들과 손을 잡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가 올해 1월, 드디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텍스트들 사이에서 고요한 백지를 보면 한번쯤 뽑아보고 싶지 않은가?


진짜 이야기는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이다. 책 제작 과정에서 생긴 웃지 못할 사고가 터졌다. 이미 후원자분들께 발송된 책들과 독립서점에 입고 예정이었던 500권의 책등에 제목이 인쇄되지 않았고 책 내부에 오류가 몇 가지 발견된 것이었다. 편집 디자인을 맡은 내 실수가 컸다. 내 챕터가 시작되는 부분에 적힌 “허당 소리를 자주 듣지만”이라는 저자 소개가 정확했음을 모두에게 증명했다.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책이라서 재생 종이를 사용했고 날개도 없앴다는 등 자신 있게 후원자분들을 안심시킨 우리의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같아 머리가 노래지고 팀원들에게 한없이 미안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팀원들은 나를 다독여주며 함께 머리를 굴려 해결방안을 모색했고, 결국 앞으로 추가 입고될 것을 생각하여 실수를 보완한 새로운 300권을 추가로 인쇄하게 되었다. 첫 후원자분들께 배송된 “깨끗한 책등”버전은 이제 한정판이 되어버렸다.

이 과정에서 나는 책등에 제목이 인쇄되지 않은 것에 대해 먼저 컴플레인을 한 후원자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물론 조치를 취한다는 공지를 올린 이후에 확인한 사람들도 있어서 그런 것 일지 모르지만 정말 놀랍게도 어떤 사람들은 이 빈 책등의 의미를 우리에게 새롭게 인식시켜주었다. 우리의 진심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전해졌기에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감히 짐작해본다.

읽는 순간 울컥했던 한 후원자의 메시지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를 보는 그들의 이야기가 만나 새로운 영감이 탄생한다


“진심은 통한다”는 이 말이 왠지 모르게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

돈을 주고 산 입장에서는 분명 화가 날 수도 있는 상황임에도, 너그러이 이해해준 239명의 후원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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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만큼은 지극히 내 관점에서 쓴 소개글이자 내 생에 잊지 못할 비하인드 스토리도 같이 적어봤다.


이 책을 읽은 후 당신의 가방도 무거워질 수 있겠지만, 마음만큼은 가벼워지면 좋겠다.

당신의 진심이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 누군가에게 또 다른 영향력이 되기를 바란다.


“당신이 세상에 해야할 말ᅳᆯ이 아직 마이 있습니다.
그 말들이 세상에 나올때
비로소 삶의 멜로디가 시작됩니다.” -서희태


마스크가 일상인 시대, 모두가 산소통을 뒤집어쓰고 다니는 어느 영화 속 한 장면이 곧 실제가 될 것 같은 암울한 요즘.
내게 가만히 용기를 주던 눈동자들을 기억하며 나도 이제는 그 시선을 다른 이에게 향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이제는 당신이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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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어쩌면 당신의 가방은 무거워질 수 있겠지만>은 전국 독립 책방에 입고 중입니다!

https://www.instagram.com/noplablem/​​ 독립출판 노플라블럼 공식 인스타그램
구매 혹은 대여를 원하시면 DM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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