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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Feb 22. 2021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거대한 전환, 이제는 시작해야 한다.

길게는 7년이 남았고, 나는 시한부 인생이다.
이것은 웬 뮤지컬 각본 같은 말일까.

기후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최근 몇 년간 나는 일상에서 만남의 끝에 이별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감하고 있는 어떤 이들의 비통한 마음과 감히 비슷한 심정이 돼버린다.

아직 꽃샘추위도 오지 않은 오늘의 2월은 벌써 여름 같은 날씨에 왠지 불길하다.


눈 한번 오지 않던 미국 남부는 이제 폭설로 사람이 죽어가는데,
10년 전 얼어붙은 산 위에 눈부신 일출을 봤던 그곳의 빙하가 조금씩,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데
여전히 지구 반대편의 우리는 석탄발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지. 끝없이 높은 건물을 짓고 공항을 지으려 하는지. 여전히 멀쩡한 음식물을 버리고 마음껏 일회용품들을 사용하고 있는지.
그것이 우리의 일이 될리는 없다는 듯이.


나오미 클라인의 책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의 명료한 문장들 위에 겨울답지 않은 햇살은 잔인하게도 머문다.

오늘 이를 압축한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중국의 광적인 산업화로 파란하늘을 볼 수 없는 아이들. 그제서야 어른들은 정신을 차린다. “이건 아니야”




다른 것보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바로 석탄발전을 찬양하는 하트랜드 연구소 관계자들이었다.


대체 왜 나의 문제이고 너의 문제이고 우리의 문제인 이것이 정치적 편향으로 귀결되는가?

지구가 불덩이가 되고 나서야 우리는 정치 논쟁을 끝낼 것인가?


현재 체제를 강력히 유지하고 싶은 이들, 자본의 권력을 놓고 싶지 않은 이들.

그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것을.


“오일샌드 개발로 인한 환경 피해가 얼마나 잔인한지는 너무 명백해요.
향후 다른 누군가의 건강에 피해를 준다는 것에 대해 직접적으로 책임감을 느껴요”
전 타르샌드 개발을 당장 내일 중단시키는 걸 지지하진 않아요.
그 일로 먹고사는 가족을 둔 친구들이 너무 많거든요.
저나 그곳의 제 친구들 대부분이 진짜로 지지하는 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거예요.
흥미로운 건 재생 에너지 산업이 오일샌드 노동자들을 그대로 고용 가능하다는 거예요.
송유관 설치공, 보일러공, 전기기술자 말이죠.
벌었던 돈을 가지고 우리가 풍력 발전소나 태양광 발전소를 지어 공급하면 의미 있는 일일 거예요.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어요.
한 사회 집단으로서 진지한 조치를 서둘러 취해야 해요.
잠자코 있을 여유가 없어요.“

일자리 vs 환경
경제 vs 환경 같은 해묵은 이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에 여전히 갇혀 있다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든다.

무엇보다 정부의 변화를 위해서는, 아래로부터, 시민으로부터의 거센 압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일 시민사회가 이루어낸 것처럼.
우리는 결코 작은 존재가 아니기에, 그 움직임은 더욱 중요하고 소중하다.

이는 단순히 북극곰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기 때문이다.

“To me, it doesn’t sound like a loss.
It sounds like a homecoming.

So here’s the big question.
What if Global warming is not only a crisis?
What if it’s the best chance we  are ever gonna get to build a better world?”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지구 온난화가 그저 위기만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진 않을까요?


울리히 벡 교수님의 “파국적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계속 기억하며.
많은 것들이 얽히고설킨 이 시기에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면-
바로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아닐까.

더 이상 자신들을 파괴하지 말라는 자연과 무수한 생명들의 외침을 듣는 것.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그 경고는 더욱 명백해졌다.


눈 앞의 현실을 부정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
우리는 계속 나아가야만 한다.


“We’re the first generation to know this, and the last generation to solve this”
우리는 이를 깨달은  세대이자, 해결할  있는 마지막 세대이다.


-
내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깨닫는 것.

내 옆의 누군가를 좀 더 돌보는 것.

그리고 그 시선을 조금씩 더 확장해나가는 것.

“Jesus replied: “ ‘Love the Lord your God with all your heart and with all your soul and with all your mind.’ This is the first and greatest commandment. And the second is like it: ‘Love your neighbor as yourself.’”
‭‭Matthew‬ ‭22:37-39‬ ‭NIV‬‬

오늘, 조금 더 겸손해지자.
나는 먼저 그렇게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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