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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ibooks Jul 27. 2018

[인랑]

386세대의 소환

김지운 감독이 만든 영화 [인랑]의 원작 애니메이션은 1999년작으로,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의 작품이다. 그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1995년작 [공각기동대]에서 작화와 캐릭터 등을 담당한 이력이 있으며, 2004년에는 [이노센스]의 캐릭터 디자인을, 2011년에는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의 감독과 각본을 맡았다.


* 윤태호의 웹툰 '인랑'은, 김지운 감독의 실사영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프리퀄 웹툰이다. 애니메이션 인랑에 대한 인지가 없는 사람들 몇몇은 윤태호의 웹툰을 원작으로 김지운 감독의 영화 [인랑]이 만들어졌다는 오해를 했다고 하여 설명을 덧붙인다.


원작을 둔 영화를 만들 때에는, 원작의 명성만큼의 위험이 따른다. 그리고, 원작이 있는 영화를 만들 때에는 반드시 어떤 장면을 생략하거나 때로는 추가되는 장면이 있기도 한다. 생략되거나 추가되는 장면에서 우리는 감독의 의도를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게 된다.


이 영화의 감상을 통해 내가 짐작해낸 감독의 의도는, 그가 총기난사와 폭력적인 장면에 대해 아주 세심한 묘사를 원했다는 사실이었다. 어쩌면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자 볼거리는 계속되는 폭력 씬이었다. 또한, 여성 캐릭터들에 대해서도 구시대적인 묘사를 넘어서지 못했다. 원작 애니메이션에 비해서도 매우 의존적이고 징징대는, 예를 들어 신파 드라마에서처럼 동화책을 읊으면서 울고 자신을 데리고 떠나 달라고 졸라대는 캐릭터를 강하게 덧씌우거나, 쓸데없이 원작에 나오지도 않는 딸기우유나 빨고 다니는 이미지로 설정했다. 게다가 15명의 여고생 총격 장면은 어떤가. 희생자가 볼거리로 전락하는, 가장 비열한 장면이다.

또한, 아무래도 설정 자체가 통일을 앞둔 혼란 속의 남한이라고 하지만, 2029년이라고 하는 미래의 이야기인데. 간혹 나오는 설정은 구한말 같아 보이거나 1980-90년대의 이미지로 보이기도 한다.

원작에 등장하는 이미지를 무시할 수 없다고는 하나, 강동원 등이 입은 특수복의 경우도, 요즘 같은 시대에 아무도 입지 않을, 무쇠 같은 재질의, 두껍고 무겁기만 해서 물리적으로 강하기만 한 철갑옷으로 그 긴 팔다리 배우들의 몸을 감싼 채 버둥버둥 걷고 뛰고 싸우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비효율적으로 느껴진다.


아마 위에 열거한 날 것의 폭력 씬, 유약하고 유아적인 여성상, 둔하게 움직이는 무쇠 갑옷 같은 이미지들에 익숙함을 느끼고 아날로그 적인 감성이라 믿고 향수를 느끼는 이들은 인랑에 조금은 후한 점수를 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김지운 감독에 대한 정보를 찾았고, 그중 그의 출생 연도를 제일 먼저 찾아보았다. 그가 이런 류를 좋아할법한 나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인랑을 감상한 뒤 개인적으로 자신이 꽂힌 부분만을 자극적으로 묘사하려 노력한 듯 했다. 그는 굳이 이런 유명 배우들을 데리 애니메이션 [인랑]에 대한 덕질을 하고 있는 것이며, 대체 이 영화에 얼마를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예리가 나오면 뭘 하나, 한효주가 예쁘면 뭐하나. 강동원이 잘생기면 뭐하나, 정우성이 나오면 뭐하나, 그 둘이 철갑을 두르고 싸우면 뭐하나.. 싶은 영화였다.


오래전 애니메이션 [인랑]을 보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다시 원작을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생각보다 간결하고 명확하게, 너무 직설적일 정도로 사실관계와 인과관계를 알려주고 있었다. 영화에서는 오히려 원작에서 명확하던 대화를 다 뭉개어 버린다. 아마 애니메이션 [인랑]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로, 영화 [인랑]을 처음으로 접한 관객들에게는 더 모호하게 느껴졌을 수 있고, 전후관계나 설정이 당혹스럽게 다가올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제공된 시사회를 보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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