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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ibooks Jul 04. 2022

규정되지 않는 창작물을 위하여

플랫폼을 고르려는 자의 고민

브런치에 글을 올린 지 한참이나 되었다.

사실 가끔 브런치 알람이 울먹이듯 글을 올리지 않은 지 꽤 되었다고 알려주기는 했었지만 조금 귀찮게 여길 만큼 그렇게 오래된 것을 체감하지는 못했다. 매일같이 들락거리는 매체에서는 시간이 그렇게 빠르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데 유독 브런치에서만은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흐른다고 느끼는 것은 내가 브런치에서 아무 글을 올리지 않고 별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프리랜서이자 엔잡러의 본분에 맞게 여러 가지 일들을 한꺼번에 맡았고 몇 가지는 마무리가 되었다. 한참 바쁜 시기에 또 엄마가 여행을 가셔서 가족의 일에 짧은 시간이나마 할애하기도 했다. 6월 말이 되어 조금 쉬는 기분으로 보내다가 다시 7월의 수업이 시작되었지만 이제 방학이 다가와서 또 조금은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기가 다가온다. 그렇다고 방학에 마냥 노는 것은 아닌데, 방학과 상관없이 진행하는 기관이나 프로젝트도 있고 무엇보다 방학에는 방학 특강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와의 흐름과는 다르게 이동하고 일하며, 그간 미뤄두었던 지인들과의 만남도 잠깐이나마 가능할 것 같아 조금은 기대가 된다.


요 며칠 쉬는 동안 방학 수업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지만, 새로 진행하고자 하는 창작물의 기획을 머릿속으로 구상하면서 그 창작물을 연재하고 풀어놓을 플랫폼과 형식, 제작방식을 고민해보았다. 그 새로운 창작물은 일단, (그간 수없이 만화를 그려봐!라는 제안에도 신경질적으로 부정적인 대응을 해왔던 만큼) 놀랍게도 웹툰이었다. 단순히 플랫폼을 인스타그램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달 말이 되기 전까지 개인정보 수집을 동의하라는 메타의 미궁에 빠져버렸다. 요즘 잘 가지고 놀고 있던 인스타그램 계정과 페이스북에 남겨둔 이상한 나의 옛 글들을 나는 삭제해야 하는 걸까.


메타가 내 개인정보를 가지고 무엇을 하려는 걸까?


이런 고민이 떠오르자 검색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런 상황이 불안한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다른 사람들은 별로 불안해하는  같지 않았다. 내가 유독 프로불편러인 걸까. 인정하는 바이지만  단어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저 프로불편러라는 단어는 나에 비해 다른 사람들이 프로둔감러인 것으로 받아들이면 그나마 간단하다.


지금이야 메타의 약관이 사용자에게 나쁠 것 없다 하더라도 자꾸 기업에서 지향하는 방향으로 약관을 수정할 것이 분명하고 그럴 때마다 그 방향이 나와 맞는 것인지 아닌지 살펴야 하는가 싶어 그런 일이 생길 앞날을 미리 걱정하는 것이다. 내 정보를 어딘가에 팔아먹는다던가 나도 모르게 메타버스 계정이 생겨버리게 된다던가.. 이런 것이 어색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예전 플랫폼들도 모두 그래 왔으니까. 그렇지만 그래 왔다는 것을 알기에 이 수순을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메타버스... 이미 메타의 내 스티커 아바타는 꾸며두었는데... 네. 재미있었고요.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스며들듯 메며들어버린다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초중고 학생들을 대면하고 강의하는 입장에서, 메타버스를 잘 관찰하고 살펴보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나라는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대기업에 부주의하게 내놓으며 먼저 체험해보아야 하는 것일까?


약관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사용할 수 없어진다는 메타의 선고 시간이 20일 남짓 남았는데 나는 아직도 계정을 탈퇴하고 삭제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결국 국내 브랜드인 네이버 블로그나 브런치가 내 창작물의 안정적인 최종 플랫폼이 되어야 하는 걸까, 국내 플랫폼이라면 문제가 생겼을 때 집단 소송이라도 좀 더 수월하게 가능할 테니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작업하려는  칸짜리 카드 기사처럼 넘겨볼  있는 웹툰이라는 창작물에 맞는 플랫폼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동안, 시간흘렀다. 그리고 여러 가지 아이패드 어플로 그림을 그려보고 테스트를 해보았다. 그러다  생각은

그냥 다 삭제하고 유튜브에 간단한 애니메이션이나 만들어 올릴까......

하는 것이었다. 내가 하는 작업들, 아니면 요즘 나타나는 크리에이터들의 창작물이 딱히 예술이라 규정짓지는 않지만 오히려 이러한 크리에이터들이 예술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이상하게 온라인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이전부터 예술가들은 자신이 활동할 영역과 제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분투해온 것으로 안다.


어째서 이렇게 자리를 찾기 쉽지 않을까? 내가 하는 예술과 창작이 누군가에게 규정되지 않는 분야의 것이고 하위분류 하에 들어있지 않는 것이라면 더 그런 것 같다. 모두에게 쉽게 다가가고 누가 봐도 웹툰이라는 형식을 갖는 창작물에 있어서도 이러한데...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당분간은, 아무런 형식이 없고 무엇이라고 불리지도 않을 이상한 것을 만들어 그것을 카테고리화 시켜야겠다고, 그리고 개인적으로나마 이 창작물을 지키는 상태로 유포해 보겠다고 다시금 다짐해본다. 그리고 두통은 그저 예민한 나라는 개인의 몫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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