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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e Kim Sep 29. 2016

먼 곳에서 추석을 기념하는 나름의 방법

다시 몬트리올로

'집'에 돌아온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여름의 끝자락, 몬트리올에 몇 달 만에 돌아왔을 때 나를 나를 반겨준 것은 멍멍이도 냐옹이도 아닌... 집 계단에 주렁주렁 달린 포도넝쿨이었다.


집 뒷마당 골목길에는 이웃이 붙여놓은 귀여운 쪽지와 허브 화분이 내 마음을 녹이고...



'오늘 저녁 요리에 쓸 허브가 필요하세요? '

필요한 만큼 뜯어가세요. 꽃들 사이에 있답니다.

저 아래 바닥에는 민트랑 에스타라곤도 있어요!'


정겨운 우리 몬트리올 주민들...

이러니 몬트리올이 점점 '집' 심지어 '고향'처럼 느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후끈후끈한 날씨에 격분하며(멕시코 시티는 예상과 다르게 여름에 쌀쌀했다) 틈 날 때마다 테라스에서 여름 막바지 맥주 찬스를 쓰던 게 엊그제 같은데, 하룻밤 사이에 벌써 오리털 패딩에 머플러를 두르고 아침에 자전거를 탈 땐 장갑까지 끼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물론 내가 조금 오버하는 거


그리하여 한국에는 추석이 지났고 여기는 곧 땡스기빙 데이가 다가온다. 가을이 오고, 수확철이 지나가고 있다는 소리다.



시장에 '바삭바삭한' 햇사과가 등장하고




토마토는 가장 달고 즙이 많으며, 게다가 가장 저렴한 시기. 이탈리안 할머니는 당연하다는 듯이 토마토를 사재기하신다.


나 또한 겨울을 준비하는 다람쥐(?)와 같은 마음으로 마켓에 넘쳐나는 야채와 과일들로 저장음식을 만든다.




이제 끝물이라는 과일 장수 아저씨의 말에 충동구매한 플럼(자두의 일종)으로는 겨울에 어울리는 정향과 넛멍(Nutmug), 계피를 넣어 잼을 만들고.



친구의 텃밭에서 업어온 그린 토마토로는 Relish를 만들었다.



바질을 넣은 토마토소스도 만들고



겨우내 나물로 먹을 가지도 말린다.



그렇게 풍요로운 수확물을 다듬고 손질해 겨울을 준비한다.

먼 곳에서 추석을 기념하는 나름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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