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괴물 Jan 12. 2018

어떻게 살 것인가?

누구나 자신만의 리듬이 있다



몇 해 전 친구에게 헤드폰을 선물 받았다.


좋은 음향기기로 음악을 듣는 것은 그가 주장하는 가장 멋진 취미였는데, 늘 나에게도 그 경험을 선물해주고 싶어 했다.


주변 소음을 완전히 차단해주는 최신식 헤드폰의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예찬하며, 그 순간만큼은 오로지 세상의 소음에서 탈피하여 묘한 자유함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다 언젠가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아 복잡한 어느 날, 그 친구의 말이 불현듯 생각났다.

어쩌면 나는 음악 한 곡 제대로 들을 시간도 없이 바쁜 일상을 살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헤드폰으로 정성스레 음악을 선곡한 뒤 무작정 서울을 걸었다.

도시의 소음이 너무나 피곤한 거리.

빛과 그늘이 가장 격하게 공존하는 익숙한 길을 걸으며 음악 이외에는 아무런 소음이 들리지 않는 마법의 기능을 켰다.


그러자 불규칙 적인 타인의 발자국 소리도

차들이 빠르고 복잡하게 달리는 소리도

거리 매장과 식당의 음악소리도 모두 무음이 되었다.


행위만 있고 소리는 없는 풍경.

살면서 처음 느끼는 그 광경이 너무 신선했다.





한 곡 한 곡 정성껏 노래를 선곡했다.


이문세

우주히피

아델의 노래를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문득 사람들의 리듬이 너무 빠르고 급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속도가 아닌 도시의 속도, 나의 리듬이 아닌 도시의 리듬에서 거리감을 느꼈다. 


늘 보던 풍경의 소리가 달라지니 마음과 시선도 달라졌다.

거리의 냄새도 다르고 행인들의 눈빛과 표정도 달라 보였다.


마치 처음 가보는 여행지의 낯선 풍경에 매료된 것처럼, 그저 걷기만 해도 채워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문득 뒤죽박죽이던 많은 일들이 우선순위 뒤로 사라졌고, 지금 당장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많은 소중한 것들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사소한 일들 때문에

나의 청춘을 청춘답게 보내지 못하고 있는가를 반성했다.








얼마 전 유시민 작가님의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다가 좋은 구절을 알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 존 스튜어트 밀



한 동안 바쁨과 책임을 핑계로 나만의 리듬을 잊고 살았던 게 아닌가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방식, 내가 좋아하는 하루하루를 타인의 시선에게 빼앗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길과 음악이 끝나는 순간

다시 나만의 리듬을 회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시 책을 읽고

다시 일기를 써야겠다.


사소한 것에 더 감사하고

언제나 친절하며

일과 돈보다 사람을 향하며 살아야겠다.


남 눈치를 보기보다는

소중한 내 청춘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겠다.


...

그리고 오늘은 꼭 헤드폰을 선물해 준 그 친구에게 안부 전화를 걸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