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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Mar 09. 2023

알로하 스피릿이 대체 뭐길래

낭만부부의 하와이 여행 이야기



누구에게나 로망인 여행지가 있다.

그게 나에겐 오래도록 하와이였다.


와이키키 해변의 자유로운 풍경과 세계 각지에서 모인 여행자들의 여유. 파도와 하나 되어 즐기는 서퍼들과 고운 모래에 누워 태닝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정든 회사를 그만두고 그동안 수고했다는 보상을 담아, 그리고 또 새 출발을 위한 기분전환을 핑계 삼아 하와이로 떠났다. 마침 하와이로 이사 간 친한 부부가 우리를 초대해 준 덕분에, 하와이 현지인의 집에서 머물며 더 특별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달려갔던 와이키키 해변은 역시나 힐링 그 자체였다. 완벽한 하늘과 파도, 그리고 따뜻한 공기 속에 떠다니는 여유로움이 지난 3년을 한 번에 위로해 주는 선물 같았다. 


나보다 먼저 바다를 즐기고 있는 여행자들이 까맣게 그을린 피부를 한껏 과시하며 누워있었는데, 사실 막 도착한 내가 더 까맸다. 설레는 마음으로 태닝숍을 다닌 보람이 있었던 것 같다. 







알로하(Aloha)!


흔히들 하와이 인사로만 알고 있는 이 말은 단순히 '안녕하세요'를 넘어선 더 큰 뜻이 있다.


; 내가 가진 행복의 긍정적인 기운을 당신에게 드리고 싶다는 뜻.


짧은 세 글자의 단어 속에 이런 사랑스러운 의미가 담겨있다니! 이 단어가 바로 하와이의 낭만을 잘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래서 여행 첫날, 빈티지 숍에서 저렴한 가격에 알로하셔츠를 구매했다. 알로하셔츠 또한 하와이의 상징으로 현지인들은 고급 레스토랑을 갈 때도 슈트대신 알로하셔츠를 입는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여행동안 친구네 반려견 퍼그와의 아침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미 하와이 현지인 향기가 물씬 풍기는 부부를 따라 그들이 사는 동네와 학교, 공원을 하루 두 번 함께 걸었다. 이때 지나치는 이웃들과 하는 인사도 역시나 '알로하!"였다. 이렇게 그들의 일상을 누려봤던 시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와이키키의 흔한 현지 강아지 바이브~


세계 어딜 가나 그 도시만의 템포와 리듬이 있다. 서울의 템포와는 정반대인 이곳. 무엇이든 느리게, 여유롭게 흘러가는 하와이.

하와이가 주는 훌라춤의 리듬으로 며칠을 살다 보니 그간 지쳐있던 마음들을 위로받은 것 같았다.

주변의 눈치를 보는 게 더 이상하게 여겨지는 이곳. 일상 속의 나보다 더 자유로워져서,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찾아 떠나는 게 어쩌면 여행의 목적이 아닐까 싶다.




이른 아침 아파트 테라스에 나오면 언제나 볼 수 있던 무지개 또한 하와이에서 맞이한 큰 행복이었다. 계절로 치면 우기여서 비가 종종 왔었는데, 그래서인지 비 갠 후 무지개가 늘 우리를 따라다녔다. 






하와이는 바다뿐 아니라 산도 좋아서 트래킹 여행지로도 손꼽힌다. 아내는 배우 하정우 씨의 책을 읽고 하와이에서 꼭 트래킹을 해야 한다며 여행 전부터 준비를 했다. 그중 우리 숙소와 가장 가깝고 대표적인 트래킹 코스인 <다이아몬드 헤드>를 올랐다. 꼭대기가 다이아몬드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이른 아침부터 많은 여행자들과 이곳에서 마주쳤다.


서양인들에게 트래킹은 바다를 즐기는 것만큼이나 인기 있는 액티비티다. 한국은 어딜 가나 산과 숲을 만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일부러 산을 찾아 트래킹을 해야만 한다. 새삼 우리나라의 산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와이에서 특히 좋았던 풍경은 단연 야자수다.


하늘 높이 뻗은 야자수가 어딜 가나 있는데, 빌딩이 가득 찬 서울과 가장 대비되는 풍경이다. 야자수를 쫓아가다 보면 그 시선이 머무르는 끝에 늘 푸른 하늘이 있고, 그 너머 멀리 해안선까지 시선이 닿는다.


걷다가 언제든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 바로 눈앞이 아닌 바다 끝을 향하며 더 멀리 볼 수 있다는 것. 하와이가 야자수를 통해 주는 메시지임에 분명하다. 







우리는 머문 기간 동안 매일 바다를 즐겼다. 워낙 바다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와이키키 해변의 질리지 않는 매력은 이국적인 휴양지 느낌을 넘어 자연이 준 완벽한 안식처였다. 


파도 속으로 뛰어들어 한껏 물놀이를 즐기는 것도 좋았지만 와이키키 해변에 누워 햇살을 맞으며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시간이 가장 좋았다. 파도 소리가 선명해지고, 불어 오는 바닷바람이 온몸의 피로를 씻어내려가는 시간.


그대로 우리 부부는 몇 번이나 잠이 들어버렸다.


선크림이 우리를 어느 정도 지켜주긴 했지만, 하와이의 낭만과 자유가 까맣게 그을려진 피부에 흔적을 남겼다.



이번 여행에서 찍은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중 하나다. 붐비지 않은 이른 시간 해변으로 가고 있었는데, 이미 더 일찍부터 태양의 치료를 받고 계셨다.



사실 서울에서 몇 달 동안 불면증에 힘들었다. 여러 스트레스와 긴장감 속에서 오래도록 잠 못 들곤 했다. 하와이에 오기 직전까지도.


하지만 역시 때때로 여행은 가장 좋은 치료제가 된다. 하와이에 와서는 늘 숙면인 걸 보면.

일찍 곯아떨어져 잠들고, 햇살과 함께 눈을 뜨며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잠시나마 현실의 스위치를 오프 시켜놓고 나를 그저 한 명의 여행자로 흘려보내는 이 시간 동안은 최대한 아무 생각도 안 하려고 노력했다.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바다에서 햇살을 원 없이 맞으며 너무 더워지면 물속으로 몸을 던지는 시간. 이런 원초적인 나날들 덕분에 또 나는 치열한 현실을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와이키키 해변의 큰 재미 중 하나는 서퍼를 구경하는 거다. 파도와 교감하는 이들을 관찰하고 응원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함께 몰입하고 있는 걸 느낀다. 오늘의 파도를 기다리며 더 먼바다로 패들 하는 모습. 서핑에 성공해서 환호를 받는 그 기쁨을 함께 누리며 와이키키의 일부가 되어갔던 것 같다. 


해변에서는 늘 새롭게 서핑을 배우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타국을 여행하다 보면 늘 내 눈을 사로잡는 풍경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중년의 서양 부부들이다.


몸매와 상관없이 비키니를 입고, 서핑을 배우고언제든 애정표현을 당당히 하는 그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한 풍경들은 늘 나를 설레게 한다. 그리고 이런 감정들 때문에 여행은 더 풍요로워지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품위와 체면이 중요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그 수위가 심해진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야 하고, 심지어는 휴양지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해 늘 도전하고. 과감히 바다와 해변에 자신을 맡길 수 있는 태도는 나이와 상관없다는 걸 이곳에서 다시 한번 느꼈다.


오늘도 오픈카를 타고 수염을 한껏 기른 멋진 할아버지를 봤다. 물론, 하와이라서 더 익숙한 풍경이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자주 봤던 이 풍경을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길 바라본다.







하와이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한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문화를 살고 있는 사람들. 바다 앞에서 모두 평등한 그들을 구경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였던 것 같다. 다양한 몸매, 다양한 스타일, 다양한 타투, 다양한 헤어스타일. 비슷한 듯 다른 이들을 보며 그들의 삶을 상상해 보는 재미는 여행지에서 내가 주로 해보는 놀이다.


해변에 누워 쉬면서, 어느 카페에 가만히 앉아서,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그들의 삶을 상상해 보았다.


일상을 충실히 살아가다가, 하와이에서 그것을 보상받기 위해 최선을 다해 행복을 누리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의 삶도 더 풍요로워진다.


이 여유로운 풍경 속에서 모든 염려는 사치와 같다. 






여행을 마무리하며 늘 두 가지 생각을 한다.


하나는 일상으로 돌아가면 더 멋있고 재밌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이고, 또 하나는 그다음 여행지를 골라보며 설레는 일이다. 구체적이진 않지만,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그다음 여행지를 골라보는 재미는 아주 쏠쏠하다.


자전거를 타고 해안가를 달려보는 제주 여행? 반가운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전주 여행?유럽? 베트남? 호주? 아니면 다시 하와이?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은 게 여행인 것 같다.


이번 여행의 여운은 꽤 오래 남을 것 같다. 오랜만에 떠난 여행이라 그랬고, 그리웠던 친구들과 함께 해서 더 그랬다. 잊고 지낸 블로그에 여행 후기를 끄적이고, 팔아버렸던 카메라를 다시 검색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팬데믹 기간 동안 자고 있던 여행세포가 다시 살아난 기분을 느꼈다. 

당신의 일상에 변화가 필요하다면, 힘들었던 마음을 위로받고 싶다면 진심으로 "알로하(Aloha) 스피릿"을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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