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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Feb 18. 2020

오스트리아 소도시 여행

모차르트의 도시, 잘츠부르크를 담다



2년 만에 다시 오스트리아를 찾았다.

지난 여행 이후 빈(Wien)의 아름다움이 참 그리웠다. 매년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 빈에서 며칠 머물며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그 흔적을 좇았었는데, 그로부터 2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이번 오스트리아 여행은 빈에만 머물지 않고, 자연이 아름다운 여러 소도시를 함께 여행하기로 했다.


사실 소도시라고 해도 대표적인 곳이 두세 곳 밖에 없다. 게다가 말 그대로 '소도시'라고 불릴 만큼 작은 곳들이다. 마을이 성이 되고, 그 성이 확장해서 도시가 된 곳.

하지만 그 작은 도시들이 주는 역사와 문화, 삶의 흔적이 주는 매력은 결코 작지 않았다.



잘츠부르크 성에 오르면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리고 실제로도 눈에 보이는 게 도시의 대부분이다.


지하철도, 고속열차도, 버스 전용차로도 필요 없는 아담한 곳.


산업화, 도시화가 어느덧 전 세계의 트렌드가 되어버린 이 시대에서 그것을 거부하는 듯한 이런 아기자기하고 느긋한 분위기를 만끽하려고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 나름의 색이 짙게 묻어있는 중세의 도시. 모차르트가 태어나고 자란 곳. 정돈된 집집마다 삶의 여유를 자랑하는 듯한 차분하고 깨끗한 풍경들이 참 아름다웠다.






이렇게 자동차와 마차가 함께 이용하는 도로의 모습이 잘츠부르크의 색과 속도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서울에서는 누가 더 빨리 달리냐가 최대의 관건인데, 이곳은 누가 더 여유로운지를 경쟁하는 듯 보였다. 잘츠부르크의 도로에선 500마력짜리 포르쉐가 있어도 2마력의 마차를 결코 앞지를 수 없다. 어쩌면 이런 아이러니한 풍경을 쫓아 다들 이 곳으로 여행을 떠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잘츠부르크 성 안에서 바라본 창밖의 풍경



유럽을 다니다 보면 빨간 지붕과 빨간 벽돌의 풍경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잘츠부르크는 회색과 아이보리, 상아색으로 도시가 만들어졌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 본질에 충실한 예쁜 건물들. 그래서 왠지 더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역시 잘츠부르크 또한 걷기를 좋아하는 우리 부부에게는 더없이 좋은 여행지였다. 예쁘게 꾸며진 궁전, 한가로운 거리, 제법 높은 곳에 위치한 성을 걸었다. 크지 않은 시내를 걸었고, 강을 따라 걸었고, 공원을 걸었다.


이렇게 낯선 곳을 설레는 마음으로 걷다 보면 더 넓은 시야가 느껴져서 좋다. 이 곳 사람들은 어떤 길을 걷고, 어떤 음식과 커피를 마시며, 어떤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지 두 발로 담아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더 평안해진다.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미라벨 궁전
꽤 넓은 궁전을 공원 삼아 산책할 수 있다
늘 많은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카페텔 광장.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촬영한 성 베드로 성당이 유명하다.


모차르트의 생가. 모차르트가 태어나 17세까지 작품 활동을 했던 곳이다. 지금은 박물관이 되어 그의 흔적을 전시하고 있다.
잘츠부르크 성에 오르는 길. 도보로 제법 올라가야 되지만, 성을 오르는 풍경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 준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잘츠부르크에서 머문 3일 동안 그 주변 소도시를 함께 돌아보았다.


아름다운 동화가 쓰였을 것 같은 배경.

예쁜 동화에 단골로 등장할 것만 같은 풍경.


오스트리아 할슈타트가 바로 그곳이다. 


실제로 이 곳은 디즈니 영화 [겨울왕국]의 배경이 되면서 더 주목받기 시작했다. 




할슈타트에 도착하면 누구라도 이 압도적인 호수 앞에서 한참을 보내게 된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산과 호수. 그리고 호수 위에 떠 있는 작고 예쁜 마을.

이 한 장의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이 곳을 찾은 보람이 있었다. 


할슈타트의 호수는 알프스 빙하가 녹으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뭔가 그 기원마저도 동화 같은 이 마을은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1997년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원래 세계 최초의 소금 광산으로 유명했던 이곳은, 중세시대까지 제법 활발한 소금 산지로 풍요를 누렸지만 지금은 여행자들의 감동을 먹고사는 도시가 되었다. 




높고 푸른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호수를 한참 동안 바라보며 몇 달 만이라도 이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스마트폰을 호수에 풍덩 던져버리고, 아내와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 잔디밭에 누워 하루 종일 책을 읽고 낮잠을 자는 상상을 했다. 하루를 온전히 자연에 맡기는 삶. 

그런 삶을 조금이라도 살아볼 수 있다면 나를 괴롭히는 만성 두통과 장염 따위는 다 사라져 버릴 텐데 말이다. 





마침, 우리의 바람대로 살고 있는 한 중년 부부가 있어서 부러운 마음에 뒷모습을 담아봤다. 

부부는 저렇게 한참 동안을 앉아 있었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모습. 


이런 게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동경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다. 

삶의 우선순위를 생각하게 되고, 더 중요한 많은 것들 앞에서 덜 중요한 사소한 것들이 흩어진다. 

내가 살고 있는 삶, 내가 좇고 있는 행복이 결코 정답이 아니라는 걸 언제나 여행에서 배우게 된다. 


고백컨데 여행이 없었다면 내 삶은 너무 건조했을 것 같다. 






호수 위에 떠있는 할슈타트의 동화 속 마을은 생각보다 작았다. 작은 마을길을 따라가며 아기자기한 가게와 식당을 보는 재미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소박한 동화마을의 풍경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상업적이지 않은 이곳의 분위기가 할슈타트다웠다.

 

아담한 할슈타트의 중앙광장. 
낭만 부부.





그렇게 할슈타트에서 반나절을 보내고 나서 첼암제로 향했다.  

잘츠부르크에서부터 렌트로 이동했기 때문에 차를 타고 첼암제로 향했는데, 창밖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에 예쁜 집들이 드문드문 동화같이 스쳐 지나가고, 산과 호수를 배경 삼아 초원에서 말과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평화로운 모습.

조화롭게 자연에 스며들어 있는 그들의 일상 속 풍경이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렇게 자연이 준 선물을 마음껏 만끽하며 유럽에서 가장 깨끗한 호수가 있다는 첼암제에 도착했다. 


 


첼암제 호수 역시 알프스의 빙하가 준 선물이다. 

이 드넓은 호수를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마을이 만들어졌고, 역시나 많은 여행자들에게 쉼을 주는 도시가 되었다. 


작은 배를 빌려 호수를 더 가까이에서 즐겼다. 


 



첼암제도 역시 동화 마을 특유의 여유와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여행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작고, 조용한 곳. 동화 속에서도 아무런 에피소드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평화로운 곳.

그 심심한 '평화로움'을 쫓아 이 멀리 유럽까지 와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일생에 하루쯤은 이런 잔잔한 동화 속에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알프스 호수의 잔잔한 평화가 일상 속에 스며들길 간절히 바라본다.



동유럽여행을 하다 보니 일시적으로 다리가 길어졌다. 




오스트리아는 유럽의 강국임에도 사실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다. 문화, 경제, 역사 그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데도 생각보다 여행지로 가장 인기 있진 않다. 압도적인 관광지가 있거나 도시가 그리 화려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물론, 그래서 우리 부부는 오스트리아를 좋아한다. 자연과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 자기들만의 느긋한 템포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취를 느끼며, 기분 좋은 일상을 만끽할 수 있는 나라인 것 같다.


오스트리아 소도시 여행.

여러 가지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졌다면, 이 작은 잘츠부르크로 여행 오길 추천한다. 많은 근심 걱정과 스트레스 또한 도시처럼 작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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