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보물섬, 몰타(Malta)
이번 유럽 여행의 피날레를 장식할 몰타!
이 곳에서 남은 4일을 머물렀다.
처음에는 제주도의 1/6 크기인 이 곳에서 과연 4일이나 알차게 즐길 수 있을까 싶었지만, 시간이 언제 간지도 모를 정도의 꽉 찬 여행이었고, 떠나오기 싫을 정도로 아쉬움이 남았다.
어학연수로 인기가 좋은 몰타.
물가가 비교적 저렴하고,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이 곳은 영어를 배우고 싶은 타국인들이 어학연수로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영어를 배우러 온 사람들이 행복만 잔뜩 배워가지 않을까 싶었다.
우선 몰타는 너무 아름답다.
거의 모든 건물이 500년 전 중세 때 지어졌고, 지금도 잘 보존되어있다. 몰타의 수도인 발레타 거리를 걷다 보면 말 그대로 중세로의 시간여행을 경험하게 된다.
오늘날 그 역사와 문화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제되어있다.
발레타 거리의 특징은 좁은 건물에 빛바랜 라임스톤 색의 건물들, 그리고 원하는 색으로 마음껏 칠할 수 있는 개성 넘치는 발코니를 들 수 있다.
얼핏 보기에는 모두 비슷해 보여도, 디테일이 모든 다른 대문과 테라스를 보는 재미 덕분에 하루 종일 걸어도 질리지 않았다.
정말 시간이 가는 게 너무 아쉬웠던 몰타.
두고두고 그리울 것 같다.
흔히 몰타 여행은 가까운 이탈리와 함께 일정을 짜는 경우가 많은데, 몰타는 이탈리아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몰타 기사단이 오스만으로부터 평화를 지키고자 쌓았던 높은 성벽과 대포.
계획되어 만들어진 반듯한 도시의 거리와 건물 배치, 기사단의 무거운 갑옷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낮은 계단 등, 도시 곳곳에서 그 시절 역사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현지인들에겐 그저 일상이 되어버린 이런 평범한 풍경들이, 여행자들에게 얼마나 이국적인 귀감을 주는지 그들은 아마 모를 거다.
이 아름다운 도시, 발레타를 다 정복해보고 싶은 마음에 하루 종일 카메라는 호강했고, 두 다리는 불평했던 날들이었다.
그리고 이런 이국적인 도시의 색채 덕분에 몰타는 많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가 되기도 했다. 트로이, 왕좌의 게임, 글래디에디터 등 누구나 알 것 같은 작품의 촬영지가 되며 그 아름다움을 스크린 속에서 전했던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야경은 또 어찌나 아름다운지.
낭만을 즐기고 있는 연인을 카메라에 담아봤다.
몰타는 고즈넉한 야경 명소가 제법 많은데 치안과 교통이 좋아서 얼마든지 만끽해볼 수 있다.
그리고 둘째 날 우리는 [세인트 피터스 풀]을 찾았다.
발레타에서 가장 유명한 다이빙 명소이자 '다이빙하는 할아버지와 개'로 유명한 곳이다.
이미 많은 여행자들이 다이빙과 수영, 그리고 태닝을 즐기고 있었다.
물론 우리도 자연스럽게 그들 속으로 들어갔다.
[세인트 피터스 풀]은 그야말로 어른들의 놀이터 같았다.
다들 자기 수준에 맞는 높이에서 다이빙을 하고, 그것을 주변 여행자들이 응원해준다. 누군 사진을 찍고, 누군 바다 위에 둥둥 떠있고, 누군 쉼 없이 다이빙을 한다.
나이도 국적도 직업도 그 무엇도 상관없는 자유로운 곳.
자연을 벗 삼아 놀 수 있는 그들의 문화가 참 부러웠다.
어렸을 때는 계곡에서 강에서 바다에서 참 많이도 놀았는데,
등짝이 다 타서 벗겨질 정도로
하루가 너무 짧아 집에 가기 늘 아쉬울 정도로
즉흥적으로 만난 또래 친구들과 하루 만에 서로를 그리워할 정도로 잘 놀았었는데,
이제는 그러지 못하게 되었다.
소중한 것을 잃지 않으려 나를 보호하려는 마음.
하찮은 체면과 내일에 대한 걱정으로 사로잡혀 현재를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몰타의 작은 해변에서 잠시라도 그들과 섞여 바다로 뛰어들면서, 그런 나의 모습을 다 내려놓았다.
이래서 다들 몰타에서 영어가 아닌 행복을 얻어가나 보다.
그리고 그 유명한,
'다이빙하는 할아버지와 개'를 만났다.
실제로 우리가 있는 동안 세 번 정도 개와 함께 다이빙을 하셨는데, 그건 정말 진귀한 볼거리였다.
할아버지도 멋지고, 강아지도 너무 귀엽고,
무엇보다 둘의 쿵짝이 잘 맞았다.
할아버지께 양해를 구하고 사진과 영상도 찍을 수 있었는데, 여행 후 몇 번이고 돌려보며 그때의 그 즐거웠던 기분을 만끽했다.
그리고 마지막 일정이었던 코미노 섬.
지중해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블루라군'이 있는 해변.
발레타에서 페리를 타고 도착한 코미노 섬은 그야말로 자연이 준 선물 같았다.
이 곳에서 우리는 가장 느긋한 휴양을 즐겼다.
낮잠을 자고, 수다를 떨고, 파인애플을 안주로 맥주를 마시고,
햇볕이 뜨거우면 바다로 뛰어들었다.
떠나온 지 며칠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곳에서의 일상을 본다.
이른 아침 반려견과 산책 나온 이웃의 모습.
아이들이 뛰어놀고, 빌라 앞 공원에서 햇볕을 맞으며 책을 읽는 엄마의 모습.
출퇴근을 하고, 등하교를 하는 모습.
마을 곳곳에 울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나는 또다시 일상을 생각한다.
그리고 일상을 여행자처럼 살고 싶은 간절함을 그려본다.
어느덧 이번 여행도 끝이 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