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날들이 그저 그러했으면 좋겠다
심장이 떨립니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피가 마르는 게 느껴집니다. 커피 한 잔을 빠르게 마셔서일까요. 20대 땐 쓴 아메리카노를 서너 잔 들이켜도 잠만 잘 오던 몸인데, 이제는 커피 한 잔에도 이렇게 심장이 세차게 떨리고 밤엔 잠을 못 이루게 되었습니다. 몸이 나이 든 탓인지, 삼십 대 중반이라는 나이의 무게감 탓인지 모르겠습니다. 떨리는 마음을 이렇게 횡설수설하고 있는 것 역시, 나이 탓으로 넘겨봅니다.
[우리의 날들이 그저 그러했으면 좋겠다_1]
[우리의 날들이 그저 그러했으면 좋겠다_2]
[우리의 날들이 그저 그러했으면 좋겠다_3]
[우리의 날들이 그저 그러했으면 좋겠다_4]
브런치북을 발간했습니다. 브런치에 첫 글을 올렸던 것과는 또 다른 기분입니다. 적어도 10편의 글을 모아야만 발간할 수 있는 브런치북. 발간 후엔 수정 불가한 브런치 북. 마치 디지털 출판 같은 느낌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종이 냄새와 질감과 무게감을 느낄 수는 없지만, 같은 만큼의 책임감과 무게감은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이제 이 글은 제 손을 떠났습니다. 이 글을 읽고, 느끼고,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어떠한 행동의 밑거름으로 삼는 건 여러분일 것입니다. 그 출발이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모쪼록 여러분의 인생에 더 나은 무언가로 남기를 바랍니다. (물론 저도 사람인지라... 조금이라도 더 긍정적인 출발이었으면 하는 욕심 하나쯤은 부려보겠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날들이 그저 그러했으면 좋겠다>를 구독해주시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쑥스러워 일일이 다 티내지는 못했지만, 매번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마음속에 새겨두었습니다. 세상에 그 어떤 이름들보다 제게는 소중한 이름들이었습니다. 누군가 제가 쓴 글을 읽는다는 것은 조금 두렵던 제가, 여러분들 덕분에 좋아하고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속 깊이,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저는 오랫동안 '쏭작가'로 살아왔습니다. 제 이름 석자보다 더 유명한 이름이었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는 누군가 제 글을 읽게 되는 것이 두려워 이름을 닉네임처럼 dear라고 적어두고 시작했습니다. 중간중간 몇 번을 고칠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글을 다 올릴 때까지 수정하지 못했네요. 브런치북을 발간하면서 고민하다 이제는 다시 제 이름을 찾기로 결심하고 '쏭작가'로 브런치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굉장히 쓸데없이 비장한데요. 이름에 대한 고민과 무게만큼은 그러했다고 변명해봅니다. 저를 아는 누군가가 '이거 이름이 쏭작가던데 혹시 네가 쓴 거야?'라고 물어보아도 이제는 당당히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매거진은 어떤 주제로 써 볼까 즐거운 상상들이 스쳐갑니다. 저는 곧 또 열심히 글을 올리러 오겠습니다. 다시 만날 이름들과 새로 만날 이름들을 기대하게 되네요. 하늘이 푸르고 바람이 선선한 날, 이렇게 인사를 드리게 되어 참 행운입니다.
해맑과 결혼하기 전에 제가 그랬습니다.
'나는 우리가 사는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냥 아무 일도 없이 평범하고 평온한 날들이면 좋겠어.'
이 말을 들은 누군가는 '참 어려운 걸 바란다'고 하더군요. 맞습니다. 우리 생에 행운이 우리를 찾아오는 것보다 불행이 우리를 비켜가는 일이 더 어려운 줄 잘 압니다. 그래서 더 평범하고 평온한 일상을 바라게 되네요.
여러분의 날들도 오늘처럼 하늘이 푸르고 바람이 선선하게,
평범하고 평온한 날들이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 쏭작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