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내 숙소 바로 앞에 군산남중학교가 있다. 야구부가 있는 학교다. 바로 곁에는 역전의 명수로 유명한 군산상고(지금은 군산상일고등학교)가 있다. 저녁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보니 운동장이 라이트로 환하다. 야간 훈련을 하는지 야구공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 간간이 선수들의 함성소리도 섞인다.
아들은 축구선수였다. 호남대학교 축구학과를 졸업했는데, 1학년 때 스스로 선수생활을 그만두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선수로 뛰었던 시간을 생각하면 많이 아쉬웠으나 나는 아들의 뜻을 존중해 주었다. 학생선수 출신 부모들은 때론 자녀와 함께 운동을 같이하는 경험을 갖게 된다. 그래서였을까. 내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야간훈련을 하는 운동장으로 향했다.
수비훈련이 한창이었다. 내야에서는 코치의 펑고를 3루, 2루, 1루 순으로 받아 실전처럼 1루까지 송구했다. 각 루에는 3명씩 선수가 배치되어 있고, 자기 수비차례가 오면 얍, 기합소리와 함께 준비를 알리면 코치가 펑고를 쳤다. 어려운 볼을 멋지게 잡아 1루로 송구하는 모습에 몇 번 나이스를 외치며 박수를 보냈더니 한 녀석이 들었는지 힐끗 쳐다보고 목례를 한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더 크게 박수를 보냈다.
아직은 어린 중학생!
대부분 머리를 짧게 깎고 훈련에 열중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이들의 꿈에는 프로선수가 되어 멋진 경기를 펼치는 장면이 자주 나올 것이다. 국가대표가 되어 태극마크를 달고 어떤 녀석은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이 땀 흘리는 시간이 내 눈에는 너무도 아름답게 보였다. 목적이 있는 삶은 모든 과정이 의미 있게 축적된다. 외야에서 훈련하는 선수 중에 유독 한 녀석이 공중볼을 자주 놓친다. 코치는 그 선수 차례가 오면 공을 좀 더 세게 쳤다. 녀석은 힘껏 달려보지만 번번이 캐치에 실패한다. 코치는 잠깐 펑고를 멈추고 그 선수의 이름을 부른다. 녀석은 크게 네, 하고 답한다.
"000! 집중해라"
코치의 고함에는 질책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 들어있는 것처럼 들린다. 어쩌면 저 녀석은 주전자리에 들지 못하는 후보일지도 모른다.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타고난 순발력이나 체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선수 일수도 있다.
아들은 축구를 좋아했다. 열심을 다했으나 프로선수의 길은 가지 못했다. 지금은 장교로 군에 입대해 군인의 길을 걷고 있다. 어쩌면 학생선수시절 운동장에서 꾸었을 꿈이 실현되진 못했지만 그 시간들이 모여 아들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군산 남중학교 야구부 꿈나무들의 꿈을 응원한다. 이처럼 자기의 시간을 목표를 향해 소진한 경험을 갖게 되면 알게 모르게 부쩍 성장하게 된다는 것을 나는 선출부모로서 깨닫게 되었다. 아이도 성장하고 부모도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