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은 시작이다
2025년 2월 28일!
나는 희망퇴직을 한다. 60세 정년이 4년 남은 시점. 주변의 다수 지인들이 아쉽지 않은지 묻는다. 나도 나에게 묻는다.
'아쉽지 않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새로운 질문으로 이어졌다. 무엇에 대한 아쉬움인가? 질문을 확장해 보니, 직장에서 더 높은 직급으로 승진하지 못한 아쉬움. 경제적인 자유를 누릴 만큼 충분한 돈을 모으지 못한 아쉬움. 그럴듯한 명함이 없어질 아쉬움. 직장인으로서 누렸던 휴무일과, 꼬박꼬박 나오던 월급에 대한 아쉬움. 맘이 통했던 직장 선. 후배, 동료들과 헤어지는 아쉬움. 직장의 내 공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 매일 출근과 퇴근하던 거리를 보지 못할 아쉬움. 점심시간에 맛집을 순회하지 못할 아쉬움. 간간히 있던 회식에 참여하지 못할 아쉬움. 직장의 복지포인트와 보너스를 받지 못할 아쉬움. 그리고 또 무슨 아쉬움이 있을까?
이렇게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니, 그간 내가 직장과 함께 누렸던 것이 참 많았구나 싶다. 있을 때는 모르고 떠날 때 모든 것을 알게 된다는 말이 이해된다.
그러나 나의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답은 아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행이다. 아쉽기보다는 여기까지 잘 왔다는 안도와 이만하면 괜찮았다는 격려의 마음이 더 크다. 1994년 11월에 시작한 직장인으로서 나의 여정이 2025년 2월 28일이면 마무리된다. 나의 선택이다.
그리고는 시작이다. 직장인이 아닌 자유생활인의 시작인 것이다. 굳이 자유를 앞에 붙인 이유는 책임과 의무가 먼저라고 생각했던 직장에 대한 나의 가치관 때문이다. 책임과 의무는 훌륭한 가치이지만 자유를 때때로 제한했다. 자유에도 책임과 의무가 따르겠지만 좀 더 자율적인 책임과 의무가 아닐까 싶다.
스스로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 새로운 여정에 들어선다. 하고 싶은 일에도 때론 권태와 고난이 앞을 가로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하고 싶은 것'들이 얼마나 생생한 얼굴을 하고, 내 앞에 나타날지, 나는 설레기 시작했다. 시작은 설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