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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앱의 길을 선택한 이유, 금융 슈퍼앱 이야기

by 유플리트

01. 만능이 된 은행 앱, 혹시 버겁진 않으세요?


은행 앱을 켤 때마다 한 번씩 이런 느낌, 받지 않으시나요?

잔액 확인하고 이체만 하려고 들어갔는데, 여행관련 서비스도 보이고.. 게임도 보이고.. 보험도 확인 가능하고.. 많은 것들이 보이지않으신가요? 현재 은행 앱들은 계좌 조회와 카드 관리, 대출, 예적금 뿐 아니라 투자, 보험, 공과금, 멤버십, 쇼핑, 이벤트까지 한 화면 안에 빼곡하게 들어와 있습니다. 사실 앱 하나로 다 된다는 말만 보면 분명 좋은데, 막상 쓰다 보면 어디를 눌러야하고 가야할지 잠깐씩 멈칫하게 됩니다.


모든 서비스들이 한 플랫폼 안에 들어오게 되면 메뉴는 점점 많아지고, 홈 화면에는 각종 배너와 알림이 겹겹이 쌓여 찾기 힘들어지기 마련이죠. 하나금융연구소에는 이런 상황을 두고, 이제 국내 은행들에게 필요한건 하나의 새로운 기능이 아니라 “만능보다는 방향이 분명한 뱅킹”이라고 말합니다. 슈퍼앱이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서비스와 플랫폼을 한 앱 안에 끌어 모으다 보니 구조적으로 완벽한 조화와 통합을 이루기가 어렵고, 실제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편리하긴 한데 너무 복잡하다”는 반응이 동시에 나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모든 금융사가 꿈꾸는 슈퍼앱을 애초에 어디서 시작됐고, 어떤 전략으로 시작하게 됐을까요?



02. 슈퍼앱이라는 생각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슈퍼앱’의 개념 자체는 2010년 전후로 서서히 언급되기 시작하면서 실제로 앱을 출시하고 빠르게 퍼져 나간 곳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였습니다.


insight_20251201_01.png 중국 앱 (좌) 위챗, (우) 알리페이 메인화면

대표적인 사례가 위챗과 알리페이인데요. 위챗은 메신저에서 출발해 결제 기능까지 확대해 생활 전반에 스며들었고, 알리페이는 전자지갑에서 시작해 각종 금융과 생활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슈퍼앱이 되었습니다. 중국은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다가 바로 송금을 하고, 길거리 음식점에서 QR 코드를 찍어 결제하고, 공과금과 교통비까지 처리하는 일이 한 앱에서 하는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결제와 지갑을 중심으로 배달, 로컬 커머스, 모빌리티, 예약·여행, 공공서비스, 보험과 투자 같은 서비스가 다 연결되어 있는 것 입니다.


이런 형태가 아시아에서 먼저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서구에 비해 카드 결제나 온라인 결제 인프라가 늦게 정착한 만큼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빠르게 모바일로 점프하게 되었습니다. 소상공인까지 QR 결제를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시장 구조와 정부·공공에서 모바일 결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자는 정책도 한몫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중심에는 꼭 ‘결제’가 꼭 있는데요, 아무래도 생활의 거의 모든 순간이 돈이 오가는 지점과 연결되다 보니 금융이 자연스럽게 슈퍼앱의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 성공 사례들을 보면 결제가 빠져 있는 슈퍼앱은 거의 없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반대로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비슷한 구조를 만들어보려 했지만, 이미 자리 잡은 결제 인프라와 규제, 사용자들의 습관, 기존 플랫폼과의 경쟁에 막혀 중국같은 슈퍼앱을 구현하지는 못했습니다. 메신저나 소셜, 콘텐츠 서비스로 크게 성장한 뒤 금융 기능을 나중에 붙여 보려 했지만 결국 결제를 외부 파트너에 맡기거나 일부 기능만 도입하는 수준에서 그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시기에 한국의 금융권과 빅테크도 이런 흐름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결제를 중심에 두고 생활 전반을 한 곳에 묶어내는 구조, 금융이 중심에서 사람들의 일상을 끌어당기는 방식은 국내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참고 사례였죠. 여기에 한국의 정책과 시장 환경이 더해지면서 ‘슈퍼앱’에 대한 논의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03. 한국에서 금융 슈퍼앱이 태어나다


insight_20251201_02.png 슈퍼앱 출시 히스토리 by Upleat Next Lab

해외에서 먼저 그려진 슈퍼앱의 그림은 자연스럽게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2017년도 스마트폰 보급이 급격히 늘면서 인터넷뱅킹에서 모바일뱅킹으로 비교적 빠르게 이동했습니다.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복잡한 화면에 익숙해져 있던 시절에서 지금은 지문과 얼굴인식, 간편 비밀번호로 로그인하는 시대로 자연스럽게 넘어왔습니다.


국내 핀테트 서비스들은 이 변화에 맞춰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간편송금과 간편결제를 전면에 내세운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자주 쓰는 기능만 간결하게 모아둔 화면, 몇 번의 터치로 끝나는 송금 경험은 많은 사용자들에게 은행 앱은 어렵다는 인식이 안드는 경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게 되고 지점이 아닌 모바일 앱이 사실상 거래 창구 역할을 맡게 된 것이죠. 그래서 은행 입장에서도 모바일 앱 따로 은행창구 따로 생각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모바일 앱 또한 은행의 이미지를 좌우하게 된 것입니다.


2019년도 이후에는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가 도입이 되면서 여러 금융사의 계좌와 자산 정보를 한 앱에서 조회하고 이체 및 관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모바일 채널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는데요. 금융위원회는 다양한 금융서비스와 생활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플랫폼 금융서비스 활성화 방안’이라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제도적으로 ‘한 앱에서 금융과 생활을 함께 다룬다’라는 방향성의 뒷받침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선도한 해외 슈퍼앱과 국내 제도 변화와 팬데믹이라는 변수가 더해져 국내 금융사들은 자연스럽게 ‘금융 중심 슈퍼앱’을 본격적인 주요 과제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더 효율적이고 편리한 금융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와 모바일 채널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슈퍼 플랫폼이 되겠다는 여러 구상들이 섞여 현재 지금의 국내 금융 슈퍼앱의 초안이 그려진 것 입니다.



04. 금융사가 만들고자 했던 슈퍼앱


insight_20251201_03.png 슈퍼앱 채널 전략에 관한 연구: 국내 시중은행 사례 분석 219-229pㅣ경영컨설팅연구, 2024

앞단에서 말한 전략을 기준으로 금융사들의 첫 슈퍼앱 목표는 처음부터 뭐든 다 들어있는 앱!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였습니다. 출발은 비교적으로 단순하게 좋은 모바일 채널을 가진 은행이 고객과 접점을 선점할 수 있고, 그만큼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더 편하고 효율적인 금융 서비스를 앱으로 제공하자는 수준의 목표였던 셈인거죠.


단순히 사용자만을 위한 목표로 행했을까요? 고객 입장으로 한 앱에서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하면 여러 앱을 오갈 필요가 없어져, 익숙한 화면과 사용 흐름 덕분에 재방문을 이끄는 늘 켜는 앱이 됩니다. 이렇게 형성된 습관 속에서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금융사에서는 전략적으로 다가간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슈퍼앱 구조는 금융사 입장에서 더욱 유혹적인데요, 계좌 조회와 이체, 카드 결제, 대출, 투자 같은 전통적인 금융 업무에 생활요금, 쇼핑, 멤버십, 예약 서비스가 붙으면 고객이 앱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 광고와 커머스, 제휴 서비스, 구독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붙어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죠. 이를 통해 여러 서비스에서 발생한 데이터가 한 곳에서 모일 것이고 이는 고객 군에 맞는 새로운 상품을 설계하고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만드는 데 좋은 재료가 됩니다.


어떤가요? 금융사들이 슈퍼앱을 놓치지않는 이유를 아시겠나요? 결론적으로 금융 슈퍼앱은 고객에게 익숙한 앱 하나로 생활을 정리해주고, 금융사는 그 안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서로 윈윈하는 긍정적인 구조로 시작되었답니다. 그렇다면 정말 이 슈퍼앱 서로 윈윈일까요?



05. 그런데, 만능인 슈퍼앱은 왜 피로해졌을까?


시간이 흐르면서 슈퍼앱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하나만 쓰면 다 된다는 편리함이 강조됐지만, 서비스가 끝없이 붙으면서 화면은 점점 뭐가 많아지고 동선은 복잡해졌습니다. UX 연구와 슈퍼앱 사례 분석에 따르면, 기능과 메뉴, 배너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사용자가 화면을 이해하는 데 드는 부담이 커, 실제로 앱에서 약 73.4%의 이용자가 초기에 이탈한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insight_20251201_04.png 생성형 AI ’Google Gemini'

금융, 생활, 커머스 등 각종 서비스와 기능이 한 화면 안에서 서로 부딪히다 보니 사용자는 어느 순간 “내가 이 앱을 왜 켰더라?”하면서 잊어버리고 맙니다. 앱을 들어가면 새로 추가된 메뉴와 배너에 시선이 계속 끌린다던지, 또는 원하는 기능을 찾을려고 여러 번 메뉴를 드나드는 일이 반복됩니다. 원하는 서비스를 못찾으면 다시 홈화면으로 돌아와 처음부터 다시 길을 찾는 경험도 자주 생깁니다.


이러한 탐색 과정에서 슈퍼앱의 약점으로 자주 지적되는 부분입니다. 앱 안에 어떤 기능이 얼마나 들어 있느냐보다, 내가 필요한 것을 얼마나 빠르고 수월하게 찾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 현재 슈퍼앱입니다. 서비스가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이런 부분이 더욱더 중요하게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내 은행들의 금융 슈퍼앱들도 비슷한 고민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은행, 카드, 증권, 보험을 하나의 앱으로 묶고 여기에 각종 인증이나 공공 문서 조회, 모빌리티, 쇼핑 같은 비금융 서비스를 더 했습니다. 앞단에서 말한 것처럼 이또한 언뜻 보면 앱 수가 줄어든 덕분에 서비스가 정리된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홈 화면이 더 복잡해지거나 기본 금융 기능이 깊숙한 메뉴 속으로 숨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처음 금융사들이 그렸던 이상적인 금융 슈퍼앱의 그림이었던 고객에게 편리함을 주고 충성고객을 만든다는 것이 고객들은 원하는 서비스를 쓰기 위해 앱을 들어갈 수 밖에 없는 다른 익숙함에 앱을 유지하게 됩니다.


이제 슈퍼앱은 얼마나 많은 서비스를 담고있냐가 경쟁우위가 아닌, 이 앱이 어떤 고객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방향성 명시가 필요합니다.



06. 앞으로 금융 슈퍼앱의 중요성은?


그렇다면 앞으로의 금융 슈퍼앱은 어떤 방향성을 잡고 가야할까요? 현재 국내 금융 슈퍼앱을 살펴보면 서비스 통합은 어느정도 이뤘지만, 확실한 방향성이나 색깔이 뚜렷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주요 은행사들의 슈퍼앱은 이미 그룹 계열사 서비스를 하나의 앱을 묶고, 대부분의 기본 금융 기능을 큰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insight_20251201_04-1.png 레이아웃이 비슷한 금융사 앱들 by Upleat Next Lab

하지만 이용자 즉 고객의 시선에서는 어느 은행 앱을 켜도 비슷한 구조와 비슷한 기능이 나열되어 있고, 이 앱만의 장점이나 왜 이 앱을 들어오는 지에 대한 동기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그때그때 혜택이 유리한 곳이나 더 빠르고 간단한 곳을 골라 쓰는 MZ세대에게는 이 점이 더 두드러집니다. 그렇다보니 한 곳에서 오래 머무르기 보다는 여러 개의 은행 앱을 쓰면서 관리를 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 슈퍼앱은 이젠 ‘우리 앱 안에서 다 됩니다’라는 전략과 말로는 부족합니다. 오히려 어느 한 부분에서 강하다던지 특색이 있다던지 역할이 선명하게 드러나야 합니다. 하나금융연구소에서도 강조하듯 이제 금융에는 만능형이 아닌, 각자의 방향이 분명한 전략이 필요해진 이유가 여기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모습의 금융 슈퍼앱으로 가야할까요? 이 단계의 첫번째는 이 앱이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MZ세대라면 그들에게 자산과 소비 습관을 읽어주고 길을 잡아주는 역할로써 자리를 잡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득과 지출, 저축, 투자 등이 한눈에 보이고 생활 패턴에 맞는 금융 습관을 제안해주거나 소상공인을 위한 매출, 정산, 세무 관리에 특화된 비즈니스 서비스를 제공한다던지 등으로 확대 될 수 있지않나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에게 ‘어떤 순간’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앱이 될 것인가에 대한 답을 확실히 찾아 나서야합니다.


금융 슈퍼앱을 둘러싼 경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만 예전과는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요. 더 많은 기능을 쌓는 경쟁에서 이제는 ‘고객이 이 앱을 선택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가’를 따지는 단계로 방향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만능을 지향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각자 무엇을 잘할지 선을 그어 가는 금융 슈퍼앱들이 하나씩 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나중에는 만능이 아니고 각자 성격에 맞는 서비스들을 다시 쪼개는 일도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변화가 차근차근 쌓이면, 우리 각자의 금융 생활도 지금보다는 조금 덜 복잡하고 덜 피곤하게 다가갈 수 있지않을까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문


- 7 Super App Design Challenges and How to Solve Them ㅣ ProCreator, 2025

- Are Super-Apps Coming to the U.S. Market?ㅣHarvard Business Review. Retrieved, 2023

- 그들이 슈퍼 앱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by. 윤지수ㅣ브런치, 2020

- 이제 금융소비자는 카드사 앱에서 은행 계좌정보까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ㅣ금융위원회, 2021

- 슈퍼앱 시대, 은행들의 전략 방안ㅣ하나금융경영연구소, 2023

- 슈퍼앱 채널 전략에 관한 연구: 국내 시중은행 사례 분석 by. 박운학,배근호ㅣ경영컨설팅연구, 2024

- 마케터가 알아야 할 슈퍼앱 전략ㅣ아이보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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