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팝의 여왕 마돈나는 “이 그림을 싫어하는 사람과는 친구조차 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멕시코의 여성 화가, 바로 프리다 칼로다. 마돈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은 출산의 순간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 생명과 고통이 한 데 어우러진 프리다의 작품은 첫눈에 보는 사람조차 심장을 뛰게 만든다.
나도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처음 보고 대담한 색감과 표현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두꺼운 눈썹과 그렁그렁한 눈동자의 자화상, 갈라진 몸에서 드러난 척추와 흘러내리는 피, 가시 목걸이에서 떨어지는 고통의 상징들… 그녀의 그림은 단순히 아름답거나 화려하지 않다. 그 안에는 삶의 고통이 담긴 상처가 녹아 있었다.
나는 결코 꿈이나 악몽을 그리지 않습니다. 나는 나 자신의 현실을 그립니다
비극의 시작
프리다는 의사가 되기를 꿈꾸던 평범한 소녀였다. 하지만 어느 날, 하교하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몸에 쇠파이프가 관통하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침대에 갇힌 채 수많은 수술을 반복해야 했던 소녀에게 남은 유일한 탈출구는 바로 그림이었다. 오른팔로 붓을 쥐고 캔버스를 통해 자신의 고통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이 사고는 그녀의 꿈을 의사에서 화가로 바꾸었고, 평생 그녀를 따라다닌 육체적 고통의 시작이었다.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의 상처
자신의 그림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했던 프리다는 당대 멕시코 최고의 화가였던 디에고 리베라를 찾아간다. 그의 찬사와 인정은 프리다에게 화가로서의 확신을 심어주었고, 곧 프리다는 자신보다 스무 살 많은 디에고와 사랑에 빠진다. 둘은 결혼했지만, 디에고는 자유로운 영혼과 바람기를 가진 인물이었다. 프리다는 그와의 결혼 생활 속에서 끊임없는 배신의 아픔을 견뎌야 했고, 심지어는 자신의 여동생과의 관계를 목격하기까지 했다. 그녀 역시 여러 남성과 연애를 하며 스캔들을 일으켰지만, 디에고는 프리다의 평생의 사랑이었다.
결국 우리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견딜 수 있다.
예술로 승화된 고통
평생 따라다니는 육체적 고통과 디에고와의 관계에서 느낀 정신적 고통으로 프리다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고통을 회화로 승화시키며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만들어냈다. 상처로 가득한 자화상, 피 흘리는 몸, 눈물 젖은 얼굴… 그녀의 작품에는 상처와 아픔이 그대로 묻어났다. 그렇기에 프리다의 그림은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리며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선사한다.
마지막 인생의 찬가, Viva la Vida
디에고와 이혼 후 서로를 그리워한 두 사람은 몇 년 뒤 다시 재결합했다. 이번에는 육체적, 경제적 결합이 아닌 서로의 정신적 동반자로서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그 이후 프리다는 점차 마음의 안정을 찾아갔고, 밝은 색감의 정물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수박에 "Viva la Vida (인생이여 만세)"라고 적은 작품은 그녀의 말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삶은 고통과 함께 일그러져 있었지만, 그녀는 언제나 강했고 긍정적이었다. 죽기 직전 열린 전시회에서는 침대에서 일어날 힘조차 없었지만, 침대째 행사장에 누워 참석해 사람들과 웃으며 와인을 마시고 축하를 받았다.
예술을 통한 치유와 생명의 외침
고통을 예술로 승화한 진정한 예술가, 프리다 칼로. 그녀의 삶은 고통스러웠지만, 그 고통 덕분에 누구보다도 강렬한 작품을 남겼다. 만약 마돈나를 만날 기회가 있다면, 나도 “Viva la Vida!”를 외치며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