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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의 변호사 Jan 05. 2021

'변시 공고' 가처분 인용의 의미

헌법재판소의 결자해지

1. 헌법재판소 가처분의 역사


헌법재판소가 처음으로 가처분을 인용한 사건은 1999년 3월 성남시와 경기도 사이의 권한쟁의 사건이다. 공원구역의 진입도로에 대한 경기도 지사의 지정인가처분에 대해 종국결정 선고시까지 효력을 정지시킨 사건이었다.


헌재는 이 사건에서 권한쟁의심판에서의 가처분결정의 요건에 대해 처음으로 설시한다. '피청구기관의 처분 등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으로 인하여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거나 기타 공공복리상의 중대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그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켜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이 그 요건이 되고, 본안사건이 부적법하거나 이유없음이 명백하지 않은 한, 가처분을 인용한 뒤 종국결정에서 청구가 기각되었을 때 발생하게 될 불이익과 가처분을 기각한 뒤 청구가 인용되었을 때 발생하게 될 불이익에 대한 비교형량을 하여 행한다'는 부분이다.


두 번째 가처분은 2000년 '사법시험령 사건'이다. 당시 사법시험령 제4조 제3항 본문은 '제1차 시험을 4회 응시한 자는 마지막 응시 이후 4년간 제1차 시험에 다시 응시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사법시험에 응시하려던 수험생 1286명은 해당 조항으로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돼 판사·검사·변호사 등이 될 수 있는 길을 봉쇄당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되는 직업선택의 자유·공무담임권·행복추구권·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당하게 됐다는 등의 이유로 해당 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당장 2001년도 사법시험 제1차시험에서 이 사건 규정에 의한 응시자격의 제한을 받게 되는 이들은 그 자격제한을 피하고자 2000년 11월 해당 규정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우선 현행 헌법재판소법이 가처분에 대해 규정한 부분은 두 군데다. 헌법재판소법 제57조와 제65조로, 정당해산심판과 권한쟁의심판에 관해서만 가처분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즉 위헌법률심판사건이나 헌법소원사건에 대해서는 가처분이 가능한지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고, 이 때문에 개인의 권리침해를 구제하는 헌법소원심판 등에서 가처분이 가능한가 하는 논의가 있었다. 헌재는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법은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으나, 같은 법 제68조 제1항 헌법소원심판절차에서도 가처분의 필요성이 있을 수 있고 또 이를 허용하지 아니할 상당한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며 가처분을 처음으로 인용했다.


헌재는 이 사건에서 "사법시험령 제4조 제3항이 효력을 유지하면 수험생들은 곧 실시될 차회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없어 합격기회를 봉쇄당하는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되어 이를 정지시켜야 할 긴급한 필요가 인정되는 반면, 효력정지로 인한 불이익은 별다른 것이 없으므로, 이 사건 가처분신청은 허용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신청한 지 17일 만에 가처분을 인용해 일단 모두 시험을 치르게 하고, 헌법소원은 나중에 판단한 사례다. 가장 단시간에 가쳐분이 나온 사례이기도 했다. 이른바 헌법재판소 가처분 사건의 리딩 케이스다.


헌재는 이 사건에서 헌법소원사건 가처분의 요건에 대해서도 설시했는데, △헌법소원심판에서 다투어지는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의 현상을 그대로 유지시킴으로 인하여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을 것 △효력을 정지시켜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을 것 △본안심판이 부적법하거나 이유없음이 명백하지 않을 것 △가처분을 인용한 뒤 종국결정에서 청구가 기각되었을 때 발생하게 될 불이익과 가처분을 기각한 뒤 청구가 인용되었을 때 발생하게 될 불이익을 비교형량하여 후자가 전자보다 커야 한단 조건이다.


세 번째 사건은 2002년 군행형법 등 사건이다. 한 군인이 공군 F-X사업과 관련하여 국방부 고위층으로부터 특정기종 선정에 대한 압력행사가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군사기밀누설 및 형법의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는데, 이때 그에게 적용된 군행형법시행령이 면회횟수를 '매일 1회'로 제한하는 행형법시행령과 달리 '매주 2회'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 문제됐다. 


해당 군인은 시행령 조항이 일반형사피의자와 군인을 차별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는 아울러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에는 이미 구속기간이 경과했을 것이어서 피해를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군사법원법 제242조 등의 효력을 정지해 군사법경찰관의 구속을 철회하고 주 2회 면회의 제한을 풀어달라는 등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냈다.


헌법재판소는 1주일의 1차 연장 구속의 철회에 대하여는 결정 당시 이미 1주일의 연장 구속기간이 경과하였기 때문에 가처분 신청이 의미가 없다고 봤지만, 주 2회 면회의 제한에 대하여는 권리 침해가 지속되고 있고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가처분을 인용했다.


헌법재판소는 이후 한동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지 않다가 외국인이 낸 임시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을 2014년 인용했다. 수단 국적 외국인 A씨는 인천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했지만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 결정과 입국 불허 결정을 받았다. A씨는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인신보호 청구소송과 난민 인정심사 불회부결정 취소소송을 냈다. 그런데 A씨는 소송을 위해 변호사를 접견하려고 했지만 관리사무소장은 A씨의 변호인 접견신청을 거부했고, A씨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면서 '신청인에 대한 변호인접견신청을 즉시 허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도 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전원 일치로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장은 A씨의 변호인 접견신청을 즉시 허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A씨의 소송이 상급심에서 기각될 경우 A씨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한 채 불복의 기회를 상실하게 돼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 되고, 인신보호 청구소송은 재항고심에 접수돼 머지않아 결정이 날 것으로 보여 손해를 방지할 긴급한 필요가 인정된다는 취지였다. 헌재는 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더라도 관리사무소장의 출입국관리업무와 환승구역 질서유지 업무에 특별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반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할 경우 A씨는 중대한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고 봤다.


비교적 최근 인용된 가처분은 변호사시험 합격자 명단공개 금지 가처분 사건이다. 제6회 변호사시험까지 합격자는 응시번호만 발표가 됐다. 그런데 변호사시험법 제11조가 '법무부장관은 변호사시험의 합격자가 결정되면 즉시 명단을 공고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개정되면서, 제7회 변호사시험에 응시한 수험생 일부가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했다. 합격자 명단이 공개될 경우 타인이 자신들의 변호사시험 합격 여부 등을 알 수 있게 되어 자신들의 인격권, 평등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이 침해된다는 주장이었다. 이들은 본안 사건의 종국결정 선고시까지 해당 조항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을 냈고, 받아들여졌다.


헌법재판소는 성명은 개인식별정보로서 개인정보의 하나이며, 그 성명 공개를 통하여 개인의 변호사시험 합격 여부를 일반에게 알리는 것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그리고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예정자 또는 졸업자라는 한정된 집단만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는 경우 합격자의 성명을 공고하면 곧 불합격자를 추정할 수 있게 되어 합격자 성명 공개가 불합격자의 인격권을 제한하는지 여부 등이 본안 심판에서 심리를 거쳐 판단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가처분을 인용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합격률이 유지되고 있는 변호사시험 특성상, 그 불합격 사실은 그의 법학전문대학원 학업 성취도와 성실성, 법률지식 등 법률사무를 수행할 능력과 자질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특정인의 불합격 사실을 추정할 수 있는 성명을 공개하는 방식의 합격자 공고는 불합격자에 대한 인격권 제한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고 봤다. 합격자 명단이 일단 공개되면 이를 다시 비공개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한 이상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고, 합격자 발표가 4월에 예정된 이상 손해를 방지할 긴급한 필요도 인정됐다.


가처분을 인용하더라도 법무부장관은 제3회부터 제6회 변호사시험의 예에 따라 합격자의 응시번호만을 공개하는 방법 등 성명을 공개하지 않는 다른 방법으로 합격자를 공고할 수 있고, 그 후 종국결정에서 청구가 기각된다면 그때 비로소 성명을 추가 공고하면 되는 반면, 가처분을 기각한 뒤 청구가 인용되었을 때는 명단 공개를 돌이킬 수 없어 신청인들에게 발생하는 불이익이 매우 클 수 있다.


2018년에는 자립형사립고와 일반고를 중복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가처분 사건 결정도 나왔다. 헌법소원심판에서 한 번 보기도 힘든 효력중지가처분이 두 건 잇따라 인용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본래 2018학년까지의 고등학교 입시에서는 과학고·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 등이 전기에, 일반고는 후기에 신입생을 선발함으로써 학생들이 전기에 자사고를 지원하고 불합격할 경우 후기에 일반고를 지원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2017년 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전기에 신입생을 선발하던 자사고가 후기에 선발하는 학교로 변경되고(일반고와 자사고 동시선발) △ 제81조 제5항 중 괄호 안에 '제91조의3에 따른 자율형 사립고등학교는 제외한다' 부분이 삽입, 자사고를 지원한 학생이 후기 일반고에 대한 중복 지원하는 것이 막혔다. 따라서 자사고에 지원하였다가 불합격할 경우 일반고 추가모집에 지원하거나 또는 추가배정을 받아야 일반고 진학이 가능했다.


이에 자사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과 입학 희망자, 학부모들은 개정 시행령이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 학교법인의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로서의 학생선발권, 평등권을 침해하고 신뢰보호의 원칙 등을 위반한다고 주장하며 2018년 2월 헌법소원을 냈다. 이와 함께 신청인들은 이 헌법소원 종국결정 선고시까지 해당 조항들의 효력정지를 구했다.


헌재는 "자사고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이 사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하여 평준화 지역의 경우 자사고 불합격시 지원하지 아니한 일반고에 추가로 배정되거나 지역에 따라서는 해당 학교군 내의 일반고에 진학할 수 없게 된다"며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더라도 이와 같은 불이익을 감수하지 못하면 자사고 지원 자체를 포기하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고에 지원한 학생들은 불합격할 경우 일반고 진학에 있어 해당 학교군 내의 일반고에 진학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헌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고등학교 진학을 하는 것이 보통이고 고등학교 입학 지원 기회는 중학교 졸업 당시 한 번뿐으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며, 학생들에게 자신의 고등학교 진학 학년도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거나 통학이 곤란한 학교에 진학하게 한 후, 다음 학년도에 다시 원하는 학교에 지원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신청인들 중 학생들은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고, 또한 2019학년도 고등학교의 입학전형 실시가 임박한 만큼 손해를 방지할 긴급한 필요도 인정된다"며 가처분을 인용했다.


헌법재판소 외경 (출처: https://www.ccourt.go.kr/)


2. 7번째 가처분 

 

2020년 9월, 법무부장관은 제10회 변호사시험 일시를 2021. 1. 5.부터 2021. 1. 9.까지 4일간(2021. 1. 7. 휴식일 제외)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법무부장관은 11월에는 '제10회 변호사시험 일시·장소 및 응시자준수사항 공고(법무부공고 제2020-360호)'를 냈는데, 문제는 그 내용이었다. 


공고문 제4의 나.항에는 "감염병 의심자 중 보건당국으로부터 자가격리 통지서를 받아 격리 중인 자는 관할 보건소와 협의 후 별도의 장소에서 시험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신청기간: 2020. 12. 22.(화) ~ 2021. 1. 3.(일) 18:00 ... ※안전하고 원활한 시험장 운영을 위하여 자가격리자의 시험 응시 사전 신청 마감을 2021. 1. 3.(일) 18:00까지로 제한하니 수험생 여러분의 주의와 협조를 당부드립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또 법무부장관은 추가로 '코로나19 관련 제10회 변호사시험 응시자 유의사항 등 알림'을 공고해 "코로나19 확진환자는 시험에 응시할 수 없습니다." "감염병 의심자 중 보건당국으로부터 자가격리 통지서를 받아 격리 중인 자는 관할 보건소와 협의 후 별도의 장소에서 시험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신청기간: 2020. 12. 22.(화) ~ 2021. 1. 3.(일) 18:00 ... ‣ 안전하고 원활한 시험장 운영을 위하여 자가격리자의 시험 응시 사전 신청 마감을 2021. 1. 3.(일) 18:00까지로 제한하니 수험생 여러분의 주의와 협조를 당부드립니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시험장에서 발열 검사로 고위험자로 판단되면 의료기관으로 이송된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즉, 코로나19에 확진되거나 2021.1.3 이후 보건당국으로부터 자가격리 통지를 받게 될 경우 될 경우 제10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고, 응시장에 가더라도 발열 등으로 고위험군 판정이 날 경우 병원으로 이송돼 응시가 제한된다는 내용이었다.


수험생들은 이 공고 내용이 직업선택의 자유, 건강권, 생명권,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20. 12. 29.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2020헌마1736)함과 동시에, 위 헌법소원심판청구 사건의 종국결정 선고시까지 이 사건 공고 및 추가 공고의 각 효력 정지를 구하는 이 사건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공고 중 자가격리자의 시험응시 사전신청 기간을 2021. 1. 3.(일) 18:00까지로 제한한 부분 및 코로나확진자의 시험응시를 금지한 부분과 응시생 중 고위험자를 의료기관에 이송하여 응시를 제한하는 부분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일부인용' 결정을 했다. 가처분이 인용된 건 헌법재판소 개소 이래 일곱 번째다. 또한,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는 최단 기간에 가처분이 인용된 역사적 결정례가 됐다. 이에 따라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는 5일부터 진행되는 제10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됐다.


헌법재판소의 이유 요지를 보면, 아래와 같다.


이 사건 공고 부분에 따르면, 제10회 변호사시험 응시 전 또는 변호사시험 응시 도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거나 시험장 출입 후 고위험자로 판단되는 경우, 그리고 2021. 1. 3.(일) 18:00 후 자가격리대상자가 되거나 제10회 변호사시험 응시 도중 자가격리대상자가 되는 등으로 위 일시까지 응시 사전 신청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제10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된다.


변호사시험은 1년에 한 번 치러지는 자격시험이고 변호사시험법 제7조에 따라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부터 5년 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다. 누구라도 언제든지 감염병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에서, 감염위험이 차단된 격리된 장소에서 시험을 치르는 것이 가능함에도 확진자나 고위험자, 응시 사전신청을 하지 못한 자가격리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응시의 기회를 잃게 될 경우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될 우려가 있다.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및 긴급한 필요성 인정 - 또한, 이 사건 공고로 인하여 오히려 의심증상이 있는 응시예정자들이 증상을 감춘 채 무리하게 응시하게 됨에 따라 감염병이 확산될 위험마저 있어 신청인들로서는 시험응시를 포기하거나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으며, 제10회 변호사시험 실시가 임박한 만큼 손해를 방지할 긴급한 필요도 인정할 수 있다.


이익형량 결과 가처분 인용의 효익이 더 큼 - 가처분을 인용한 뒤 본안 심판의 종국결정에서 청구가 기각되었을 경우 피신청인으로서는 코로나19 확진자, 고위험자 또는 응시 사전 신청을 하지 않은 자가격리대상자가 본인의 선택에 따라 응시할 기회와 여건을 마련하기 위하여 긴급하게 감염차단시설이 설치된 별도의 시험 장소(예컨대, 전국 거점 병원 내지 생활치료센터 등)를 마련하여야 하는 부담을 지는 데에 그친다. 따라서 가처분을 인용한 뒤 종국결정에서 청구가 기각되었을 때 발생하게 될 불이익보다 가처분을 기각한 뒤 청구가 인용되었을 때 발생하게 될 불이익이 더 크다.


3. 가처분 일반조항의 필요성


4일 인용된 헌법재판소 효력중지가처분은 사법시험령 사건과 흡사하다. 둘 모두 응시제한규정이 있는 시험이었고, 불과 며칠 앞두고 제기된 가처분이라는 점, 이례적으로 빠른 시일 안에 나온 결정이기도 하다. 얼핏 헌법재판소 가처분이 응시제한조항이 규정된 시험 등 특수한 사례에서만 빈번히 인용된다는 오해가 생길 수 있을 법하다.


특히 이번 결정이 헌법재판소의 변호사시험법의 응시제한 사유 예외규정의 '합헌' 결정에 뒤이어 나왔다는 점은 대단히 재미있는 부분이다. 헌재는 불과 한 달 반 전인 지난해 11월, '병역의무의 이행만을 응시기회제한의 예외로 인정하는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예외조항’이라 한다)이 평등권을 침해하는지'에서 합헌 결정을 했다. 


변호사시험은 5년에 최대 5회 응시할 수 있는데(제7조 제1항), 병역을 제외한 어떠한 이유로든 변호사시험에 응시하지 못할 경우, 응시횟수가 1회 차감된다(제7조 제2항). 헌재가 변호사시험법 제7조 제1, 2항에 대해 모두 합헌 결정을 하고,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법무부의 응시제한 방침이 중첩되면서 수험생들은 자신의 책임이라 할 수 없는 코로나19 확진에 따른 불이익을 수험생 스스로가 져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특히 수험기회가 단 한 번 남은 사람이 코로나 확진 내지 뒤늦게 자가격리 통지를 받는 경우, 해당 수험생은 법무부 방침에 따라 어떠한 구제 조치도 없이 한 번 남은 시험 기회가 차감돼 영원히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는 결과를 받아들게 된다. 헌재가 합헌을 결정했지만, 이는 누구라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다. 헌법재판소는 불과 일주일만에 가처분을 인용해 수험생들의 이러한 엄혹한 불이익을 막았고, 결자해지한 셈이 됐다.


문득 생각해보면 헌법재판에서의 가처분, 특히 법령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결정은 그 효과가 광범위하게 미쳐 일반 민사소송의 가처분이나 행정소송의 집행정지와는 달리 엄격한 심리가 필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현행 헌법재판소법엔 이러한 특성이 언급된 가처분 조항이 없을 뿐더러, 민사소송과 행정소송의 가구제 절차를 준용한다고만 되어 있다. 이 준용조항을 보고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과 같은 빠른 권리구제를 기대하며 가처분을 신청한 국민들은, 왜 헌재가 자신의 가처분을 받아주지 않는지 납득하지 못할 수 있다. 만약 헌법재판 특유의 가처분 요건이 민사소송 내지 행정소송의 그것과 다르다면, 이를 명확히 법령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가처분 신청이 언제 가능한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졌다면 이의 제기는 가능한지, 본안사건 심판 대상 밖의 사항도 헌재가 가처분을 하는 게 가능한지, 그 요건과 절차, 결정에 대한 개념을 국민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일반조항을 마련해놓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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