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를 쓴다는 게 나에게 반가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좋지 않은 일이 많았다는 것.
종이 위, 움직임을 따라 소리를 내는 샤프를 좋아한다. 사각거리는 소리, 느낌, 모든 것에 기분이 몽글몽글해진다. 볼펜으로 적는 것도 좋다. 두서도 없고, 결론도 없이 나는 무작정 써 내려간다. 흰 종이에도 쓰고, 휴지에도 쓴다. 그렇게 막, 막, 썼다. 나의 막글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대부분이다. 슬픔, 서글픔, 애틋함, 분노, 짜증 등 다양하고 부정적인 것들이 뒤엉켜있다. 천박함을 드러내지 않으려 조심했던 언행에도 자유를 준다.
억지스러운 주장도 해본다. 욕도 썼다, 그러다 알아챈다. 나의 감정의 이유를, 모든 감정이 막연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유가 있어 감정을 느꼈을 텐데, 스스로도 자꾸만
참으라고, 버티라고 눌렀다. 누르다 보니 뭐가 쌓여있는지도 모르겠더라.
나는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감정을 쓰고, 버린다. 알아채는 이가 없도록 잘게 찢어 버린다. 가끔은 화장실 변기에 내리기도 한다.
꺼내놓기 버거운 감정을 좋아하는 행위로 꺼낸 뒤 버리는 것, 내가 손글씨를 쓰는 이유.
어제도 나는 차를 마시며 손글씨를 썼다. 하지만 버리지 않고 집으로 가져왔다. 왠지 버리고 싶은 감정이어서.
나를 알아가려는 노력은 필요하며 시간을 들여야 한다. 스스로 위로할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며 평온을 되찾는 시간들.
손글씨를 끄적이는 것은 긴 시간 찾아온 나를 위로하는 몇 가지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