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 편의 드라마를 정주행 했다.
두 번짼가 세 번짼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나는 김혜수배우가 출연한 그 드라마를 몇 번이나 보았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경험하는 새로운 것들은 좋아하게 되거나 흘려보내 지거 나다. 나는 결말을 알고 보는 것이 좋다. 결말을 알고 읽는 것이 좋다. 놀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생각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상황에 편안함을 느낀다.
장점은 편안하고, 단점은 시시하다. 재미있는 일상은 아니다. 하나를 보며 그 이상을 짐작해 보건대 나는 새로운 모든 것들이 조심스럽다.
내 삶의 많은 것들을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며 살아가는 중인 나는 평범한 어른이자 버거운 게 많은 인간이다.
잔잔한 삶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 빠른 대처가 불가한 사람. 마음이 크게 동요하고, 정신을 차리는데 시간이 필요한 사람. 다만 일상은 내가 적응할 만큼의 시간을 주지 않으니 새로운 것을 굳이 찾지 않게 돼버린다.
변수에 대처하려 애쓰는 게 최선인 나는 재미를 포함한 자극적인 것들을 포기한다. 그렇지만 사소한 즐거움에 행복하다. 나는 이렇게 별일 없이 변수 없이 하루를 보내고 싶다. 정말 그러고 싶다. 혹시 찾아올 변수에 지지 말기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