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소영 Jul 12. 2022

우리는 후회를 참 많이 한다 - 자책을 멈추는 법

그때 좀 더 열심히 할 걸...
그때 이걸 했으면(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때가 절호의 기회였는데...
내가 그 말을 했어야(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우리는 후회를 참 많이 한다

우리는 지난날에 대한 후회를 참 많이 한다. 내가 ‘그랬다면’, ‘그러지 않았다면’으로 시작하는 말로 불가능한 가정을 해보고는 그랬다면 지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지 않을까 생각하며 아쉬움을 크게 느낀다. 후회는 나름의 기능이 있다. 더 이상 후회하지 않기 위해 전보다 더 노력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적절한 수준의 자기반성을 넘어선 과도한 자책은 성장을 위한 동력이 되기보다는 그저 나를 갉아먹어 버릴 수 있다. 자기 비난의 부정적 쳇바퀴를 굴리다 보면 점차 우울감과 무기력의 늪에 빠져버린다. 그러다가 문득 버려지고 낭비된 세월을 만회해야 할 것 같아 조급증이 밀려온다. 그러나 마음은 달뜨기만 하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마음이 과거로, 미래로 이리저리 휩쓸리면서 현재에 집중하지 못한다.

  

왜 저래? 이해 안 가...

긍정적 사고 회로를 잘 돌리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을 보면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어차피 다 지나가버린 일인데, 그런다고 뭐가 바뀌는 것도 아닌데, 그럴 시간에 앞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한다. 그런데 그걸 전혀 모르는 게 아니라, 잘 안 되는 것에 가깝다.      


충분히 후회해본다

특히 최근에 이런저런 이유로 힘들고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는 건설적인 자기반성보다는 자책을 하기 더 쉽다. 이럴 때 오히려 후회를 할 만치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다만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 매몰되지 않도록 종이를 꺼내 손을 움직여 써보는 것이 좋다. 무엇이 그렇게 후회되고 괴로운지, 정말 전적으로 내가 부족한 탓인 것인지 마음이 가는 대로 적어본다. 이렇게 하고 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더라도 약간 해소됨을 느낄 수 있다. 종이 위에 생각을 펼쳐두면 거리두기도 좀 가능해진다. 이런 여유를 확보해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통제감에 대한 과신

후회를 자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내 의지로 많은 것들을 선택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을 환경에 휘둘리는 무력한 존재가 아니라 이를 통제할 수 있고 원하는 방향대로 나아갈 수 있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라 믿고 싶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여러 환경적 요인들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심지어 의지를 발휘하는 성격조차 우연히 내게 주어진 여건(부모, 사는 환경, 만나는 사람들 등) 속에서 많은 부분 형성된 것이다. 과도한 자책은 자신의 통제감에 대한, 어쩌면 오만하거나 우직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나름의 최선이었다      

과거의 후회되는 행동이 비록 지금의 시각에서는 아쉬운 일일 수 있지만 내게 당시 주어진 조건하에서는 나름의 최선의 선택이었을 수 있다. 어떤 선택지를 두고 갈팡질팡하다 특정 선택을 했다면, 그만큼 확신이 충분히 쌓이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오랫동안 방황했던 시간이 있었다면, 그런 시간이 내게 필요했던 것이다. 자기 합리화 아니냐고 여길 수 있겠다. ‘자기 합리화’가 너무 많은 오명을 얻고 있기는 하다. 다른 말로 바꿔 말하면 '자기 수용'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자책을 너무 많이 하는 사람들은 건강한 자기 수용이 잘 안 되는 것일 수 있다. 주어진 조건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나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며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연민 어린 태도를 자신에게 좀 더 허용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자기 합리화가 너무 빨리, 쉽게 되는 사람들은 좀 더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할 것이다.)     


현실적인 한 걸음이 필요하다

적절한 반성 이상의 자기 비난적 사고를 잠시 넣어둘 수 있을 때 현재에 주의와 에너지를 모을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건 자신의 조건과 자원을 적절히 파악하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너무 높은 수준의 기대를 갖고 있다면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겠다며 자신을 아주 가혹하게 채찍질하게 될 수 있다. 당분간은 그렇게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다. 애쓰며 살다가 장애물이라도 만나면 무너져버릴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남보기에 좋은 결과를 달성했다 하더라도 아주 각박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한 사람은 겉보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타인에게 진실로 관대하기 어렵다. 성공이라도 한다면 모든 게 의지의 문제라며 엄청난 꼰대 짓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나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할 수 있었으니 너도 할 수 있어. 핑계 대지 마!”). 주변에 사람이 있더라도 얻어먹을 게 있어서 몰려드는 것이지 진심으로 함께 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자책의 쳇바퀴가 굴러가면 잠시 멈춰 보자. 그만하면 내게 최선이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자. 그리고 현재에 에너지를 모아, 한 번에 하나씩 작은 걸음을 떼 보자. 다시 자책의 쳇바퀴가 굴러가도 이렇게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좀 더 현실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곁에함께심리상담센터 대표/임상심리전문가 백소영


매거진의 이전글 접촉 결핍 사회, 누구에게나 다정한 터치가 필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