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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소영 Jul 15. 2022

상담자가 되면 좋은 점

지난 주말에 있었던 일

주말을 앞두고 지난 주말에 있었던 일에 대한 기록.




지난 주말에 결혼식에 다녀왔다. 같은 전공을 했던 아끼던 사람 둘의 결혼식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축하하러 왔다. 이들이 그동안 얼마나 잘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식사가 코스요리로 제공돼서 한 테이블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동안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내느라 이렇게 한 자리에 모두 모이는 기회가 참 흔치 않은데, 결혼식 덕분에 그런 자리가 마련되었다.  

    

상담 쪽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를 나눈다.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대화 삼매경에 빠졌다. 11시 결혼식이었고 식사 후 2차로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우르르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각자 다른 환경에서 일하고 있어 서로의 경험은 어떤지 나누는 시간도 있었고 여느 청년들처럼 ‘사는 이야기’들을 했다. 그렇게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어느덧 최후의 멤버 4명이 남았다.      


석사 과정 때 더욱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 위주로 남다 보니 조금 더 내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각자 교육 분석을 받거나 자기 분석을 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치 집단 상담이라도 하듯 이야기가 깊어졌다. 많은 상담자들이 상담자로서, 개인으로서 자신을 더 잘 알기 위해 개인상담을 받는다. 이를 ‘교육 분석’이라고 명명하는데, 이름은 그렇지만 여느 내담자가 상담받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각자 살아온 배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날것 그대로라기보다는 한번 자기 안에서 씹어낸 이야기들이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아픔이 전해졌다. 경청하고 공감하며 서로의 온기를 나눴다. 교류를 하지 못한 시간 동안 어느새 다들 개인으로서, 한 사람의 상담자로서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꼈다. 모두 좌충우돌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겠지만, 주어진 조건 속에서 각자의 호흡대로 삶의 의미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될 때까지 대화가 이어졌고 각자 저녁 일정이 있어 자리를 파하게 되었다. 카페를 걸어 나오면서 새삼 상담자로서의 삶의 가장 큰 수혜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바로,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상담자라는 직업은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그다지 추천할 만한 직업은 아니다. 수련 기간에 박봉을 받으면서도 교육 분석이나 슈퍼비전, 교육을 받는 데 정말 많은 돈을 쓴다. 전문가가 된 이후에도 여타 전문직보다 소위 ‘가성비’가 참 나쁘다. 자기 발전을 위한 지출도 계속된다.      


그렇지만 어떤 일을 하더라도 누구나 내 마음이 왜 이런지, 다른 사람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상담자는 원하든, 원치 않든(?) 마음과 인간관계에 대한 주제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고민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어떻게 보면 인간사 많은 것들이 결국 마음과 관계에 대한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에 모두 다 공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인생 공부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통찰과 이해는 정말 값진 열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열매를 나누는 상담 과정은 더욱 큰 보람과 기쁨을 안겨준다.     


상담자도 인생을 항해하는 보통의 항해자 중 하나인지라 당연히 넘어지고 부딪히고 깨질 때가 많다. 내담자의 문제는 제삼자로서 잘 보이는데(그래서 도움을 드릴 수 있는데) 내 문제는 거리두기에 실패할 수 있다. 좋은 방법을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실천이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삶의 여러 문제에 대한 거듭된 공부와 자신을 돌아보고 변화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통해 넘어져도 무릎 털고 일어날 용기를 조금 더 낼 수 있고, 넘어진 사람의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 둘이 맺은 인연이 또 다른 인연의 자리를 마련해 준 뜻깊은 시간, 새삼 직업으로서의 상담자에 대한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대학원 사람들과 마음 깊이 공명할 수 있었던 따뜻한 시간이었다.   


곁에함께심리상담센터 대표/ 임상심리전문가 백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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