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윤석열 담화문 발표를 듣고 드는 참담한 마음
오늘 윤석열의 담화문 발표를 보고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 계엄령 선포가 망상에 근거해 저질러진 일이라고 밖에 해석할 길이 없었지만 이에 쐐기를 박는 담화였다.
12월 3일, 아닌 밤중에 울려 퍼지는 헬기 소리,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국회에 난입하는 군인들, 국회의 의결 몇 시간 후 이루어진 대통령의 계엄령 해제... 나는 현실감을 애써 붙잡아야 했다. 그날 이후로 국민들은 실로 불필요한 고통과 손실을 겪고 있다. 이 소요가 마무리되더라도 우리 마음속에 상당한 상흔이 남을 것이다.
김건희 여사 특검 압박이 거세게 들어오는 상황에서 윤석열의 위기의식은 극에 달했던 것 같다. 제왕적 대통령 윤석열의 입장에서는 김건희에 대한 공격은 자신과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과 다름이 없었을 것이다.
그는 진심으로 계엄령이 반국가적이고 반민주적인 인사와 세력들을 저지하고 '이들이 만들어 낸 위기'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정치적 도구였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국민들께는 다소 송구스럽긴 하나, 상황이 워낙 급박하고 엄중하여 계엄령이라는 '대통령의 정당한 수단'을 쓰지 않고서는 작금의 위기를 국민께 제대로 알릴 수 없었다는 것이다. 국민들 대다수가 윤석열 탄핵을 지속적으로 외치고 있는 마당에도 그는 꿋꿋하게 스스로를 용기와 소신을 가진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여기고 있었다. 그 비장함이 묻어나는 얼굴과 태도에 나는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원래도 타인의 말을 잘 귀담아듣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한다. 대통령이 된 이후부터는 더욱 그의 주변에 감히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껏해야 돌려서 말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었을 테고, 이마저도 자기애에 상처를 입히는 어떠한 피드백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자에 의해 손쉽게 걸러지거나 좋을 대로 해석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를 지지하거나 감언이설 하는 사람들에게만 귀를 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의 사고 체계는 점점 더 왜곡과 편향에 취약해졌을 것이고 결국 그의 생각을 반증하는 어떠한 정보도 소화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서 망상적 사고가 발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오늘의 담화는 그의 망상이 얼마나 견고한지 보여주었다. 물론 민주당에 문제가 많기는 하다. 이재명, 조국 등 범죄자들이 국정 운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상황도 우려스럽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이들의 행보는 사법적으로 저지될 수 있었다. 오늘 대법원에서 조국 2년 형 선고 확정되지 않았나.
무려 대통령인 그에게 헌정질서와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되지 않으면서 본인의 문제의식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을지언정) 있었다. 그러나 그는 불안과 조급함, 분노, 적개심이 조절되지 않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정말 많다는 오판에 빠져 있었던 듯하다. 지난 총선으로 거대 야당이 만들어진 것은 해킹 등에 의한 선거 조작 때문이고 그동안 자신에게 반기를 든 사람들이나 현재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거리에 쏟아져 나온 사람들 또한 거대 야당의 나팔수인 김어준 같은 유튜버들의 선동에 홀린 탓이다. 이에 자기가 '총대를 메고' 비장하게 사실을 알리면 국민들이 거짓 정보의 망령에서 놓여나 자신과 뜻을 함께 할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었던 것 아닐까?
그는 한동훈을 비롯한 탄핵으로 방향을 선회한 여당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뭐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결국 적들에게 놀아나게 되었다고 여기고 있지 않을까? 현재 윤석열 대통령은 현실검증 능력이 사실상 결여된 상태로 판단된다. 그는 반드시 탄핵되어야 한다.
누구에게 대통령직을 위임할 것이며 차기 대통령은 누가 되어야 할 것인지는 생각만 해도 암담하기는 하다. 그래도 차근히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를 민주적인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