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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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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소영 Dec 27. 2024

독서 욕구는 삶의 좋은 지표이다.

1.


독서가 좀 더 습관화된 이후부터 독서 욕구는 내가 생동감 있게 살아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지표 중 하나가 되었다.


만약 책을 근래에 한 권도 읽지 않고 있거나 읽고 싶은 책이 전혀 없다고 느껴지면, 이미 삶의 많은 영역이 삐걱거리는 등 꽤 많이 소진되고 지친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가능하면 이 상태에 도달하기 전에 내 몸과 마음 상태에 주의를 기울여 휴식을 좀 더 취하거나 일을 줄이는 식으로 삶을 재정비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물론 타이밍을 꽤 많이 놓칠 때도 있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그런 지표가 독서가 아니라 운동, 악기 연주 등에 대한 욕구가 될 수 있다.




2.

나는 책을 좋아하지만 숭배하지는 않는다. 책이라고 다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물성적 측면에서도 그렇다. 책이 다른 매체에 비해 뭔가 숭고하게 취급되다 보니 책을 너무 '아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책이 물에 젖거나 찢어지거나 책을 접거나 책에 낙서를 하거나 밑줄을 삐뚤빼뚤 긋게 되더라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물론 엄청 더러워지는 걸 막 좋아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책을 너무 신성시할 필요는 없다. 그냥 어떤 모양새로든 읽기만 하면 된다.




3. 

새해가 다가오면서 과도해 보이는 권수의 책 읽기 목표를 설정한 사람들이 많이 눈에 들어온다. 과도하다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1년에 300권과 같은 목표는 내게 과도해 보인다.


많이 읽는 것도 어느 정도 중요하다. 양적인 축적이 질적인 변화를 낳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많이 읽을 수 있는 책 중에 '좋은' 책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책을 많이 읽는 건 목표 책 권수 늘리는 것 이상의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쉽게 잘 읽히는 책 중에 기존의 사고체계나 읽어 왔던 책들과 비슷한 결의 책들이 많이 포함되기 쉽다.


그런 책들은 세계관을 넓히고 사고를 유연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 내 생각과 가치관을 편향되게 만들 가능성이 더 크다.


권수에 집착하며 쉽게 읽히는 책을 한 달 동안 30권 읽는 것보다는 나의 세계관을 확장하거나 타자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촉진하는 단 한 권의 책을 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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