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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Sue Oct 04. 2016

현대인은 왜 긴장하는가?

알렉산더 테크닉, 라반 움직임, 바티니에프 펀더멘탈 등 소매틱스 분야를 연구하고, 가르친지 15 년 남짓 시간을 보내며, 긴장과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난다. 나 역시 무용 실기를 멀리하고, 두꺼운 신경과학 원서들, 실험 데이타와 씨름했던 박사 시절, 무거운 돌덩이 얹은 것 같은 어깨와 지끈거리는 머리는 매우 일상적인 것이었다. 그때, 내 삶을 돌이켜보면, 무용할 때에는 유지되었던 균형 잡힌 자세와 흘러가는 호흡이 책상 앞, 컴퓨터 앞에 장시간 있으면 무너져서 자세는 삐뚤어지고, 몸은 굳어졌었다.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몸을 사용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무용, 운동 등의 신체 활동이 일상과 동떨어졌을 때의 한계를 몸소 경험했었다.  


거북목 증후군, 손목터널 증후군은 이제 우리에게 낯선 단어가 아니다. 근육, 인대, 연골, 또는 이와 관련된 신경 및 혈관에 미세한 손상이 누적되어 통증이나 기능 저하가 초래되는 질환을 일컫는 근골격계 질환은 현대인에게 매우 익숙하다. 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근골격계 질환은 산업 현장, 업무 상 질병의 71.5%을 차지하며, 최근 6년 동안 51.6%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된다. 이처럼 우리에게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어깨 결림, 허리 통증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긴장과 통증을 유발하는 한 원인으로 투쟁-도피 반사(fight or flight response)를 들 수 있다. 투쟁-도피 반사는 아주 먼 원시 시대에도 존재했던 인간의 생존 전략 중 하나이다. 만약 뒤에서 호랑이가 쫓아온다면 맞서 싸우거나 도망을 가는 방법으로 원시인은 삶을 이어 나갔다. 호랑이와 맞닥뜨린 것과 같이 위험 상황에서 인간의 시스템은 빨간 불이 들어온 “경계 상태”로 변화된다. 심장 속도는 빨라지고, 동공은 커지며, 배변 활동은 억제된 상태로 말이다. 이처럼 각성이 높아진 경계 상태에 걸맞은 신체 및 생리 시스템 덕분에 원시인은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기 않고 삶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원시인은 호랑이가 사라지고 나면 경계 태세를 풀고 안정 상태로 금세 돌아갔다. 심장 속도는 느려지고, 위장 활동이 활발해지는 이완되고, 편안해진 상태로 말이다. 인간은 이렇듯 생존을 위해 환경-맥락적으로 생체 시스템의 동기화를 통해 삶을 살아나갔다. 

원시인의 투쟁 도피 반사 


그런데, 지금의 우리는 어떠한가? 마치 핸드폰 배터리가 빵빵하게 100% 충전된 상태로만 살아가는 듯하다. 동공은 확장된 상태로 깜빡이지도 않고 눈은 크게 뜨고, 심장은 빠르게 뛰며, 배변 활동은 억제된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학생들에게 시힘 시간은 항상 다가오고, 직장인에게 보고서 제출 마감일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아침 7시 출근길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 안은 나를 밀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더 좋은 학점, 더 많은 스펙을 쌓기 위해서 남보다 한 발이라도 빨리, 그리고 멀리 가야 하는 우리는 숨을 편하고 길게 내쉴 여유를 가질 수 없다. 이런 것들은 현대인에게 있어 원시인의 호랑이와 같은 것이다. 시, 공간의 제촉과 압박이 극대화되며, 현대인의 투쟁 도피 반응은 항상 시동이 걸린다.

시간으로부터 재촉당하는 현대인                                 공간으로주터 압박당하는 현대인                                         

하버드 의대 출신 마크 패터스 박사는 투쟁-도피 반응이 달려오는 트럭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주지만, 일상에서 부딪히는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오히려 해로운 작용을 한다고 말한다.


일상화된 투쟁-도피 반사의 결과로 현대인은 거북목 증후군, 어깨 결림, 요통과 친구가 되었다. 일상화된 몸과 마음의 경계 상태는 가끔 하는 운동, 명상, 그리고, 일년에 한 번 짬을 내서 휴가를 가는 것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즉, 일상화된 경계 상태는 나쁜 자세, 척추의 부정렬, 코어의 약화, 근섬유의 뭉침 등을 초래하는데, 이것들이 일회적인 치료, 운동 혹은 휴식으로는 결코 변화될 수 없다. 요즘 SNS 시대가 도래하며, 통증, 치료, 운동, 자세에 대한 정보는 넘쳐난다. 가령, 승모근 안정을 위한 동작, 요통을 위한 운동 요법 정보가 컴퓨터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만나진다. 통증별, 신체 부분별 운동 요법적 접근도 물론 필요하며, 적합한 정보들은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기능적 관점에서만 접근한 단편적인 운동들이 일상적 삶 안에서 얼마나 실천할 수 있을까? 헬스 클럽에 가지 않아도, 제주도 해변에 발을 담그지 않고도 지금 여기에서 만나고 있는 나의 삶 안에서, 일상 속에서, 올바른 자세와 몸의 사용을 맥락 있게 살펴보고 변화시켜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운동복으로 갈아 입고, 매트에 눕거나 트레드밀에 올라서지 않아도.. 

지금 대면한 컴퓨터 앞에 앉은 상태 그대로.. 혹은 길을 걸어가는 중에도 실천하고, 활용할 수 있는 몸 사용 매뉴얼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에서는 몸과 마음의 사용, 인지와 동작에 관해 이미 정립된 이론과 실제적 움직임 컨텐츠를 가지고 있는 소매틱스 분야 교육 방법(알렉산더 테크닉, 라반 움직임 분석,  바티니에프 펀더멘탈 등)을 운동 제어, 스포츠 생리학, 인지 심리학, 기능 해부학 등과 버무리되, 너무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나아가 실제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내 몸 사용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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