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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주영 Aug 15. 2022

‘회사’라는 조직이 있어서 무언가가 창조되는 게 아니다

매일 덩어리를 굴리기 위한 마음가짐에 대하여. 

‘회사’라는 조직이 있어서 무언가가 창조되는 게 아니다. 창조라는 행위가 중심에 있고, 그 주위로 사람이 모여드는 것이다.
- 무라키 요시히코


최근 작은 주얼리 브랜드를 시작했다. 

‘작은’이라는 단어는 1인이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것과 (물론 그 ‘1인’은 나다) 아직 이렇다할 고객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엄청난 출발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시작이 사소한 것은 당연하고 또 예견된 것이었다. 하지만 ‘무인도에 떨어져 있다’라는 느낌을 받을지는 몰랐다. 내가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아직 이 브랜드를 아는 이들은 나의 소수의 친한 친구들과 광고를 보고 찾아와 브랜드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주신 (고마운) 분들이다. 많진 않지만 유입되는 분들은 꾸준히 있는데 구매로까진 이어지지 않는다. 왜일까? 답을 알려줄 사람은 없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을 때처럼 광고비를 천만 원 단위로 태우지도 못한다. 얼굴을 알만한 모델을 쓰지도 못한다. 이렇게 해봤다가 저렇게 해봤다가, 내가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실험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창업의 세계에서는 ‘될 때까지 하는 게’ 미덕이라고 한다. 직접 해보니 진정 그렇다. 우리가 아는 수많은, 지금은 소위 ‘유니콘’이라고 불리는 서비스들도 초기 프로토타입은 지금과 다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불안하거나 조금은 의기소침해질 때마다 EO 채널에 들어가 나 자신을 세뇌한다. 암, 처음은 어려운 것이지. 처음부터 엄청난 브랜드가 되는 걸 기대할 순 없지. 


그러던 중 고로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책에서 위 문장을 만났다. ‘사업’이라는 단어에는 뭔가 대단한 것이 저절로 딸려올 것 같은 마법의 낚싯대 같은 이미지가 붙어있지만, 사실 ‘사업’ 이전에 ‘창조’라는 행위가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 위로는 고상해 보여도 물밑으로는 수많은 발길질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직 내 사업, 내 브랜드가 크지 않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도, 의기소침해질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안심이 된다. 나는 그냥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창조적 행위를 하면 된다. 목표의 단위를 작게 만들고, 그 목표를 어떤 지위나 상태가 아니라 움직이고 있는 ‘행동’으로 설정한다. 그 행동이 야기하는 결과는 나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이니 최대한 집착하지 않는다. 


그렇게, 일단 작은 덩어리를 굴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보겠다고 또 한 번 다짐한다. 




고로에다 히로카즈,『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옮긴이 이지수,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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