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8] 30일간의 기록 (클래식/2020/09/28)
2020년은 판데믹과 함께 시작했고, 내 마음은 패닉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였다.
혼란과 우울에서 감정을 빼고 생각해보면, 마이너스의 시간들이었다.
1. 일을 줄였다.
- 이 부분은 심적으로 매우 위축되고 힘들었지만 드러내 놓고 티 낼 수 없었고, “전 세계가 다 그래” 속에 편입됨을 유일한 안도감으로 삼아야 했다. 머릿속에서 쉼 없던 일에 대한 생각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환경이었다.
2. 움직임이 줄었다
- 일에 따른 움직임이 따라 줄어들었다. 집안에서 밖에 나가지 않는 날이 늘었고, 먹는 것도 줄었다. (그럼에도 살은 점점 늘었다.)
3. 지출도 줄었다.
- 수입이 줄어드니 다양화하려 노력했고, 그럭저럭 지나왔지만, 지출도 많이 줄었다. 특히 술값 커피값 모임이나 문화활동비가 줄어들었다.
빼기를 해 나가는 가운데, 변화된 부분도 있었다. 먼 거리, 낯선 사람, 새로운 만남은 획기적으로 줄고, 10년 가까이 왕래가 없던 동네 친구들과 만났다.
한동안 SNS를 하는 시간이 의미 없게 무한정 늘어났지만 (무엇을 봤는지 기억에도 없다), 그마저도 확 줄어들었다. 연락 올 일도, 중요하게 기다려야 하는 일도 없으니, 좋다. 기획자로서 직업 전반에 대한 적성에 큰 의심이 생긴 부분이다. 중고등학교 졸업 이후 거의 사용한 적이 없던 책상 앞에 다시 앉아서 시간을 보냈고, 정신없이 산만한 가운데 책도 조금 더 읽었다, 시간이 이렇게 많은데 비하면 매우 적은 분량이지만, 계속 집중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켜켜이 쌓인 해묵은 물건들도 조금씩 버리고 있다. 매일매일 일정하게 해야 할 일이 거의 의미가 없어졌으니, 억지로라도 매일매일 음악을 듣고, 글을 쓰는 일로 브런치를 채워간다.
다음 달에는 재즈에 대해 적어볼까 한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도 유튜브를 통해 한 달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니, 좋은 소재가 될 것 같다. 해외의 대규모 재즈 페스티벌은 모두 내년으로 연기했다. 해외시장은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선택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언젠가 기회가 되면 서면 인터뷰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1년이 지나가고 있다.
빼기만 해서 그런지, 과거로 시간을 빼보니, 젠장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었나 싶다.
패닉(Panic) 어원인 반인반수의 신 “판(Pan)”의 플루트 소리에 놀아나다 보니, 어느덧 깊은 숲에 길을 잃고, 또 그럭저럭 두려운 가운데 있다 보니, 우습기도 하다. 그의 존재처럼 내 꼬락서니가 반은 짐승이고 반은 신적이다.
(오늘은 앨범과 연주자 이름 대신 작품 목록으로 대체합니다)
- Mozart : 12 Variations on 'Ah, vous dirai-je Maman' for Piano in C Major, K.265
- CORELLI : Sonata for Violin & Basso Continuo in D minor op. 5-12 'La Folia'
- BEETHOVEN : Variatians on a theme from Handel's Judas Maccabaeus WoO 45
- Brahms : Variation on a Theme by R. Schumann for Piano, Op.9
https://classicmanager.com/playlist/438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