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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인 May 08. 2019

무엇을 위한 사형제도인가

팟캐스트 '범인은 이안에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지만 사형의 구형은 가능하다.


A는 지난 2017년 4월 25일 오전 2시경 신혼여행으로 떠난 오사카의 한 숙소에서 아내 B 씨에게 니코틴 원액을 주사로 주입해 살해하였다. A는 B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처럼 위장하여 신고, 일본 현지에서 장례절차까지 마쳤다. 그러나 부검 결과 사망원인이 니코틴 중독으로 밝혀지고,  A의 살인계획이 담긴 일기장이 발견되면서 덜미가 잡혔다. 목적은 B 씨의 사망보험금 1억 5천만 원을 받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심에서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한 것도 부족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며 사형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후 2019년 5월 3일, 대전고법 형사 1부(이준명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의 살인 혐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사형을 구형했다.


사형이 실질적으로 집행되지 않는 국가에서 사형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 


잔인한 행위의 죄를 지은 범죄자에 대해 사형집행을 해야 한다는 여론 또한 존재한다. 제도의 존치에만 그치지 않고 사형을 집행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안녕을 위한 것일까?



우리나라 사형제도


사형 (死刑)  범죄인의 생명을 박탈하여 그 사람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제거시키는 형벌.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사형 [Todesstrafe, 死刑] (두산백과)


생명형·극형(極刑)이라고도 한다. 사형은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형벌로, 고대와 중세 때는 사형이 주된 형벌이었다. 그러나 18세기 서구 계몽주의 사상이 '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워 주면서 사형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현행 한국 형법은 형벌의 종류로서 사형을 규정하고 있다(형법 41조). 사형은 교도소 내에서 교수(絞首)하여 집행하며(형법 66조), 집행시기는 법무부장관의 집행명령일로부터 5일 이내이다(형사소송법 466조). 법무부장관은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월 이내에 집행의 명령을 하여야 한다(465조). 


우리나라는 정부수립 이후 1,310명의 사형이 집행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형제도가 폐지되지 않았으나, 1997년 12월 30일 23명의 사형이 집행된 이후 현재까지 집행되지 않고 있는 '실질적 사형폐지국가(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국가)'이다. 


또한, 1996년과 2010년 헌법재판소에서는 사형제도에 대한 위헌 여부를 다투었지만 모두 합헌 (1996년 합헌 7-위헌 2, 2010년 합헌 5-위한 4)으로 결정된 바 있다.


이후 실시한 여러 조사에서도 사형제도 유지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2012년 범죄자 처벌에 대한 여론조사>

범죄자 처벌 강도 ‘지금보다 엄하게 하는 것이 좋다’ 95%

사형제도 ‘유지해야 한다’ 79%

흉악범 사형집행 ‘찬성한다’ 78%


<2015년 국민 법의식 조사연구>

'사형제 폐지'에 찬성 34.2%, 반대 65.2%


<2016 법의식 실태조사 (법 관련 전문가 대상)>

사형집행 매우 찬성/찬성하는 편 변호사 50.9%, 검사 76.7%

사형집행 매우 반대/반대하는 편 판사 53.5%, 로스쿨 교수 53.6%

 

사형제도의 존폐에 대한 사회적 논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8년 '사형제도 폐지 및 대체형벌에 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형제 폐지와 대체형벌에 대한 인권정책 권고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조사에서도 사형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80%에 달했고,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0%에 그쳤다. 사형제 폐지 의견은 지난 2003년 조사 당시 34.1%보다 오히려 14% 포인트 정도 줄었다.



세계의 사형제도


세계적으로 사형제도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실시되어왔지만, 최근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를 폐지하거나 집행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세계의 사형제도의 현황은 네 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다 (UN 회원국 195개국 기준):

55개국 (28%) 사형제 존재 및 집행 중

28개국 (14%) 사형제 존재하나 지난 10여 년간 사형 집행하지 않은 국가

7개국 (4%) 사형제 존재하나 전시 상황과 같은 특수상황을 제외하고 지난 14년 이상 사형 집행을 하지 않은 국가

105개국 (54%) 사형제 폐지


세계 사형제도와 관련된 특이점은, 2009년 이후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미성년자에 대한 사형을 집행해오고 있고, 2013년에는 이란과 북한, 사우디아라비아, 소말리아에서 공개처형이 행해졌다는 것이다.


<2018년 사형 집행 국가: 최소 21개국>

아프리카 (5개국): 보츠와나 (2), 이집트 (43+), 소말리아 (13+), 남 수단 (7+), 수단 (2) 

북미 (1 개국) : 미국 (25)

아시아 (14개국) : 아프가니스탄 (3), 중국 (알 수 없음), 이란 (253+), 이라크 (52 개국 이상), 일본 (15+), 북한 (알 수 없음), 파키스탄 (14+), 사우디 아라비아 (149+) 태국 (1), 싱가포르 (13), 시리아(알 수 없음), 베트남 (85), 예멘 (4 +)

유럽 (1 개국) : 벨로루시 (4+)

*정확한 숫자는 확인하기 어려운 국가들이 존재함.




*이하 글은 개인적인 소견임을 밝힙니다.


사형제도의 궁극적 목적


형벌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인 응보주의(retribution)와 공리주의(utilitarian)로 나뉜다. 응보주의는 흔히 말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죄에 해당하는 만큼 그에 응당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공리주의는 범죄 자체에 대한 처벌보다 사회 전체의 이익의 극대에 그 목적을 둔다. 


공리주의는 죄의 처벌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공리를 위한 여러 세부 목적이 존재한다. 또한, 다수의 이윤을 극대화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성도 중요한 요소이다. 


공리주의적 형벌의 세부 목적 항목
 - 제재(deterrence): 범죄의 처벌 과정을 통해 잠재적 범죄자가 범죄의지를 갖지 않도록 함
 - 교화(rehabilitation): 범죄자의 재사화를 통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함
 - 격리(incapacitation): 범죄자를 사회와 물리적으로 격리시킴으로써 가해를 할 수 없도록 함
 → 종합적으로 예방(prevention)과 사회적 회복(restoration) 효과를 가짐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입장에는 효율성, 정확성, 인권문제 등이 있다. 사형제도가 실질적인 범죄 예방이나 제재에 있어 효과가 없어 범죄율을 낮추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잘못된 수사로 인해 억울한 사람이 국가에 의해 목숨을 잃는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의 목숨을 국가가 인위적으로 끊는다는 것에 대한 인권문제도 있어 제도의 존폐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어오고 있다. 다수의 선진국가에서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고, 사형집행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무역협정을 맺고 있는 등 부수적인 문제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사형에 대해 논하면서 쉽게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피해자'이다. 


제재나 교화, 격리는 피해자가 겪은 피해 수준에 상응하는 형을 주는 응보주의가 우선시된 이후에 고려되어야할 항목들이다. 그러나 공리주의의 '다수의 쾌락(이윤)'에서 피해자에 대한 고려는 소수에 대한 것으로 판단, 주요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범죄 피해자는 가해자의 형벌을 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수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특정한 형사사법제도가 실질적인 범죄율을 낮출 수 있는지는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 사형제도도 마찬가지이다. 다양한 사회현상을 고려해야 함은 물론이고 흉악범죄의 범죄율을 살펴보았다고 해도 해당 범죄들이 실질적으로 사형이 선고될 것인지를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는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치적 문제나 사법체계의 미숙으로 인한 부당한 사형선고와 집행에 대한 우려는 국가나 형사사법시스템의 오류를 특정 제도로 책임전가 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치, 구조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제도를 비판한다면, 반대로 명확히 그 죄가 판명될 때에는 제도의 적용에 대한 정당성을 가지게 된다. 


최근 진주에서 일어난 대량살인 사건을 살펴보면 가해자의 범행이 확실하고, 정치적이지도 않으며 잘못된 수사로 인한 가해자 확인에 대한 부정확성이 없는 상황이다. 정확도의 문제가 있어 사형을 피해야 한다면, 진주 사건의 가해자에 대한 사형 선고는 정당하지 않은가?


가해자의 인권보다 피해자의 인권을 중요시하는 것이 정의를 위한 방향이다. 사형을 주된 형벌로 활용했던 국가의 구시대적 권력남용을 막는 가해자의 인권 보호는 충분히 진행되어 왔다. 죄에 응당한 형을 주는 것, 피해자의 피해만큼 가해자가 벌을 받는 것이 일차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사형만이 능사가 아니다. 최근 인권위에서 수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약 70%가 '사형을 대체할 수 있는 형벌이 있다면 사형을 폐지해도 된다'는 의견에 찬성한 것과 같이, 사형에 상응하는 형벌이 가능하다면 누군가의(그것이 범죄자라 할지라도) 목숨을 국가가 결정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준 가해자에게 우리는 과연 최고형으로 사형 이외에 어떠한 형벌을 내릴 수 있을까? 무엇보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응보주의적 시각으로 형벌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할 때이다.


참고기사



참고 웹페이지 및 보고서

Wikipedia 'Capital punishment by country'

한국갤럽 '2012 범죄자 처벌에 대한 여론조사'

한국법제연구원 '2015 국민 법의식 조사 연구'

한국법제연구원 '2016 법의식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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