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범인은 이안에 있다'
도박은 국내 형법상 엄연한 범죄입니다.
도박을 하는 이도 도박장을 운영하는 이도 모두 법을 어긴 행위로 판단하여 응당한 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정부가 허가한 장소에서, 혹은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에게는 차별적으로 해당 법률이 적용되지 않고 합법적으로 도박을 할 수 있기도 합니다.
도박은 정말 범죄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왜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걸까요?
몇몇 국가들은 도박을 내외국인 관계없이 사설 운영으로 관리하기도 하면서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국가들은 국가적으로 범죄행위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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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의 정의와 관계법령
도박의 일반적인 정의는 '돈이나 가치 있는 소유물을 담보로 결과가 불확실한 사건에 내기를 거는 행위'를 이야기합니다. 형법상 도박을 행한 사람은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상습성이 인정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도박이 불법인 것은 아닙니다.
도박의 일반적인 정의에 해당하더라도 일시적인 오락의 경우는 처벌을 하지 않으며, 각종 특별법을 통해 도박이 허용되기도 합니다.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합법적 도박인 로또나 즉석복권의 구매, 스포츠토토(프로토 포함), 경마ㆍ경륜ㆍ경정, 청도군 소싸움 등은 법적으로 허용된 도박입니다. 특히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강원랜드는 국내 유일 내국인도 합법적으로 도박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 외 국가가 허가하지 않는 도박장에서의 도박, 개인 도박, 온라인 도박(정부 운영 1곳 제외)은 모두 불법 도박입니다. 관련 법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도박과 복표에 관한 죄
형법 제246조(도박, 상습도박) ① 도박을 한 사람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② 상습으로 제1항의 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247조(도박장소 등 개설) 영리의 목적으로 도박을 하는 장소나 공간을 개설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249조(벌금의 병과) 제246조제2항, 제247조와 제248조제1항의 죄에 대하여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병과할 수 있다.
원정 불법 도박으로 적발될 경우 속인주의에 따라 행위의 장소에 대하여 국내외 구분 없이 대한민국 국적자라면 국내법으로 처벌됩니다.
국가별 도박 관련 정책 및 현황
우리나라에서 자국민을 대상으로 법적으로 허용된 도박으로는 복권, 경마, 경륜, 경정, 체육복표사업(스포츠토토, 프로토, 베트맨), 소싸움이 있습니다. 카지노는 강원랜드로 1곳에서 합법적인 도박이 가능합니다.
일본의 경우도 국내와 유사한 종류의 도박들을 자국민에게 허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특이점이라고 한다면 일명 '빠칭코'로 불리는 일부 사행성 도박의 종류가 합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한, 2018년 복합리조트법이 통과되면서 2025년까지 일본 내 3개의 지자체에 자국민 출입 카지노를 설립 예정이라고 합니다.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미국 일부 주와 캐나다, 호주, EU도박국가협약을 맺은 유럽 국가 등 에서는 복권과 경마는 물론 카지노가 내국인에게 허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종류만으로 꼽았을 때 우리나라가 허용하고 있는 자국민 대상 도박의 종류의 숫자가 적거나 다양하지 않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표적인 도박산업인 카지노가 자국민에게 단 한 곳에서만 가능한 것이 조사한 대부분의 국가와 다른 특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GDP 대비 순매출액 비율은 국민생활수준에 비례해 어느 정도 도박산업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2012년 기준 GDP 대비 도박산업의 순매출액 비율 순위를 살펴보면 오세아니아 국가인 호주와 뉴질랜드가 각각 1위와 3위, 캐나다와 영국, 미국의 경우 각각 4, 9, 14위의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도 미국보다 한 단계 위인 13위에 올라 국내 도박이 국내 산업에서 비교적 활발한 분야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불법도박 시장 규모
이상에서는 합법적인 도박산업에 대해 알아봤다면, 이제 우리나라의 불법 도박시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우리 정부는 2011년 제2차, 2015년 제3차 실태조사를 통해 국내 불법도박의 현황 파악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불법도박의 규모는 2011년 총 약 75조 1천억 원에서 2015년 약 83조 8천억 원으로 약 17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2020년인 것을 감안했을 때, 큰 변화 없이 시장 규모가 지속되었다고 한다면 현재 약 100조 가까이되는 불법도박 시장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100조는 어느 정도의 규모가 되는 금액일까요?
2020년 대한민국 예산은 512.3조 원입니다(기획재정부). 대한민국을 경제 성장국으로 이끈 반도체 산업의 수출 규모가 2018년 118.2조 원이며(산업연구원), 우리나라 문화를 전 세계로 떨치고 있는 콘텐츠 산업 전체 매출 규모가 2017년 총 110.4조 원이었습니다(한국콘텐츠진흥원).
절대적인 규모 간의 비교가 무의미할 수 있지만, 불법도박 시장의 규모가 국가 예산의 1/5 정도이고 국가 대표 산업 수출 규모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불법도박시장의 종목별 상황을 살펴보면, 온라인 도박 시장의 규모가 약 17조에서 25조로 크게 확장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불법 하우스도박은 그 규모가 1/3 규모로 급격히 하락했고, 더불어 사행성게임장도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일반 범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재산범죄, 특히 사기와 같은 범죄의 경우 직접적으로 대면하여 이루어지기보다 온라인상의 중고상거래, 해킹, 보이스피싱 등 가상공간을 이용한 범죄가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불법도박시장도 하우스나 게임장처럼 물리적인 투자비용이 소모되고 적발의 위험이 큰 사업보다 비교적 간편한 설립과 운영을 할 수 있는 온라인으로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가적으로 허용한 도박시장 규모와 불법시장 규모의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요?
2011년과 2015년 모두 약 2:8의 비율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불법 도박의 시장 규모가 비율에서 80%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산업? 범죄? 질병?
범죄의 사전적 의미는 '법규를 어기고 저지른 잘못'입니다.
국가에서 허가한 항목 이외의 도박을 하는 행위는 모두 현행 법규를 어긴 것이기 때문에 불법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도박을 선택적으로 '불법도박'으로 규정하고 법을 어긴 주체자와 이용자를 처벌하는 것만이 과연 사회적으로 가장 이로운 방법일까요?
불법도박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국가가 관리하지 못하는 자금의 규모가 증가하게 됩니다. 정부 예산의 1/5 규모에 해당하는 시장에 대해 제대로 세금조차 부과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시장은 이미 형성되어 있고, 정부의 불법도박 근절을 위한 노력도 한계가 있습니다.
불법도박 문자는 끊임없이 개인에게 발신되고 있고, 성인인증이 필수도 아니기 때문에 연령에 상관없이 불법도박을 접할 수 있어 청소년의 불법도박 이용 수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배팅에 한계도 없으며, 불법도박 운영을 하다가 적발되더라도 '6개월만 살고 나오면 된다'는 문화가 팽배해 있어 지속적으로 불법도박이 양산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박을 합법화하는 것이 옳을까요?
소위 '직접적인 피해자가 없는 범죄'가 있습니다.
강도나 절도, 살인, 성범죄와 같은 범죄는 직접적인 피해자가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피해자인 상대방이 있는것이죠. 그러나 마약이나 도박과 같은 행위는 일반적으로 직접적인 '피해자가 없는 범죄 (victimless crime)'에 속하며 이에 대한 쟁점도 다양합니다. 개인의 선택이나 행위가 사회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경우 우리는 직접적인 피해자가 없이도 범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도박이 직접적인 피해자를 만들어내진 않지만 사회적으로 부도덕한 행위이며, 이러한 행위는 연쇄작용으로 불법도박을 행하는 이들이 속한 사회집단인 가정이나 사회, 국가적으로 피해를 끼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디까지를 범죄로, 어디까지를 산업으로 보아야 할까요? 애초에 '도박'이라는 행위를 범죄로 분류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요? 왜 국가마다 기준이 다르고, 외국인은 무제한으로 허용하면서 내국인은 왜 안될까요?
도박 중독의 문제는 또 어떨까요?
도박의 합법성을 떠나 중독의 문제는 질병으로 판단하며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불법도박을 하다가 중독이 되면 불법도박에 대한 처벌을 우선해야 할까요? 도박 중독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우선해야 할까요?
온라인 불법도박
아직 논의해야 할 어려운 쟁점들이 많은 상황이지만, 다음으로 미룰 수도 없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온라인 도박에 대한 논의와 법제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로 우리도 이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실정입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ICT 분야 선두 국가입니다. 온라인 불법도박의 규모가 30조 이상으로 예상되지만 이 중 얼마나 적발되고 법적인 처벌을 받는지도 의문입니다. 외국에 서버를 두고 운영할 경우 국내법으로 적용되지 않는 범위에 있기 때문에 이를 적발할 수도 없고, 접근이나 수사 권한도 명확히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주제에 대해서는 한 가지 명확한 답을 내기보다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나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도박은 합법과 불법을 떠나 개인의 건강한 생활을 쉽게 무너뜨리고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만 돈을 벌려줄 뿐이며, 도박중독 등의 사회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행위입니다. 불법도박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기엔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접어들었습니다. 국가에서 이를 허가하고 관리하고 있는 만큼 정확히 득실을 판단하여 법을 정비하고 실효성 있는 관리 정책을 마련하기를 바랍니다.
불법도박, 도박장(온라인 포함) 신고 시 대상에 따라 최대 5,000만 원의 포상이 지급됩니다.
신고전화: 1855-0112 홈페이지: 불법사행산업감시신고센터 https://singo.ngcc.go.kr/
도박문제 치유 등 도박 관련 문제 상담을 전화나 인터넷(채팅상담, 게시판상담)을 통해 가능합니다.
상담전화: 1366 홈페이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https://www.kcgp.or.kr/pcMain.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