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디 Jan 29. 2022

아주 사적인 인터뷰

아주 '사적인' 인터뷰 : Prologue

 Y는 올해로 25살이 된 사람이다. 본인을 처음 소개한 말은 '프로 이직러'였다. 20년도부터 거의 5번 정도의 이직을 했기 때문에. 그리고 매 번 어떻게든 해냈다고. Y는 자신이 이직하며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하려다가 이번 인터뷰의 주제가 본인의 새 프로젝트 때문이라는 걸 떠올렸다. Y는 인터뷰를 작성하고 기획하면서 스스로를 인터뷰하는 일은 스스로에게 꽤 가혹하다고 생각하며 인터뷰 질문을 생각하고 이어갔다.




안녕하세요.


Y  안녕하세요. 이런 자리가 익숙하지 않아서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반갑습니다. 아주 사적인 인터뷰의 첫 에피소드를 장식하게 될 Y입니다. 편의상 실명 이니셜로 소개하겠습니다.


21년이 힘드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나요?


Y  아무래도 옮긴 곳에서 일에 적응했을 때 즈음에 급여 및 인사 문제로 심한 분열이 있었는데, 그 점이 제 삶에서 저를 가장 많이 흔들었습니다. 덕분에 인생 공부를 했다고도 생각하지만요. 그리고 기약 없는 공부 몇 가지가 저를 힘들게 만들었고요. 계속될 것 같았던 인연들이 사라지는 점이 슬펐습니다. 하지만 몇몇은 제가 선택한 일이었기 때문에 후회하지는 않지만요. 또, 같이 살던 동생이 집을 나갔습니다. 사실 독립을 한 거지만, 심적으로 어머니가 힘들어하시는 점이 곤란하고 슬펐습니다. 늘어놓고 보니 별 것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꽤 많은 일이 있었구나 하는 기분도 드네요.


많은 일이 있었네요. 22년의 시작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Y  글쎄요. 잘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또 엄청 힘을 내서 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열심히 살기 싫다는 게 아니라 적당히 무난하게 너무 힘쓰지 않고 살고 싶어서요. 적당히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면서.


무난하게, 좋은 말이네요. 그럼 이제 본격적인 질문을 몇 가지 해 볼게요. 아주 사적인 인터뷰를 생각하시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될까요? 힘쓰지 않고 무난하게 살겠다는 말이랑은 거리가 있는 기획인 것 같은데요.


Y  우선 아주 사적인 인터뷰-이후에는 사터뷰,라고 줄여 이야기함- 기획이라는 거창한 말을 붙일 정도로 힘을 쏟는 프로젝트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여전했고, 글을 쓰기 위한 경험이 한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 글을 적는 것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부터 출발한 기획입니다. 우리는 때로 많은 사람들을 지나치게 되죠. 예를 들어 직장에서나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어쩌면 그냥 짧은 시간 같이 일하고 헤어질 사람들,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고 대부분은 그렇지만, 저는 가끔 어떤 사람의 단편적인 면만 알고 있었다는 게 슬프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저 사람의 저런 부분을 몰랐던 것이 아쉽다. 정도의 감정이기는 하지만요. 그래서 '저런 부분'에 대한 걸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사터뷰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사람이라는 게 알면 알 수록 입체적이고 단편적이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사터뷰를 하며 만나는 사람들과 저의 인간관계에 대한 스펙트럼의 경험이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해 보니 좀 이기적이고 아주 사적인 이유네요.


그럼 '사터뷰'의 목표와 주제는 어떻게 정해지나요?


Y  만나는 사람들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주로 인터뷰이가 가진 고민, 요즘의 생각에 대해 물어볼 예정입니다. 정제되지 않은 만남에서 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제시켜서 발행해 볼 예정입니다. 제가 가진 이야기들도 나누면서요. 사터뷰는 사실 인터뷰이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러니까 아주 사적인 인터뷰 기도 하고요. 목표는 있습니다. 21년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많은 인연을 만드는 게 목표고요, 생각해보니 이건 저만의 목표네요. 저 말고 사터뷰 자체의 목표는 후련해지는 것에 있을 것 같아요.


후련해지는 것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을 덧붙인다면요?


Y 단순히 이야기를 털어놓고 속 시원하다! 라고 할 수도 있고, 너무 친한 사람들에게는 하지 못했던 진지하고 무게가 있는 고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답을 얻어가 후련할 수도 있고요. 저는 전자에 가까운 후련함이 사터뷰의 목표라고 생각하는데, 이것 또한 인터뷰이의 이야기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이 후련함에 대한 '덧붙임'은 제가 매 번 사터뷰 말미에 사족으로 붙여 볼 예정입니다.


사터뷰에서 Y님이 앞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될 것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사람이라던지, 앞에 이야기한 후련함이라던지.


Y 제가 이전에 쓴 매거진에서 굉장히 많이 언급했는데, 저는 술을 꽤 좋아합니다. 사실 꽤가 아니고 엄청 좋아해요. 그래서.. 무엇을 먹고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지도 중요할 것 같아요. 술자리라는 게 신기하게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에게 최적인 순간이 있거든요. 술 한 잔에 긴장도 풀리고, 들뜬 분위기에 괜한 이야기도 던져 보게 되니까요. 그리고 제가 할 일 중에 가장 중요한 건 아무래도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단어와 문장들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일일 것 같네요.


그럼 사터뷰에서 할 고정 질문 같은 건 생각해 놓으신 게 있을까요?


Y 우선은 사랑이요. 저는 한 때 사랑이 세상을 구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실제로 제 세상은 구원받았다고 느낄 정도의 사랑을 해 본 적도 있습니다. 사실은 그 세상이 낭떠러지 위의 허울 좋은 모래성인지는 나중에서야 알았지만요. 그래도 사랑은 위대합니다. 꽤 염세적으로 변한 지금의 저도 항상 생각하는 부분인데, 꼭 이성 간의 사랑이나 간지러운 낱말 몇 개가 아니어도 사랑이라는 건 위대하고 지속적이거든요. 성애의 상대에게만 보이는 사랑뿐만 아니라 다른 사랑들도요. 그래서 일단 사랑에 대한 질문을 한 번씩은 꼭 해볼 것 같아요.

 두 번째로는 꿈에 대해서요. 저는 얼마 전까지 제 꿈과 신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대화를 그냥 나눌 때도 제 꿈에 대해서만 주절주절 늘어놓는 사람이었습니다. 궁금하지도 않은 상대도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꿈을 좀 듣고 싶습니다. 꿈은 사랑만큼 위대하지는 않지만 있는 사람에게는 사랑보다 소중한 것일 확률이 높기도 하고요.

 이 두 가지를 묻게 되면 인터뷰이의 삶의 방향과 전체에 대해 어느 정도 짧고 가볍게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꼭 그 사유 때문에 묻는 것만은 아니지만. 사터뷰니까 사적인 것에 집중하려고요.


그럼 스스로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Y 사랑은 사랑이죠. 말로 하지 않아도 표정에서 보이고, 말투에서 느껴지는 것들. 백 마디 말보다 귓불까지 달아오른 사랑에 빠진 제 얼굴이 사랑이고, 늦은 밤 취한 친구의 전화를 받고 데리러 나가는 길이 사랑이고, 우울하다는 제 말 한마디에 야근이 끝나고도 저와 술을 마셔주던 친구도, 부산에서 2주를 일하고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저를 보러 을지로로 찾아오는. 이런 행동들이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성애적인 사랑보다 요즈음은 일상에서의 사랑을 많이 느끼는데, 저를 정말로 아끼고 사랑해주는 친구들이 옆에 있어줘서 어느 때보다 충만하고 안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저에게는 이런 것들이 가장 큰 사랑입니다.


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Y 이건 몇 년을 고민해도 저에게는 어려운 질문인데요. 꿈은 가끔 절망적이고 가끔은 희망적입니다. 대체로 항상 절망적이고 가끔 희망적이고요. 이룰 수 없을 것 같다가, 어쩌다 이룰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면 그 실오라기 같은 생각에 기대어 끝없이 부풀어 오릅니다. 그래서 사실 꿈에 대해서는 생각을 깊게 하지 않아요. 뭐라도 되겠으니까 열심히 할 거야, 하는 생각의 주가 되는 부분이 꿈이라고 생각해요. 아주 단순하게 지금은 '하고싶은 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깊게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하기로 했습니다.


염세적인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말을 알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럼 혹시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Y 딱히 꼭 하고 싶은 말은 없지만, 부디 많은 것들을 좋아하고 많은 것들을 생각하는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항상 인생의 기로에 놓여있는 기분이기는 했는데, 이번 연도가 특히 그렇습니다. 백세 백이십세 시대라는데 그렇게 따지면 반도 안 살았지만. 왠지 사회적으로 주는 “중반”의 이미지에 아주 가까워진 것 같아서요. 사실 사터뷰는 제가 어떤 사람일까에 대해 가까워지고 싶은 개인적인 욕망도 담고 진행하는 프로젝트라서요. 만나는 모든 분들도 부디 좋은 한 해가 되기를 바라고요.



 Y는 인터뷰를 마치고 조금 후련한가? 하는 생각을 했다. 바라는 것은 많은데 날것의 생각을 끄집어 내고 정리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대화를 주로 이루는 이가 없이 혼자 이야기한다는 것 또한 어려웠다. 글을 써내려가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질문하는 일도, 대답하는 일도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후련함을 위해 힘쓰는 나날이 되기를 바라면서 ‘사터뷰’의 프롤로그를 마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