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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Feb 07. 2018

영화 범죄도시를 여행하다

마동석, 윤계상, 진선규의. 영화 범죄도시 


Ep2. 범죄도시 

첫 번째 영화 여행을 하던 날엔 눈이 왔다. 건축학개론의 주인공 승민과 서연이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던 첫 눈 오는 날이 마치 그 날처럼 느껴졌다. 영화 속에 와있는 듯한 기분이 이런 느낌일까? 눈으로, 마음으로, 살끝으로 영화를 느낄 수 있었다. 기분 좋은 느낌, 두 번째 영화를 서둘러 고민했다. 


이번 영화는 불현듯 생각난 영화 범죄도시. 영화 여행이라는 버킷리스트를 실행에 옮기면서 많은 영화를 떠올려봤지만 사실 그 당시엔 생각도 나지 않던 영화였다. 그런데 문득 이 영화가 떠올랐다. 첫 번째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차분한 서울을 맛봤다면, 범죄도시 속 장면을 통해 확연히 다른 서울을 찾아볼 수 있겠다 싶었다. 




마동석, 윤계상, 진선규의 범죄도시 


2017년 개봉해 680만 관객 몰이에 성공했다. 당시 b급 분위기 물씬 풍기던 포스터 탓에 영화 일찌감치 영화 보기를 포기했지만 점점 불어나는 입소문에 관심이 갔던 영화였다. 영화는 잔인했지만 유머 넘쳤고, 진부한듯 보였지만 새로웠다. 


영화 범죄도시는 하얼빈에서 넘어와 가장 강력한 범죄 조직이 된 춘식이파를 위협하며 최고 악질의 신흥 범죄 조직 보스로 떠오른 장첸(윤계상)과 범죄 도시를 소탕하려는 강력반 형사 마석도(마동석)에 대한 스토리로, 이는 흑룡파 사건을 모티브로한 실화 베이스의 영화다. 



메인 캐릭터라곤 생각 못한 배우들의 조합. 거기에 이름도, 얼굴도 몰랐던 배우 진선규까지. (마블리가 출연하는 영화는 모두 보고, 오랜 시간 fangod였으나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 없던 범죄도시는 이 배우들이 다 했지 싶을 정도로 배우의 호연이 돋보인 영화였다. 


처음으로 god 윤계상이 아닌 장첸의 얼굴을 보았고, 낯선 배우 진선규의 얼굴에서는섬뜩함을 보았으며 믿고 보는 마동석의 연기와 센스는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2017년 개봉작 중 꽤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 범죄도시. 불현듯 떠올랐지만 절대 잊을 순 없던 잔인함, 그 장면을 여행하기로 했다. 




범죄도시, 현실과는 다른 곳


영화 범죄도시를 다시 떠올리니 주요 장소가 몇 군데로 추려졌다. 그 중 신흥 조직의 보스 장첸이 기존 조직들을 제압하는 장소였던 성인게임장과 그들이 싸움을 일으키던 좁은 골목길을 먼저 찾아가 봤다. 



영화의 배경이자 실제 흑사파 사건이 일어났던 곳은 가리봉. 하지만 위의장면들이 촬영된 곳은 가리봉이 아닌 영등포구 신길동이었다.


영화 속 장면을 찾아 제일 먼저 들렀던 신길동. 하지만 영화 속 장면을 담아올 수는 없었다. 현재 재개발 중으로 영화에 등장했던 거의 모든 건물들이 형체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문득 영화 염력의 재개발 지역이 떠오르기도 했던 이곳. 아쉽지만 서둘러 다음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장첸이 먹던 새우 맛이 궁금해!

영화 장면


영화에서 굉장히 흥미롭게 봤던 장면이 있다. 장첸이 한 중국집에서 새우를 먹는 장면이었는데 평소에 쉽게 보지 못했던 새우라 '저것도 새우 종류인가..?'라고 생각하면서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후에 대림동 중앙시장에서 영화 속 새우를 발견하고는 '아 이거다!'라고 외쳤는데 중국어로는 롱샤, 바로 '닭새우'였다. 


그가 먹던 음식의 이름은 마라롱샤다. '마라'는 매콤한 향신료를 뜻하는 말이니 대충 상상이 되는 맛의 새우 요리다. 이 장면은 영등포시장역 근처의 차이롱이라는 중국집에서 촬영되었는데 차이롱에서 마라롱샤를 판매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서울 속 차이나타운



영화 범죄도시를 생각하면 가리봉동 연변거리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 오프닝 시퀀스나 다른 많은 장소가 연변거리 시장에서 촬영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찾아가 본 곳은 대림동 중앙시장. 사실 이곳을 갈 때 조금은 긴장을 했던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영화를 통해 알게된 곳이기 때문에 선입견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중앙시장 입구에 들어서면서 그 느낌은 조금씩 사라졌다. 


시장 입구의 주민센터 앞에서는 한창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누구는 떡매를 치고, 누구는 윷놀이를 즐겼다. 아무래도 곧 다가오는 설 명절 때문인 듯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곳을 둘러 서 있었고 웃음 소리는 커져갔다. 


시장 안으로 들어갈수록 이곳이 서울이 맞나 싶었다. 쉽게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식재료나 물건 들, 중국어로 쓰인 많은 간판 등이 눈길을 붙잡았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바쁘게 움직였으며 활기차 보였다. 데이트 온 한국 연인들도 속속 눈에 띄였다. 



대림 중앙시장을 구경하고 발길을 옮겼다. 영화 속 시장은 바로 여기, 가리봉시장 앞에서 촬영했기 때문이다. 마동석이 도넛을 먹고 있는 이 장면은 실제 중국 분식을 판매하는 '사계흥면식점'이다.


사실 이 근방에서 약간은 긴장되었던 경험을 하기도 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있던 어떤 한족 한 명이 누군가에게 알아들을 수 없는 욕을 하며 고함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살짝 겁먹은게 사실인데 그 사건(?)이후에 별 탈은 없었다. 오히려 편견이나 선입견 탓에 더 무섭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범죄도시에 대한 글을 준비하면서 사계흥면식점 사장님의 인터뷰 글을 찾을 수 있었다. 주변 상인들에게는 그곳이 일상이자 삶의 터전이라고 했다. 영화 범죄도시가 불편했을 법도 한데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많은 느낌과 생각들이 교차했던 가리봉동. 확실한 건 사계흥면식점의 도넛이라도 먹어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다. 




세트장이 아니었던 강력반 컨테이너


금천 경찰서에 허락을 받고 촬영했습니다 :)


영화 보는 내 이상했던 건 마동석과 최귀화가 일하던 강력반 사무실이 컨테이너라는 것이었다. 사건 전담을 위해 임시 사무실을 꾸렸던 것일까? 생각하면서 저곳은 분명 세트장에 틀림 없다고 확신했었다. 


그러나 내 확신은 바로 아웃! 그들의 강력반 컨테이너는 실제 금천 경찰서 형사과 사무실로 쓰이는 곳이었다.  어떤 tv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지기도 한 이곳은 금천 경찰서의 임시 사무실이라고 했다. 여름에는 더 덥고, 겨울에는 더 추워 고생이라던 경찰분들. 곧 따뜻하고 시원한 건물에서 열심을 다해 일해주시길 바라본다. 




우연히 발견한, 범죄도시 포스터



사계흥면식점을 찾아가던 중 바로 인근에서 낯익은 다리를 발견했다. '아 포스터다!' 영화 범죄도시의 포스터 중 하나가 떠올랐고 예감은 딱 들어맞았다. 사계흥면식점과 불과 5분도 떨어지지 않은 이 곳에서 영화 범죄도시의 포스터가 탄생한 것이다. 


오늘 밤, 화끈하게 터진다!

영화가 클라이막스로 다다르고, 장첸 일행은 움직인다. 그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포스터.


영화 여행을 하기 전, 미리 영화를 다시 한 번 보고 어떤 장소를 찾아갈 것인지 추린다. 그리고 그 장면을 사진으로 인화하는데 이곳은 예상하지도 못했던 장소였다. 급한대로 핸드폰에 포스터 화면에 띄우고 사진을 찍었다. 정말 우연히 발견했던 범죄도시 속 한 장면이라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혼자야? 
응 아직 싱글이야


 

영화 속 단연 유행한 명대사는 장첸의 말투겠지만,  또 다른 명대사가 있다면 그건 마지막 씬에서 장첸과 마석도가 나눈 대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혼자 왔냐고 묻는 장첸에게 싱글이라며 받아치는 마석도의 센스. 


마석도와 장첸의 마지막 격투씬의 배경은 공항 화장실이었다. 장첸을 처리(?)한 마석도가 걸어나오는 장면을 보고 그곳이 김포공항임을 알았지만 끝내 영화 속 화장실과 같은 화장실은 발견할 수 없었다.(아마 영화 속 화장실은 세트장이 아닐까?생각한다) 


아쉽지만 엔딩 속 한 장면을 사진에 담은 뒤, 이쯤에서 영화 여행을 마치기로 했다. 




두 번째 영화 여행을 기록하며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던 범죄도시 영화 여행. 가보고 싶었지만 재개발로 이미 형체 없이 사라진 곳도 있었고, 존재하는 곳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세트장인 곳도 있었다. 


그래도 새로운 경험이 많아 하루가 꽉 찼던 여행이었다. 평생을 서울에 살면서 한 번 가보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차이나타운을 직접 경험했고, 경찰분의 허락을 받고 형사분들의 사무실을 겉에서나마 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생각으로만 묵혀뒀던 내 버킷리스트, 영화 여행

시작하고 나니 보이는게 참 많아 좋다. 

다음 영화 여행은 클래식을 찾아 목포로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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