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영상이 올라와서 링크 수정 후 다시 업로드함.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내 기준으로 돌아보면 첫사랑의 기억보다는 ‘썸 타던’ 이성친구(들)의 기억이 더 아련한 느낌이 든다. 연애감정은 마치 음악에 대한 기호처럼 청춘의 한 시절을 함께 보낸 그 시기에 각인된 어떤 정서가 중년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아무리 좋은 음악을 들어도, 설령 그게 고가의 오디오 장비를 구축하고 듣는 고퀄 음질의 소리여도 예전에 자주 듣던 음악이 아니면 즐기는 데 한계가 있다. 오히려 가난한 중고등학생 시절에 저렴한 이어폰으로 듣던 음악들을 나이 들어서도 마치 ‘소울푸드’처럼 반복적으로 찾아 듣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십 대에 가장 좋아했던 노래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조규찬의 ‘C.F’를 선택할 것이다. ‘C.F’뿐만 아니라 그가 밴드의 리드였던 ‘새 바람이 오는 그늘’ 시절부터 시작해서 그가 참여한 거의 모든 음반들을 좋아했다. (하다못해 박진영의 '허니'나 임상아의 '저 바다가 나를 막겠어'같은 노래까지) 그가 새 앨범을 내고 콘서트를 열면 빠지지 않고 공연장을 찾았다.
여하튼, 다시 ‘C.F’ 노래로 돌아오자면 이 노래는 가사 자체도 이십 대의 소심하고도 마음 졸이는 이성 감정을 서정적이면서도 직설적으로 쓰여서, 가만히 듣다 보면 'A형 종족'의 가슴을 후벼 파는 듯하다. 멜로디가 슬픈 편인데 원곡의 편곡은 템포가 빠르고 미디 드럼의 비트를 가미해서 전반적으로 세련된 느낌을 주지만 슬픈 정서는 좀 덜 느껴진다. 오히려 <이소라의 프로포즈>에서 통기타만으로 부른 어쿠스틱 라이브 버전은 그야말로 아련함의 끝판왕이라 할 만 한데, 개인적으로는 이 버전을 더 좋아한다.
C.F는 ‘캠퍼스 프렌드’의 약자로 C.C(캠퍼스 커플)가 아닌, 요즘말로 남사친, 여사친이란 의미이며 제목에서 드러나듯 노래 가사는 이성친구의 슬픈 짝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이야 사랑에도 직구를 날리는 이들이 허다하지만 되돌아보면 그 시절의 사랑은 ‘A형 감성의 찌질함’이 꽤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최근 다시 찾아서 들어본 그때의 C.F는 여전히 좋았다. 물론, 청춘 시절의 가슴아린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 시절 내가 가졌던 어떤 정서들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특히 이번에 들을 땐 기타만으로 노래를 부를 때 중간중간 목소리도 기타 소리도 나지 않는 찰나의 조용함을 청중도 숨죽이고 지켜보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걸 지켜보는 동안 평안한 마음과 뭉클한 마음이 잠시 교차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aJi2xI7ib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