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현장 소장님
입주한 지 두 달이 지나고, 드디어 미완된 공사가 재개되었다. 그렇다. 두 달이나 기다렸다.
입주 전 사용승인이 난 후 시공사 대표님이 잔금 지급을 요구했을 때다. 나는 공사가 모두 마무리된 후에 잔금을 드리겠다 말씀드렸다. 주변에서도 공사가 안 끝났는데 잔금은 주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생각해 보니 이게 맞는 일인가 싶었다. 무사히 사용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셨으니 일한 것에 대한 대가를 제 때 지불하는 게 맞지 않나? 잔금이 전체 시공대금에 비해 큰돈도 아니고? 생각을 바꿨다. 남은 공사도 잘 마무리해 줄거라 믿기로. 다음 날 대표님께 잔금을 보내드리겠노라 다시 연락을 드렸다. 대표님은 기뻐하셨고 나는 잘했다 싶었다.
그런데 잔금을 치르고 두 달이 되도록 마무리 공사가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실수했구나 후회가 되었다. 내 나름대로 시공사에게 신뢰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결국 뭣도 모르고 바보같이 잔금을 줘버리다니, 속이 타들어갔다.
그러던 중 두 달 반 만에 마침내 공사가 재개된 것이다.
레트로한 분위기의 지프차를 타고 새로운 현장 소장님이 도착했다. 새로 오신 소장님은 키가 나와 비슷해 보이는 작은 체구의 인상 좋은 아저씨였다.
새로운 현장 소장님은 내가 두 달 전 사진으로 정리한 하자목록 파일을 가지고 오셨고, 마무리를 늦게 시작한 것에 대해 몸 둘 바를 몰라하며 죄송해하셨다. 이 분이 죄송해할 일은 아닌데... 너무 까다롭게 긴 목록을 드린 게 아닌가 싶어 괜스레 나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지지부진하던 마무리 공사와 하자보수가 갑자기 재개된 후 한 달간 부지런히 계속되었다. 그렇게 바라던 대로 능력 있는 분이 와서 마무리를 하다니, 기적 같았다.
마감이 안 된 채로 시멘트 가루를 날리며 맨몸을 드러내고 있던 현관진입로 겸 주차장 바닥에 타일을 깔아 마감했다. 2층 데크 바닥도 마찬가지. 아직도 한창 공사 중인 분위기를 풍기며 어수선했던 집이 점점 사람 사는 집답게 변했다. 현관 중문에 손잡이가 달리고, 변색된 마루 한쪽까지 교체하는 등 세세한 부분의 수정까지 모두 이루어졌다. 볼 때마다 거슬렸던 것들이 보기 좋게 변하고 불편했던 것이 편리하게 바뀌어갔다.
새로 오신 현장소장님은 뭐든 가능한 다 해주려는 정성을 보였다. 연륜과 경험이 있었던 만큼 건축주인 나를 차분하고 따듯하게 대해주었다. 선택을 앞두고 불안해하면 차분히 마음이 원하는 바를 따라가라고 말해 주었다. 고단한 집 짓기에 새로운 현장 소장님이라는 마지막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두 달간의 기약 없는 기다림이 한 달여의 마무리 공사를 통해 보상받았다. 작은 시공사 특성상 비용을 확보하고 투입할 인력을 배치하는데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대표님은 내가 기다려준 것에 대해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소장님을 통해 마무리에 최선을 다했다.
새로운 현장소장님이 오셔서 인수인계를 하며 예전 현장소장님과 완전한 이별을 했다. 후련하면서도 얼떨떨했다. 초보 건축주와 초보 현장소장으로 만나 갈등도 많았고 미움과 원망이 쌓여 나중에는 얼굴 보는 것조차 괴로웠다.
그러나 새로운 현장소장님이 오신 덕분에 원망과 미움을 넘어 담담히 보내드릴 수 있게 되었다. 젊고 잘 생긴 현장 소장님을 처음 만났을 때 가졌던 마음처럼, 어디에 가서든 실력 있는 시공자로 성장하고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